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작가들은 확실히 Cool하다.
386선배 세대들의 자기연민 같은 게 없다.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며
달콤하든 시큼하든 씁쓸하든 어쨌든 그 상처를 즐기는 나르시시즘이 없다.
순수에 대한 집착도 없고
무쪽 자르듯 피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 들지도 않는다.
‘시발’이라고 욕도 조금 할 줄 알고
야한 이야기도 별 창피함 없이 슬쩍슬쩍 언급한다.
70-80 세대의 도덕적 엄숙주의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다.
어떨 때는 70-80 세대들의 진지함이 그럴듯해보이다가도
도저한 나르시시즘이 영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때
고예나의 <마이짝퉁라이프>는 잘 읽히기 시작한다.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민숭민숭한 느낌의 여자를
나의 엄마로 받아들이는 대목에서 찡한 느낌이다.


“진짜 어머니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피를 섞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섞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었을 것이다.


반간계. 알고서도 속아 주는 것. 모르지만 속지 않는 것. 알지만 눈 감아 주는 것. 모르지만 아는 것. 적의 간첩은 자신이 반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모르고도 알은체하는 것일까. 가짜가 진짜일까. 진짜가 가짜일까.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다. 네 진심이 깃든 상상으로 이 세상에 복수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어쨌든 20대 작가의 약진은 기분 좋다.
선배작가들이여 어서 빨리 열심히 늙어서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줘라.
아님 70대에도 여전히 섹시한 쿤데라처럼 쫀득쫀득한 소설을 쓰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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