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 / 이제이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는 현재 수많은 생물 종(種)과 문화, 소수의 민족 언어의 대량 멸종 현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량멸종은 자연재앙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멸종의 속도 또한 엄청나다. 인간이 존재하기 전의 생물 멸종 속도는 매년 100만종 가운데 하나 정도였으나 현재는 그 1,000배에 달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사라지는 것은 자연뿐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 역시 시시각각 사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의 저자 다니엘 네틀은 언어의 소멸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각 언어마다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창이 있다. 모든 언어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언어가 스스로 일구어 낸 모든 문화의 기념비와도 같다."며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도구를 잃는 것이요, 살아 있는 박물관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그 많던 언어가 어디로 갔을까’란 부제가 붙은 책은 소수 언어의 현황을 보여준다. 저자에 의하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5,000~6,700개 정도이지만 언어 사멸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세기를 지나는 동안 최소한 절반, 많으면 90% 정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200년전, 제임스 쿡 선장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250개 토착어가 대부분 사라졌으며, 미국의 서부 개척이 시작된 이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용되던 100여종의 토착어가 모두 소멸했다.  지난 5백 년 동안 세계의 언어 중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


저자는 생물다양성이라는 맥락에서 언어의 소멸의 문제를 살핀다.(저자의 시각은 ‘언어적 다양성의 감소를 생물학적 다양성의 감소와 연결지어 논하라’라는 문제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언어적 다양성과 생물학적 다양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파푸아 뉴기니, 서부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 세계 언어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열대지역은 지구상 전체 생물종의 50~90%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어가 소멸한다는 것은 생태계가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어 다양성은 문화적 다양성의 척도이며 한 언어가 사멸하면 그 생활양식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언어의 소멸은 문화 소멸의 징후”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는 언어가 사라지면서 그 언어에 담긴 토착적 지식과 문화와 예술이 사라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해양 생물학자인 요하네스는 1894년에 태어난 서태평양 팔라우 어부를 인터뷰했는데 이 어부는 3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어종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어부는 수백 종의 물고기 이름과 서식지, 어로 관습, 어로 기술 등과 전 세계의 과학 문헌에 기재되어 있는 것의 몇 곱절이나 되는 어종들의 음력 산란 주기를 알고 있었다. 북극 지역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은 어떤 종류의 얼음과 눈이 사람과 개, 또는 카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얼음과 눈의 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또한 필리핀의 민도로 섬에 만 2천 명 정도가 모여 사는 하우누족은 450종 이상의 동물과 천 5백 종의 식물을 구별할 수 있으며 그 중 1천 종 이상의 식물을 야생에서 채취하고 약 430종의 식물을 재배한다. 토지에 대해서도 10종의 기본 토질과 30종의 아종 토질을 구분하며 토양의 굳은 정도에 따라 네 가지의 다른 용어를 쓴다. 이들은 서로 다른 토질을 아홉 가지의 색깔로 구별하며, 땅의 지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할 뿐 아니라 땅이 경사진 정도를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낸다.


토착민들의 이러한 지식 중 상당 부분은 수천 년 동안 이들의 언어 속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왔으며 이들의 언어가 사라짐과 동시에 이러한 지식도 잊혀져 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언어 속에 담긴 독특한 문화적 요소의 상당 부분이 언어의 사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가 포진하고 있는 지역인 아프리카 적도 인근 지역, 인도 남부와 동남아, 태평양 등 열대지역 언어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현상과 일치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바이오테크』라는 책을 보면 아시아에는 쌀의 변종이 14만종이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은 그중 다섯 내지 여섯 개 변종들에 대해서만 유전자를 조작해 그것들을 쌀을 주로 재배하는 지역에 집중 재배하는 모델로 강요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 대여섯 가지 변종 쌀들이 전체 논의 60~70%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서 유전자 조작된 종자들이 각국의 고유한 종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농민들은 단지 유전자 조작된 종자가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토착 종자를 포기한다.


자연계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경제성이 뛰어난 단일작물로 재래종을 몰아내고 유전자 조작된 종자를 심었을 때, 자연적 재앙으로 인해 벼가 전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전자의 다양성의 증대는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능력의 증대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의 저자 다니엘 네틀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환경보존을 위해 더이상의 개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이제 와서 언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경제적 불이익을 감당하라고 한다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더 위생적인 환경과 편안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와 지역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원주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생태계의 자원을 통제할 권리를 원주민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언어의 사용집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가정과 사회에서 그 언어를 사용할 때라야 언어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개발은 외부인에 의한, 외부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개발은 외부인에 의한, 외부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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