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 미제라블 ㅣ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10
빅토르 위고 지음, 서지원 엮음, 정금석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누구를 위한 법, 무엇을 위한 법인가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곧잘 “그런 법이 어디 있어?”라는 표현을 쓴다. 법은 공평해야 한다는 우리들의 무의식적 요구가 반영된 표현이다. 특정 계급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법, 강자에게만 이익이 되는 법은 마땅히 재검토되거나 폐기되어야 옳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기치를 내걸었던 프랑스 대혁명은 바로 특정 계급의 시녀로 전락한 구체제와 구법(舊法)을 청산하기 위한 시민들과 민중들의 봉기였다.
『레미제라블』의 소설적 무대가 된 1789년 7월의 프랑스대혁명 당시, 각종 특혜를 누리던 성직자와 귀족들로 대표되는 구체제의 옹호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었다. 영국과의 교역 실패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였고, 미국의 독립전쟁 지원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은 바닥나 있었다. 흉작과 물가의 폭등으로 인한 민중들의 상황도 말이 아니었다. 정의와 평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귀족과 성직자들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옹호해주는 구체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프랑스 대혁명 직전 날품팔이 노동자 장발장은 누이동생과 조카 일곱을 부양하고 살면서 배고픔 끝에 빵을 훔치다가 체포되어 3년형의 선고를 받게 된다. 장발장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여 틈만 있으면 탈옥을 시도하다, 13년 만에 만기 출옥한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던가. 출옥 후 장발장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밀리에르 신부의 은그릇을 훔치지만 밀리에르 신부는 그를 용서한다. 용서의 힘은 컸다. 장발장이 ‘마드렌느’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는 진정한 의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자베르’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의 신념 하에서는 장발장은 여전히 처벌받아야 할 한 사람의 죄인일 따름이었다. 자베르는 구법(舊法)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장발장을 뒤쫓는다. 장발장이 어느 소도시의 시장이 되었을 때 자베르는 장발장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그가 과거에 탈옥수였다는 것을 공개하려고 한다.그때 마침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고, 장발장을 존경하던 청년대원들은 자베르를 붙잡아 그를 총살시키려 한다. 그의 총살을 말리는 장발장에게 자베르는 그 이유를 묻는다. 이때 장발장은 이렇게 대답한다.“이 세상에는 넓은 것이 많이 있소. 바다가 땅보다 더 넓고 하늘은 그보다 더 넓소. 그러나 하늘보다 더 넓은 것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용서라는 관대한 마음이오.”
용서를 외면하는 법, 사랑과 관용을 모르는 법,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옹호해주는 법, 현실에 존재하는 민중들의 고통과 한숨을 보지 못하는 법,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는 약자들의 항변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법을 의심하지 않는 존재가 곧 자베르 경감이다. 그러나 장발장은 자베르를 용서한다. 자베르는 강물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용서를 구한다.
『레미제라블』의 서문에서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쓰고 있다.“법률과 풍습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문명의 한복판에 지옥을 만들고, 인간의 숙명으로 신성한 운명을 복잡하게 만드는 한, 가난에 의한 남성의 타락, 기아에 의한 여성의 타락, 암흑에 의한 어린이의 위축과 같은 이 시대의 세 가지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한, 어떤 지역에서도 사회적 진실이 통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하자면, 더욱 넓은 의미에서 지상에 무지와 비참이 존재하는 한, 이 책과 같은 성격의 책들이 무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법의 공평성이란 따지고 보면 더 많은 사람을 껴안으려는 관용과 사랑의 정신의 발로다. 어떤 시도도 이 원칙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