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사랑 - 이연주


정말 꽃이 되고 싶어, 또는 구름
아홉 배는 내가 더 당신을 사랑할걸---그런 꽃,
새털 옷을 입고
당신 고향 가는 길 앞질러 따라가는
그런 구름.

석간신문이 배달됐지만 의미가 없네.
죽은 고양이도 쥐떼들의 혼령도
이제 더는 문간 근처를 얼쩡거릴 수가 없어.
꽃의 사랑, 혹은 구름.

정부 쪽에선 비밀에 부치겠지?
군중심리란 게
사랑에 오염된다면 전략은 힘들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공기는 느끼지.
바람은 느끼고말고.

내가 당신, 하며
꽃가루를 공중에 뿌려주면 공기들은 명랑해질 거네.
새털 옷은 하늘을 얼마나 기쁘게 할까,
사랑인데.


* 아름다운 음모 - 이연주


무수한 빗변을 그으며 쏟아지던
열병들린 햇살이 살을 찔렀다
"나는 숭숭 구멍난 바람이죠 어디든
앉는 날이 무너지는 날이죠"

정신없이 넝쿨들을 짓밟아 왔네
황소처럼 킁킁거렸네
내 스스로
내 가슴을 환장한 듯 먹어치워
모태로부터 저주받은 북소리

이제 사람의 마을
쓰레기장 먼지 속을 휘휘 돌고 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와진 불면의
밤의 공기들이여
내 혈맥을 잘라 정적의 고삐를 풀겠는가

"팔모로 빛나는 저 별을 봐요
동작을 멈추는 날이 무너지는 날이죠"




 
Mal Waldron - Left Alone
Music For Paul Auster (Special Deluxe Package)/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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