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알렌 포우의 연구가인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베니 밀러 교수가 영국의 에딘버러에 있는 고서점에 발견했다는 등사본 『멀리 저 너머 : Far and Beyond』에 실린 한 단편에는 데이빗 샘플이라는 친구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포우는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한 후 노름과 음주에 빠지게 된다. 샘플은 포우의 대학시절, 둘도 없는 노름 친구였다. 자존심이 남달리 강했던 샘플은 자신의 도박적 재능을 과신한 나머지 결국 아버지의 유산을 노름으로 잃고 대학을 중퇴한 후 로드 아일랜드 공장지대의 월세방을 전전하게 된다. 이후 샘플은 같은 처지에 있는 무일푼 포우와 같이 미국 육군에 입대하게 된다. 포우의 『멀리 저 너머 : Far and Beyond』는 바로 로드아일랜드 시절의 이야기다. 특히 샘플이 하루 종일 끼고 살았다는 고양이 '버드'의 비극적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샤워하는 고양이>는 무릇 이야기는 짧고 압축되어야만 한다는 포우의 문학관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배가 고픈지 버드가 연신 울어댔지만, 망할 놈의 늙은 고양이 같으니라구, 샘플은 늙은 암코양이 한 마리쯤이야 굶어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는 심정으로 침대에서 뒹굴었다. 샘플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해야 잃은 돈을 복구할까하는 의문부호들로 가득했다. 직업적 노름꾼들의 세계에서는 잔기술은 통하지 않았다. 도박의 세계는 냉정하다. 도박꾼들은 이성을 신뢰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우연에 모든 것을 거는 자들이다. 황금을 거머쥐는 것은 우연에 결부된 행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우연에 복종하는 일.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한 일체의 시도는 부질없다. 이런 생각으로 골몰하고 있을 때 고양이 버드는 시끄럽게 울어댔다. 그 울음소리는 어떻게든 해보렴, 어떻게든 해보렴, 거의 울상인 채로 보채는 샘플의 어머니 로라 릿지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했다.

 

거의 한 달 가량 샤워도 하지 않은 채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샘플은 한 마리의 지저분한 도둑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낮이면 잠을 잤고 밤이면 야행성 동물처럼 방을 빠져나갔다. 행운은 그에게 좀처럼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서서히 몰락해갔다. 광대뼈는 불거졌고, 눈은 검게 패였다. 자신의 몰락을 쏘아보는 눈초리였을까. 오직 검게 패인 눈두덩이 속의 눈동자만이 이상한 광채를 더해갔다. 거칠게 돋아난 턱수염과 봉두난발의 머리칼과 쏘아보는 눈동자,  그는 한 마리의 거대한 야행성동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행운은 끝내 이 야행성 동물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전 재산을 탕진하고 자신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버디가 욕탕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리터의 물을 먹었는지 축 늘어진 버디의 배는 팽팽하게 불거져 있었다. 샘플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는 버디를 신문지에 말아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그는 면도를 했고 샤워를 했다. 벗겨져라 더러운 살, 씻겨 져라 나쁜 피. 그는 피가 나도록 제 몸을 문질러 댔다. 두 시간도 넘는 길고 긴 샤워였다.

 

그리고 그는 입대했다. 그는 국가가 주는 녹봉, 그 이상을 해내는 많지 않은 공무원 중의 하나였다. 그는 미육군이 주는 두 개의 훈장을 어깨에 얹었다. <샤워하는 고양이>, 그것이 데이빗 샘플의 또 다른 이름이다.

 


Camera Obscura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r-

                 


 

                  Before you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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