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dts]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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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피는 항상 물보다 진한가
                     -영화<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대한 단상

 

3년 전이던가, 우연히 TV의 크리스마 이브 특집으로 <성덕 바우만의 결혼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된 바우만씨가 미국 공군사관학교 재학 중 백혈병으로 파일럿의 꿈을 접었다는 이야기가 한국에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결국 그는 1997년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부터 골수를 기증 받아 새 삶을 얻었다. 그런 그가 미네소타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다.
 
TV에 비친 바우만씨의 신부 머피양은 몹시 뚱보였다. 미인이라고 할 수 없는 평범한 얼굴이었고, 나이도 바우만씨보다 8살이나 많은 데다, 전남편 사이에서 12살과 10살의 두 딸을 두고 있는 이혼녀였다. 솔직히 TV를 지켜보면서 바우만씨가 왜 저런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만씨는 피로연에서 "가족이란 혈연만이 아니라 강한 유대감이자 사랑 자체"라고 말했다. 그가 하객들에게 머피양의 딸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이다"라고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장면은 어떤 영화보다 가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바우만씨에 대한 미국의 양부모의 사랑이 어찌나 극진한지 친부모라고 해도 과연 저렇게 도타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프랭키는 한 때 잘 나가던 권투 트레이너였지만,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늙은 트레이너다. 그는 은퇴 복서인 유일한 친구 스크랩과 낡은 체육관을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에 매기라는 여자 복서 지망생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매기의 가족들은 매기가 유명선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녀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한다. 대체 저러고도 부모라고 할 수 있어, 라는 푸념이 관객들의 입에서 절로 나온다. 이런 처지에서 매기는 힘겹게 하루하루 식당일을 하면서 밤에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샌드백만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녀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존재는 다름 아닌 프랭키와 스크랩이었다. 매기는 뼈를 깎는 노력을 훈련에 바친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분노, 가난에 대한 분노, 그 분노의 에너지로 그녀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그녀의 노력은 승승장구로 보답을 받는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영원한 승자로 놓아두질 않는다. 훈련의 고통보다 가혹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고통의 순간 우리는 버릇처럼 가족을 찾는다. 고열에 시달리며 혼미함을 헤맬 때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의 머리맡을 지켜주신다. 엄하시던 아버지도 병석에 누워있는 아들에게만은 따스한 손을 건넨다. 어려운 순간 내 곁에 있는 존재가 가족이다. 그러나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모두 가족은 아니다.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있고 부모를 버리는 자식도 있지 않은가. 매기의 가족들도 꼭 그런 식이다.
 
<밀리언달러베이비>는 치고 받고 피가 튀기는 권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살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우만씨가 말하는 강한 유대감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있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혈연에 기초한 가족애보다 훨씬 더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감독: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제작: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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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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