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잉글랜드에서는 재밌는 행사가 열렸단다. 내용인즉슨 <프루스트 요약경연대회>! 프루스트가 얼마나 장황하게 글을 썼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삶이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다니, 웃기는 소리 마라'는 생각을 가진 이 작가는 대단히 긴 문장을 동원하여 잔인하게 요약을 일삼는 저널리즘의 뻔뻔스러움에 대해 이렇게 빈정댔다.

신문 읽기라고 불리는 가증스럽고 음란한 행위는 지난 24시간 동안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불행과 재앙들, 5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투, 살인, 파업, 파산, 화재, 독살, 자살, 이혼, 정치인들과 배우들의 잔인한 감정을, 그런 것들에 신경도 쓰지 않는 우리를 위해 특별히 흥분되고 긴장되는 아침의 오락거리로 변형시키며, 이것은 카페오레 몇 모금과 대단히 잘 어울리게 된다.

이 책에 의하면 프루스트는 우울하고, 질투심이 강하고 불만에 빠진 청년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아 주기 위해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고 한다. 프루스트는 이 청년에게 박물관 순회방식을 조금만 바꾼다면 그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프루스트는 청년에게 박물관에서 모네의 그림이 걸려있는 곳으로 가는 대신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뎅의 그림이 걸려 있는 곳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샤르뎅은 항구, 군주, 궁전 같은 것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그는 과일 그릇, 단지, 커피 주전자, 빵 덩어리, 나이프, 와인 잔, 두텁게 썰어 놓은 고기 같은 것을 그리길 좋아했다. 그는 예쁜 초콜릿 병뿐 아니라 소금 그릇과 체 등의 부엌도구를 그리길 좋아했다. 사람들에 대해 말하자면, 샤르댕의 그림 속 인물들은 영웅적인 것과는 거의 무관하다. 한 명은 책을 읽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카드로 집을 짓고 있으며, 한 여인은 시장에서 빵 두 덩어리를 사들고 집에 방금 도착하였고, 어머니는 딸에게 바느질을 잘 못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소재의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샤르뎅의 그림은 특별히 매혹적이고 감동적이다. 그가 그린 복숭아는 벌거벗은 아기천사만큼이나 분홍빛이고 토실토실한 느낌으며, 굴 한 접시 또는 레몬 한 조각은 대식과 관능의 유혹적인 상징이었다.

드 보통은 '프루스트는 샤르뎅의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부모 소유의 아파트의 가장 초라한 방들도 그를 감동시키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프루스트는 약속한다'며 '좋은 삶이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헛되이 다른 것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했다'고 덧붙인다.

다시 프루스트는 말한다.

로마의 평야와 베네치아의 장관과 말에 걸터앉은 샤를 1세의 오만한 모습 같은 것들만 보지 말고 찬장 위의 밥그릇, 부엌의 생선과 식당의 딱딱한 빵 덩어리 같은 것들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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