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고딕문학’이란 단어를 음미해본다.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나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등이 고딕장르로 분류된다. 아담스패밀리, 안녕프란체스카 등도 이런 장르에 집어넣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장르에선 에드가 알렌 포우의 음침하고도 괴기스러운 냄새가 나기도 하고 잔혹동화의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천명관의 소설 <고래>에도 나름대로의 고딕분위기가 있다.


믹잭슨(http://www.mickjackson.com/)의 홈페이지에 있는 그의 소개는 재밌다.<믹 잭슨의 부모가 그를 낳았을 때 했던 첫 마디는 “신이시여, 저희가 천재를 낳았습니다.”였다. 잭슨은 여덟 살 나이에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카레리나를 줄줄이 암송했고, 열두 살 나이에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와 협연했다. 농담이다.> 한번 놀아보겠다는 심보다. 마흔 살이 넘은 아저씨가 귀엽다.


전형적인 ‘루저 타입’인(그가 그만큼 자유로다는 이야기다. 가운데 그림을 보라.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자의 불안을 유머스럽게 그려냈다. 재밌는 삽화다.) 이 작가의 글쓰기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구라빨’에 의존한다. 그러나 내가 읽은 믹 잭슨의 구라빨은 명성처럼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좀 뻘쭘했다. 썩은 가오리의 캬, 하는 쏘는 맛이 부족했다. 고딕이란 게 좀 찌르는 듯한, 톡 쏘는 듯한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게 바로 밋밋한 삶의 '레드핫칠리페퍼' 쏘스 같은 것이 아닌지.


죽은 나비를 되살린 ‘레피닥터’, 단추를 먹어치우는 불량스러운 말의 이야기 ‘단추도둑’, 사람을 죽여 훈제로 만들어 자신의 가족의 일원으로 삼는다는 무뎁뽀 잔혹동화 ‘피어스 자매’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밋밋하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만은 최고다. 오직 일러스트레이션만에 이끌려서 이 책을 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삽화가는 데이비드 로버츠라고 했다. 고딕의 분위기를 이렇게 맛깔스럽게 재현하는 재능에 경의를 표한다.


레피닥터의 한 구절


“우연이란 세상이 때때로 당신의 관심을 끌려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따금 한번씩 당신을 일으켜세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어떤 우연은 너무나도 하찮아서 눈썹 하나 까딱할 가치도 없지만, 또 어떤 우연은 어찌나 대단한지 그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