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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제임스 러브록 지음 / 김영사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지구생명체에게 인간은 무엇인가
찬 물을 들이켰다고 해서 인간의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가지는 않으며, 온탕에 들어갔다고 해서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인체는 체온의 온도를 36.5℃로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가진다. 바로 이것이 생물체가 생리적 조건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즉 항상성이다. 생명체를 무생물체와 구별 짓는 특징도 바로 이 항상성에 있다.
생물체는 자동조절시스템에 의해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다면 바닷물과 같은 무생물은 어떻게 일정하게 염분농도를 유지할까. 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가이아』의 저자인 러브록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부터 그 이름을 빌려온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본질적으로 지구는 ‘자기조절기능을 갖춘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과학자인 러브록은 지난 30억년 동안 대기권의 원소 조성과 해양의 염분농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 항상성의 비밀을 생물의 존재에서 찾았다. 그는 탄소, 질소, 인, 황, 규소 등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들이 대륙과 해양을 오가며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 메커니즘이 전적으로 생물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작용인 것이다. 이런 실례들을 통하여 저자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균형조절 시스템의 존재를 확신하고 이를 '가이아'라고 이름 붙인다.
이러한 가이아의 세계에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도 관리인도 아니다. 비유하자면 인간은 지구라는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하는 상황에서 인류의 숫자가 60억을 넘고 있다면 인류는 지구라는 생명체에 기생하는 암세포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암세포의 활동, 곧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곧 지구 생명체의 이상을 가져온다. 온실가스의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그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정유시설이 몰려있는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가이아의 경고’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면서도 온실 가스 주 배출원인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기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온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논리다.
러브록은 온난화로 인한 재앙으로 죽음을 피할 다른 대안이 없으며 더 늦기 전에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자력을 그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은 언제든지 가공할 만한 무기로서의 원자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일원으로서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함을 역설하는 러브록의 메시지는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