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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이스크림 속에서 태어났다’라고 책의 서두를 쓰고 있는『음식혁명』(안의정 역, 시공사 간)의 지은이 존 로빈스는 세계적인 아이스크림회사 '배스킨 로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다. 그는 그 거대한 유제품 기업을 이어받으라던 아버지의 희망을 뿌리치고 환경주의자가 되었다. 이 책에서 로빈스는 육식이 가져오는 육체적 정신적 문제점과 현대의 육가공 산업, 축산업 등이 지구 환경에 끼치는 각종 해악을 방대한 데이터와 사례들을 통해 폭로한다.
로빈스에 따르면 잘 도정된 백밀과 백설탕 등은 독약이라고 한다. 미국인의 하루 설탕 소비량은 티스푼으로 53숟가락에 달한다. 두뇌와 골격발달에 우유와 고기가 최고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미국 어린이의 평균 IQ가 99인데 반해 채식주의자는 116이었다고 한다. 또 세계에서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핀란드․스웨덴․미국․영국 순인데 이 순위는 골다공증이 가장 많은 나라의 순서와 일치한다고 한다. 사례는 계속된다. 미국흑인의 하루 칼슘 섭취량은 1,000㎎인데 반해 남아공 흑인들의 하루 칼슘량은 196㎎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국흑인의 골절률은 남아공 흑인들보다 9배나 높다는 것이다.
못 먹던 시절에는 없어서 못 먹었는데 이거 저거 따지는 거 다 배부른 소리라며 이런 책들이 경고하는 사실들을 애써 일축할 수도 있고, 뭐든 잘 먹으면 그만이라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얼마전 구운 소금, 죽염 일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식약청의 발표가 있었다. '베트남전에 뿌려진 고엽제'나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나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다이옥신이 식탁위 소금에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니 씁쓸하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한다.
몸은 불고 혈압은 올라가고, 안 되겠다 싶은지 서양인들이 열심히 동양인들의 식탁을 기웃거리고 있는 요즘, 호박잎에 보리밥과 된장을 얹어 풋고추와 함께 썸벅썸벅 베어 물던 식탁을 다시 기대해 본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다.
회식은 그런 소박한 식탁의 기쁨을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