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1~2 세트 - 전2권 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박연미 지음, 박경민 그림, 김현민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고생물학자이자 진화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뛰어난 연구가이기도 했지만 탁월한 저술가이기도 했다. 게다가 엄청난 야구광이었다. 그의 책, <풀하우스에서>는 아예 한 챕터가 야구 이야기에 할애된다.

 

과학에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뒤섞는 방법, 이건 굴드의 특기였다. 그의 글들의 소재는 언어, 문학, 음악, 건축의 경계를 종횡무진했다. 굴드는 생물 진화의 과정에서도 자연선택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이 부수적으로 발생한 특징들이 생물의 중요한 기능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 마르코 대성당의 ‘스펜드럴’을 설명의 소재로 내세웠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탁월하면서 동시에 ‘설명의 방식’으로도 탁월한 것이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뛰어난 학자였고 동시에 뛰어난 교사였다. 대개 학자는 이론에 치중하지만 교사는 설명의 방식과 그 효과에 치중한다. 추상은 멀고 구체는 가깝다. 어떻게 하면 이론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교사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가 대중... 저술가라면 이런 교사의 고민을 밀고갈 수밖에 없다. 왜 당신은 이론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대중저술을 감행하느냐는 말은 학자와 교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치졸한 인신공격에 불과하다. 서론이 길어졌다. 이 글의 목적은 <스토리텔링 초등과학교과서>의 어떤 한 대목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책이다. 초등학생의 흥미와 호기심을 어떻게 충족시켜주느냐는 문제의 지점에서 저자는 재밌는 서술전략을 구사한다. 가령, 이런 식!

 

 

유리, 나무, 철, 플라스틱, 고무, 물질은 저마다 각자의 특성이 있고 고유의 쓰임새가 있다. 저자는 과학 전담 교사답게 ‘물질과 쓰임새’의 이해라는 수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역할극’이라는 교수전략을 구사한다. 역할극의 모델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다. 이것은 아주 유쾌한 설명의 방식이면서 동시에 재밌는 수업의 방식이 아닌가. 칠우(七友)는 세요각시(바늘), 척부인(자), 교두각시(가위), 울낭자(다리미), 청홍각시(실), 인화낭자(인두), 감투할미(골무)이다. 이런 가공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물에는 고유한 쓰임이 있을 뿐이지, 거기에 우열이 없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수업방식은, 수업 중에 학생들을 재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벤치마킹을 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정상과 병리>라는 책에서 조르주 캉길렘은 멋진 말을 하지 않았던가. “철학의 반성적 재료는 낯선 것일수록 좋다”라고. 진화의 부산물로서의 특징을 건축 용어, 스펜드럴로서 풀이한 제이 굴드의 방식이 훌륭하다면 ‘물질과 쓰임새’라는 이론을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라는 낯선 것으로 풀이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그가 교사라면 이론에도 머리를 써야하지만 이런 설명의 방식도 궁리를 해야 할 부분이다. <스토리텔링 초등과학교과서>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에 많은 생각의 에너지를 투자했다는 점이다. 스토리와 이론의 행복한 만남. 아이들은 물론이려니와 어른들이라도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수가 있다. 스토리텔러, 이야기꾼 앞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가히 이야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론을 먹고 자라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먹으면서도 자란다. 이야기는 이론보다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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