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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2disc: DVD + CD)
박광춘 감독, 신민아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당신일 뿐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할 때 드라이버는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일정한 장소에 두었다면 문제가 없겠는데 최근에 사용하고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여기저기 찾다가 의외의 곳에서 드라이버를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사용하지 않는 도구는 일정한 곳에 둘 필요가 있다.
도구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도구는 필요할 때 생각나는 존재이다.' 라는 정의는 어떨까. 망치나 드라이버를 시시때때로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다. 우산도 비가 올 때만 생각나지 날이 쨍쨍할 때는 우산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청명한 날에도 우산을 만지작거리고 안개 낀 날이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우산을 쓰다듬는다면 그 우산은 이미 도구가 아니다. 그 우산은 그에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우산에는 특별한 추억이 얽혀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그 우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 받았을지도 모르고, 지금은 모두 슬픈 추억이 되었지만 그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 과거의 '그녀'와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우유배달부는 매일 아침 우유팩을 문 앞에 가져다 놓는다. 매일 아침 그 우유를 마시며 아무도 우유 배달부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달 사고가 나는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우유배달부에게 전화를 건다. 필요할 때 우유배달부가 비로소 생각되어진 것이다.
필요할 때만 생각나는 것이 도구라면 '존재'는 늘 나에게 의미 있는 대상이다. 평소에는 대화가 없다가 배가 고플 때 엄마가 생각난다면 엄마는 도구이지 더 이상 '존재'는 아니다. "당신을 사랑해. 그 이유는 당신의 아버지가 돈이 많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를 내 출세와 치부의 도구로 보고 잇는 것이지 그를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만 전화를 거는 친구,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만 연락을 하는 동창생이 많아질수록 한 사람의 인생은 쓸쓸해진다. 수첩에는 이름이 빽빽한데도 정작 내가 쓸쓸하고 외로운 날 전화 걸 친구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주위에 '수단'으로서의 친구보다는 '존재'로서의 친구가 많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영화 『마들렌』에서의 사랑은 순수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가 어떻든, 그녀가 어떤 조건을 가졌든 그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묻는다. 마치 상품을 구매할 때처럼 여러 가지 조건들을 캐어묻는다. 진정한 사랑은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일 뿐, 그 외의 어떤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