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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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묵직하고도 즐거운 실용서

글쓰기 생각쓰기/윌리엄진서/이한중 옮김/돌베개


『글쓰기 생각쓰기』(원제 On Writing Well) 는 글다운 글이 어떤 글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 윌리엄 진서(William Zinsser)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오랫동안 여러 잡지에 글을 쓰고 예일 대학 등에서 글쓰기를 강의해 왔다. 350페이지 남짓한 책이 묵직하게 읽히는 것도 저자의 풍부한 실전 경험이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리와 감성이 잘 조화를 이룬 글이 좋은 글이라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의 논리는 풍부한 예시를 거느리고 있어 알차고 공연히 문자 써가며 현학적인 체를 하지 않기에 직설적이고 명쾌하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글의 요건은 먼저 간소함이다. 그는 ‘나’를 글쓰기의 주체로 내세울 수 있을 때 글이 간결해질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글쓰기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애써 꾸미고 포장하려다가는 자기 자신을 잃고 만다. 저 자신도 모르는 이야기, 아직 숙성되지 못한 생각과 소화해내지도 못한 타인의 생각을 글로 풀어놓을 때, 글은 장황해지고 난삽해지기 마련이다.

난삽함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은 통일성이다. 대명사와 분위기, 시제를 통일해야 글은 일관성을 갖는다. 통일성을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를 위해서는 언제나 써야할 것보다 더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꼭 필요한 것만을 쓰고 나머지는 버리기 위해서다. 메뉴와 카탈로그와 정기간행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보고 경험하는 세상의 풍경과 일상 또한 글쓰기의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리는 해석의 힘일 뿐이다.

‘다른 작가를 모방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걸작을 닮고 싶은 모방의 충동이 결국 걸작을 만들어내는 법. 저자의 말대로 관심 있는 분야의 최고의 작가를 골라서 큰 소리로 읽어보며, 그것을 쓴 작가의 언어에 대한 태도를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귀로 받아들여보자.

문학적인 글이 우월한 글이요, 비문학적인 글이 열등한 글이라는 사고방식도 버리자. 장르에 상관없이 좋은 글과 나쁜 글만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시라. 비록 논픽션이라 할지라도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그 자체로 명문이 아니던가. 이런 글들 앞에서 장르에 대한 위계의식은 어쭙잖고 천박할 뿐이다.

‘여러분이 유머를 쓰려고 한다면,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두 진지할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를 하는 동안 시종일관 윌리엄 진서의 유머와 낙천적 기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실용서도 이만하면 월척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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