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아침에 듣는 이런 음악
스폰지처럼 탐욕스럽게 음을 빨아들이는 스산한 마음의 굴뚝과 창문들
Stationary Traveller
슬픔을 머금은 울적한 키보드와 기타의 인터플레이(연주를 주고 받는 것)로 시작된다. 거기에 팬플룻까지 가세하면, 그 울적함은 그만 슬픔을 토해 낸다. 디스토션(장비를 이용해 소리를 왜곡하는 것) 짙은 기타 연주에 슬픔은 한없는 절규로 바뀌지만 그 절규는 무엇을 어찌할 수 없는 이의 자조 섞인 것이지, 분노로 승화하진 못한다. 하지만 분노로 승화하지 못한 절규는 이내 풀이 꺾여, 그 답답함에 슬픔만 다시 가져다 줄 뿐이다.
신희숙의 사진
장만옥 -박정대
멀리 가는 길 위에 네가 있다
바람 불어 창문들 우연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 골목길에
꽃잎 진 복숭아나무 푸른 잎처럼 너는 있다
어느 날은 잠에서 깨어나 오래도록 네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랑은 나뭇잎에 적은 글처럼 바람 속에 오고 가는 것
때로 생의 서랍 속에 켜켜이 묻혀 있다가
구랍의 달처럼 참 많은 기억을 데불고 떠오르기도 하는 것
멀리 가려다 쉬고 싶은 길 위에 문득 너는 있다
꽃잎 진 복숭아나무들이 긴 목책을 이루어
푸른 잎들이 오래도록 너를 읽고 있는 곳에
꽃잎 진 내 청춘의 감옥,
복숭아나무 그 긴 목책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