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 되는 나여
      -나희덕,「부패의 힘」


 


3박 4일의 일본여행동안 내가 본 것은 '낡은 것, 오래된 것'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도저한 열정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오래된 것들에 대한 그들의 미학적 취향은 내게 맞는 것이었다. 녹슨 것, 낡은 것, 풍화의 흔적을 간직한 것...나는 그런 것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빨려들어갔다. 오사카의 밤거리도, 고베의 야경도, 금각사의 화려함도 내게는 다 먼 이야기였다. 오직 낡음만이 나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낡은 것 앞에서 나의 손가락은 셔터를 누르게에 바빴다. 여행이라봤자 결국 내 안의 있는 것을 다시 보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떠나더라도 결국은 한발짝도 떠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내 몸의 감옥, 내 마음의 유치장 안에 꼭꼭 갇혀있는 셈이다.









      Drug-The Cz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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