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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첩 3 ㅣ 알베르 카뮈 전집 9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카뮈는 누구보다 사막을 사랑했다. 『작가수첩』(책세상)의 많은 구절은 사막에 대한 그의 변함 없는 사랑을 확인시켜 준다. “언제나 나 자신도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이 고독에의 욕구, 마음을 가다듬고자 하는 내밀한 심사와 더불어 일종의 죽음의 예고와도 같은 이 고독에의 욕구”라고 말할 때, 카뮈가 그리워하고 있는 곳은 사막이 아니었을까. 카뮈는 장식도 없는 밋밋하기 그지없는 호텔방에 머물기를 좋아했고, 사막에 텐트를 치고 몇 일 동안 머물기를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담백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세계는 아름답다. 이 세계 밖에서는 구원이란 없다, 라고 말할 때의 카뮈는 무신론자요, 현세주의자다. 그는 형이상학적 초월을 꿈꾸지 않았다. 까뮈는『작가수첩』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낱말 열 개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세계, 고뇌,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가난의 고통, 여름, 바다”라고. 고독과 쾌활, 우울과 발랄이 하나로 뒤엉킨 모순의 인간, 부조리의 인간이었다. 그는 ‘정신의 사람’이었으면서도 한편으로 누구보다 현세의 행복을 갈구했던 ‘육체의 사람’이었다.
『작가수첩』에서 그의 현세주의는 도처에 나타난다. 그의 문장은 관념의 의상이 아니라 투명한 사물의 의상을 입고 있다. “ 저녁, 침묵, 까마귀들, 마치 루르마랭의 새들과 암코양이, 나의 눈물, 음악처럼. 티파사의 아침에 폐허 위로 맺히는 이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것 위에 세상에서 가장 젊고 싱싱한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신앙이고 또 내 생각으로는 예술과 삶의 원칙이다.” 그는 놀랍게도 행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배의 허리에 차는 물의 움직임을 따른다. 바다의 자유로운 삶과 이 몇 일의 행복. 여기서는 모든 것이 다 잊혀지고 모든 것이 다 다시 만들어진다. 지칠 줄 모르는 빛 속에, 꽃무리와 기둥들로 뒤덮인 섬들 사이로 물 위를 날아다니며 보낸 이 황홀한 날들, 나는 그 맛을 입 안에, 가슴 속에 간직한다. 제 2의 계시, 제2의 탄생……”
“여기서 나는 사람들이 영광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거리낄 것 없이 사랑할 권리. 이 세상에는 사랑이란 단 한 가지뿐이다. 여자의 몸을 껴안는다는 것, 그것은 또한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오는 신기한 기쁨의 빛을 자신의 몸에 껴안는 것이다.”라고 말할 때, 카뮈는 우리에게 행복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이념과 자본이 만들어내는 가짜의 행복학이 아니라, 일체를 무효화시키는 사막, 그 정신의 용광로에서 태어난 신생의 행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