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멘델존 지음, 남점순 옮김,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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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사의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의 저자 로버트 멘델존은 소아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로 한때 현대의학의 열렬한 신자였다. 오랜 의사 생활을 통해 현대의학이 온통 부조리와 허구와 오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현대의학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는 현대의학이 인류에게 해만 끼치는 공적이며, 수많은 광신도들을 거느린 죽음의 종교라고 주장한다.
 
그의 책은 왜 현대의학을 믿을 수 없는가, 왜 현대의학을 배척해야 하는가, 그 이유들을 소상하게 나열하고 있다. 첨단 의료란 멋진 것이고, 그 기술을 가진 명의에게 치료받으면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심지어 의사들이야말로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말한다. 대체 이러한 불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대의학에 대한 멘델존의 불신은 경험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책은 그가 어떤 병원의 외래병동 소장으로 있을 때의 경험을 소개한다. 그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아이엄마에게 "아이에게 배변훈련을 시키고 있습니까?"하고 질문을 한 후, 네 살이 되도록 배변훈련을 받지 않은 남자아이들에게 방광경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한다. 방광경 검사는 중장년의 방광암, 전립선암, 자궁암 등의 검진에 이용되는 검사로 일종의 내시경을 요도에서 방광 내에 삽입해 방광 내부의 이상 여부를 조사하는 검사인데, 이 검사를 네 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 행한다는 것이 가혹하다고 생각하여 그는 의사들에게 배변에 관련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비뇨기과장으로부터 그는 이런 불평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실은, 자네가 (배면에 관한) 질문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내 전문의 실습생 교육계획이 엉망이 되게 생겼어. 실습생이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년 정해진 수만큼의 방광경 검사를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1년에 150회 정도는 해야 하는데, 그 검사를 중지하는 바람에 할당량을 채울 수 없게 돼서 실습생들이 몹시 곤란해하고 있어."
 
환자를 보호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대학병원에서는 의학실습생의 자격증 확보를 위해 건강검진이 행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온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교환 당사자간에 정보가 불균형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의료정보에 있어서 일반인들의 상식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주사를 맞으라면 맞아야 하고, 약을 먹으라면 먹어야 하고, 검사를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권위적인 의사들에게 일일이 그 이유를 따져 물을 수도 없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의료비만 잔뜩 지출하고 병은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멘델존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의사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의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의사의 인간성을 짐작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이 있는지도 알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라는 것이 멘델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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