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스팟 - 내가 못 보는 내 사고의 10가지 맹점
매들린 L.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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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우리는 무지한가

블라인드 스팟/매들린 L. 반 헤케/다산초당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맹점)’은 자동차 사이드미러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말한다. 수많은 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되는 블라인드 스팟은 자동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자기계발전문가인 매들린 L. 반 헤케 박사는 그의 저서 『블라인드 스팟』에서 인간이 사물이나 세계를 인식하는 데도 수많은 블라인드 스팟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가령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향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향수 냄새를 맡지 못한다. 또한 성경의 구절대로 타인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 

  저자는 블라인드 스팟의 원인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이로 인한 폐해는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국가의 차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 즉 맹점은 익숙한 사고방식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습관화된 일상은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한다. 우리의 감각은 익숙한 자극은 무시하고 새로운 자극을 먼저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자주 접하는 것은 금세 익숙해지기 때문에 습관화된 것을 새롭게 경험해보라고 충고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사원들은 기존의 직원들이 너무 익숙해져 보지 못하는 회사의 특정한 면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신입 사원들이 타성화된 사고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성화된 시각을 버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관점을 버리고 타인의 관점을 취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나 낯선 세계를 접해보는 모의체험도 편협한 주관성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영화와 문학과 그림과 같은 예술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자신의 맹점을 극복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피카소의 명작 중의 하나인 <황소 머리>는 예술가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적 사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작품의 소재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자전거의 안장이다. 사람들이 쓰레기장에서 이 사물을 보았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자전거의 잔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피카소는 그런 선입견을 버렸다. ‘자전거’, ‘안장’과 같은 타성화된 언어로 사물을 이해하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사물의 형상만을 주시한 결과, 거기에서 황소 머리의 형상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곧 예술가의 눈이다. 맹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물을 패턴화하려는 경향, 즉 유사성과 차이점을 근거로 해서 사물을 분류하려는 습성은 인간의 자연스런 속성이지만 이런 범주화의 경향이 맹점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범주화하기 위해 분류하는 과정에서 대상들의 한두 가지 특징에만 초점을 맞춘 채 상호간의 다른 차이점들은 모두 무시하기 때문이다. 각 집단에 존재하는 엄청난 차이점들을 무시한 채 이들을 함께 묶을 만한 공통점 중심으로만 환원시키다 보면 훨씬 더 다양성을 지닌 개별 구성원들의 특징이 묻혀 버린다. 범주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범주를 바꾸어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을 보라. 그들에게는 하찮은 돌멩이도 자동차가 되고 가구가 되기도 한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범주화된 시각으로부터 아이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을 진보주의자니 보수주의자니 하는 이름으로 그들을 간단하게 분류해버린다. 개인의 정체성을 집단의 정체성으로 대체하려는 이런 태도는 한 사람의 개별성을 보지 못하는 맹점을 만들어낸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보편적 생각을 의심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무지에 대한 불감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왜 우리가 무지할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이 책의 서술은 다소 산만하지만 내 인식의 함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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