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로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의 아버지, 클라렌스 에드번즈 헤밍웨이는 외과의사였다. 그의 체격은 건장했다. 그는 수렵과 낚시에 열광적이었다. 그의 부인 그레이스는 남편과는 달리 음악을 즐기고 신앙심이 깊은 세련된 문화인이었다. 『노인과 바다』는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라렌스 헤밍웨이는 인디언 부락으로 회진을 나갈 때는 장남 어네스트를 데리고 가는 일이 많았다. 어네스트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마취도 시키지 않은 인디언 여인을 제왕절개 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수술하는 동안 아내의 고통을 지켜볼 수 없었던 인디언 남편이 그 자리에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다. 어네스트는 이 일을 목도한다. 역설적이게도 훗날 클라렌스 헤밍웨이 역시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사자나 코끼리를 사냥하고 권투와 심해어 잡이, 투우 등 남성적 스포츠에 몰입했던 비정한 사나이,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끊임없이 모험을 찾아 나섰다. Destroy but not Defeated. 파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패배할 수는 없다. 그는 끊임없이 위험에 부딪혔다.  그는 패배를 기다리기보다는 파멸을 찾아 나섰다.

 

헤밍웨이의 절친한 스페인 친구 호세 루이스 카스티요 푸체는 헤밍웨이가 죽은 지 30년이 지나서 이런 회고를 하게 된다.

 

헤밍웨이는 언제나 잘 때 불을 밝혔어요. 어둠 속에서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죠. 그는 무엇에 늘 쫓기는 듯했죠. 1962년 6월 24일에 내가 받은 편지에 그는 이렇게 썼어요. <아프리카 사냥 여행 중에 나는 사냥 가이드로부터 나미비아 사막에 있다는 여우제비선인장이라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네. 나미비아 사막에는 일 년에 단 한 차례의 비가 내린다고 하더군. 그것도 단 몇 시간 말일세. 그런데 이 여우제비선인장은 바로 그 시간을 기다려 재빨리 꽃을 피우고 생식을 하고 져버린다더군. 단 한번의 우기(雨期), 단 한 번 사랑, 단 한 번의 죽음! 우리는 한참 멀었네. 그 선인장은 내게 이렇게 말하네. 여기가 끝이다. 더는 없다. 나의 사랑은 여우제비선인장과 같은 사랑이 아니었네. 나에겐 한 번도 우기가 없었네. 이제 나는 그 우기의 땅으로 갈 걸세. 나의 마지막 모험을 축하해주게.> 그때 내가 출장중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편지를 받는 즉시 어네스트에게 달려갔을 겁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1961년 7월 2일 엽총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우기였다.


 
 


영화 스모크 중에서- Innocent When You Dream - Tom Wa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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