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금요일/문정영
한 쪽 팔이 저리는 이유는 내가 그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다 미워하다 어느 사이 피가 돌지 않은 사랑을 한 것이다
그가 어두워지고, 내가 붉어지지 않는 날들은
물관이 잘린 나무의 꽃이 피지 않은 가지와 닮을 뿐이다
聖금요일, 내게 눈설게 다가오는 神의 이름을 불러본다
神은 내게 낯선 금요일이다, 말을 듣지 않는 한 쪽 날개를
부러뜨리고 억지 고해성사를 시키는 그는 사실 미움의
대상이 아니다 유행을 이끄는 누드의 사진, 거기에서 벌거벗고
뛰쳐나오는 이 시대의 얼굴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를 믿고
피 멈춘 사랑을 하고 있다니, 어제 내가 거울을 보고 한 행위는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