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에서 잘나가던 광고 기획자 닉 마샬은 승진의 기회를 경쟁사 여직원인 달시 맥과이어에게 빼앗겨 버린다. 달시는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여성들을 위한 제품 광고를 기획할 팀을 꾸리고, 이에 밀릴 수 없는 닉은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여자가 되어 보기'로 결심한다. 여자들처럼 화장도 하고 여자들 속옷도 입어보던 닉은 욕실바닥에 넘어지는 사고로 여자의 마음을 훤히 꿰뚫게 된다. 여성의 속마음을 읽게 됨으로써 여성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확보하게 된 닉, 과연 그에게 문제는 없는 것일까?
노름을 할 때 상대방이 가진 패를 보는 것은 명백히 규칙 위반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적백승이라고 했다. 상대방의 패를 알면 상대방이 어떤 수를 쓰고 어떤 전략을 세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다면 상대방이 쓰려는 수를 앞질러 그의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노름에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패를 읽히지 않으려고 애쓴다. 악질적인 노름꾼만이 상대방의 패를 보기 위해 전자장치를 이용하거나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법.
한쪽은 상대방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 이것이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곧 정보의 불평등이다. A는 주가에 대한 정보가 풍부한 반면 B는 주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면 승패는 뻔하다. 주식투자자들이 경제신문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읽는 것도 승리를 위한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정보화 사회는 정보가 곧 힘이요, 권력이 되는 사회다. 만약 어떤 관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고급 정보들을 취급하는 위치에 있다면 이 관리는 자신의 정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건설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떤 지방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선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곧바로 그 공업단지가 유치될 인근의 땅을 미리 매입함으로써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한 회사가 제품을 출시할 때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1970년대 후반, 세계 굴지의 기업인 포드(FORD) 자동차 회사는 서민을 겨냥한 주력 품목으로 핀토(Pinto)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이 차는 충돌시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포드사는 이 차의 양산을 강행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결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면서 왜 그랬을까. 결함을 가진 차를 회수해서 교정하는 비용이 사고가 났을 때 보상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계산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가급적 제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자신의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정의다. 닉 마살의 도덕적 문제는 혼자서 정보를 독점한 데 있다. 레드카드!!!
감독:낸시 마이어스 출연:멜 깁슨, 헬렌 헌트 . 제작: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