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은 『바람은 담는 집』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연두색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그것 자체로서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단순한 것은 무엇이나 우리의 이해력을 초월한다.' 연두색의 싹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싹은 조금 더 자라고 있고 그 연두색은 어느새 조금 더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연두색은 수직의 솟아오름의 시작의 색깔이다. 이 수직의 말 없는, 그러나 생명에 찬 솟아오름이 '구슬을 꿰는(통사적인)' 저 수평적이고 산문적인 수고의 가치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연두색이지표를 떠밀고 솟아오는 그 순간의 주위에는 투명한 침묵이 가득하다. 지혜의 침묵이다.(P.49)

 

나는 그의 산문집 <행복의 충격>의 겉표지를 떠올렸다. 모네의 <수련>이 파스텔빛 연초록에 녹아있는 아름다운 표지다. 15년 전에 나온(1989) 책이지만 겉표지만은 항상 싱그럽다. 아마도 연초록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