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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외 지음, 모주희 옮김 / 아이디오(IDO)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전쟁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의 편지
아인슈타인은 1939년 당시의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는 원자폭탄을 빨리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편지를 보낸다. 독일이 미국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바로 이 사건으로 아인슈타인의 평생 괴로워하게 된다. 2차 대전 종전 후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 확산을 강하게 성토했고, 1955년 4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통해 "인류라는 생물의 씨앗을 근절시켜 버릴 사태를 불러일으킬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한 후 이틀 뒤에 숨을 거둔다. 반핵이 그의 유언이 된 셈이다.
『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과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주고받은 편지를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편지를 주고받게 된 계기는 1932년 국제연맹이 아인슈타인에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그 문제를 물어보고 싶은 상대도 선택하여 주십시오.>라는 제안을 하고서였다. 아인슈타인은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로 ‘전쟁’을 들었고, 그 질문에 답해줄 상대로는 세계적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지목했다.
프로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모든 나라가 일치 협력하여 하나의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에 국가 간의 문제에 관한 입법과 사법의 권한을 주고, 국제적인 분쟁 발생 시엔 이 기관에 해결을 맡기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자” 제의한다. 또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표 아래 전세계의 지식인들이 한데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한다.
『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가 소개하는 아인슈타인의 서신은 프로이트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인간이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인간의 마음을 증오와 파괴라는 마음의 병에서 시달리게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 이에 대해 프로이트는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적이고 그 공격성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기에 사실상 제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쟁을 곧바로 근절할 수는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그는 심리학자다운 답변을 준비한다.
인간에게는 유지하고 통일하려는 충동, 즉 사랑의 충동인 에로스적 충동이 있는가 하면, 파괴하고 살해하려는 공격본능인 타나토스적 충동이 있다면서 전쟁은 바로 이 타나토스적 충동의 발현이라는 것이 프로이트의 설명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이단(異端)을 심문할 때의 잔혹함을 보면 겉으로는 이상과 이념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파괴충동이 무의식층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파괴적 공격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므로 그 공격성의 방향을 타인에게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내부로 돌림으로써 공격성을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프로이트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진실을 찾아 노력하는 뛰어난 지도자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지성을 발전시키고 문화를 발전시키면 그만큼 본능적인 욕망에 덜 이끌리게 되므로 인간의 지성을 강화하고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말하는 전쟁 방지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전쟁을 하는 것이 곧 파괴행동이라면 그 반대의 충동, 즉 에로스를 불러일으키면 되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과 마음의 유대감을 만들면 모든 전쟁을 막게 될 것입니다." 타인을 볼모로 나의 욕망을 달성하지 않겠다는 마음, 타인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 프로이트의 처방의 핵심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