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고 싶은 과학서와 인문서 

​앤 드루얀 #코스모스_가능한_세계들 
ㅡ 2021년 매일 인증 첫 책. 1월 4일부터 28일간의 항해에 들어간다. 준비 작업으로 프롤로그 읽기 완료.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를 관람한 다섯 살 칼 세이건의 반짝이는 꿈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아인슈타인은 우리에게 과학을 둘러싸서 보통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겁주는 높은 벽을 무너뜨리라고 촉구했다. 과학의 통찰을 내부자들만이 아는 전문 용어에서 모두가 아는 평범한 언어로 번역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으로써 모두가 그 통찰을 마음에 새기고 그 통찰이 보여주는 세상의 경이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변할 수 있도록 해주라고 촉구했다.˝(26) ​

​아인슈타인은 저 시대(1939년)에 이미 과학의 보편화와 대중화를 추구했고, 집단 지성의 힘을 강조했다. 


로얼드 호프만 #같기도_하고_아니같기도_하고 
ㅡ ˝화학의 시인˝이라고 불린다는 호프만. 수사적 표현인 줄 알았더니, 이 분 진짜로 다수의 시집에다 시화집과 희곡까지 출간했다. 세상에. 화학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라고. 목차와 머리말 앞부분을 보고 구매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화학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는 분야인가를 보여주고 싶다.˝(9) 

​헨리 조지 #진보와빈곤 
ㅡ 알릴레오 듣다 급 궁금해져 일단 대출했다. 두께보다 내용 때문에(과학보다 경제가 더 어려운 거였어? ㅠㅠ) 완독은 불가하겠다고 예상되지만, 알릴레오 패널들의 권고에 따라 10권만은 정독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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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2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릴레오 따라가고 싶은데 진보와 빈곤은 넘사벽으로 보이는듯 합니다! 지난주에 구입은 했는데 장식용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걱정이네요!ㅠ

행복한책읽기 2021-01-03 00:31   좋아요 0 | URL
제게는 더 넘사벽이네요. 그럼에도 구매하시다니. 사실 진정한 책사랑은 구독이 아닌 구매라고 시민님이 말씀하셨더랬어요. 그걸 실천한 막시무스님 짱!!^^
 

20210102 매일 시읽기 96일 

Ghost 
- 강성은 

나는 식판을 들고 앉을 자리를 찾는 아이였다 
식은 밥과 국을 들고 서 있다가 
점심시간이 끝났다 
문득 오리너리구는 어쩌다 오리너구리다 된 걸까 
오리도 너구리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며 
긴 복도를 걸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무도 없고 햇볕만 가득한 삼월 


2021년 첫 시집으로 선택한 것은 강성은 시인의《Lo-fi》다. 나는 단편이랑 시가 좋아 라며 책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것은 강성은의 다른 시집이었지만, 대출 중이어서 이 시집부터 읽는다. 젊은 시인인가 했더니 73년생이다.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제목인 ‘Lo-fi‘는 low fidelity(저음질)을 뜻하는 음향용어이면서 고음질을 뜻하는 hi-fi와 달리 저가의 녹음 장비와 악기를 사용하여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를 구현하는 음악 장르로 쓰인다고 한다. 시의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수박
겉핥기로 읽은 내 느낌으론 거칠기보다 정제된 음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죽은 자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준 시인.

시들을 후루루 들이키는 동안 내게 떠올랐던 문장이다. 시인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서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떠난 이들의 입 노릇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좀 아프고 꽤 먹먹하다.

이 시집에는 ‘Ghost‘라는 제목의 시가 여섯 편 수록돼 있다. 다섯 번째 ‘Ghost‘인 저 시를 읽다 시가 묘사하고 있는 광경이 영화의 장면처럼 떠올라 나도 얼음 땡을 당한 사람처럼 식판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더 멍해졌다. 삼월 ˝햇볕만 가득한˝ 아무도 없˝는 교실. 무엇이 연상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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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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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매일 시읽기 95일 

천 개의 아침 
- 메리 올리버 

밤새 내 마음 불확실의 거친 땅 
아무리 돌아다녀도, 밤이 아침을 
만나 무릎 꿇으면, 빛은 깊어지고 
바람은 누그러져 기다림의 자세가 
되고, 나 또한 홍관조의 노래 
기다리지(기다림 끝에 실망한 적이 있
었나?) 

All night my heart makes its way 
however it can over the rough ground 
of uncertainties, but only until night 
meets and then is overwhelmed by 
morning, the light deepening, the
wind easing and just waiting, as I 
too wait(and when have I ever been
disappointed?) for redbird to sing. 

2021년 신축년 해가 떴다. 흐린다 해서 일출 산행을 접었더니 지금, 아침 아홉 시 삼십 분. 구름을 비집고 해가 모습을 드러내려 안간힘이다. 구름을 뚫고 기어코 햇살을 쏘아댄다. 구름에 가렸어도 빛은 빛이구나. 태양이 2021년 첫날 세상을 여린 빛으로 감싼다. 포근하게.

오늘 늦은 아침의 풍경. 이 날을 위해 메리 올리버의 <천 개의 아침>을 아껴두었다. 메리 언니의 시를 다시 읽으니 역시나 맘이 편해진다. 평이한 소재와 어휘들로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줄 아는 시인.

어제 밤은 어수선 속 설렘. 뒤척임 속 선잠. 불확실 속 기다림. 오늘 아침은 구름 속 해. 흐림 속 빛. 불확실 속 희망. 

삶은 늘 흐릿한데, 올해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적어도 책은 더 읽을 거라는 것. 비록 한 권 더에 그칠지라도. 새해 첫 날 아침은 시 읽기로 열었다. 계속 가즈아~~~~

일출 사진은 2014년 북한산 정상에서 찍은 것이다. 태양 위 구름 새를 가슴에 품고 사는 걸로.^^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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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1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흐리고 간혹 눈만 나부끼는 아침인데 에너지 넘치는 일출사진 감사합니다!ㅎ 따뜻한 하루되십시요!

행복한책읽기 2021-01-02 14:57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2021년이 기대되는 1인이요. 책읽기 글쓰기 맛깔나게 하심요. 북맥의 빅뱅 효과^^

초딩 2021-01-01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아 사진 정말 넘 넘 멋져요~~ 파이팅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1-02 14:58   좋아요 0 | URL
초딩딩도 화이팅이요. 손글씨 독서목록에 반해버린 1인이요^^
 

20201131 매일 시읽기 94일 

그래도 사랑해 
- 행복한책읽기 

아들 사랑해
내 인생의 애물단지 그렇지만...

장난기 드글드글한 네 두 눈도
사랑해

베베거리며 떨어대는 네 입도
사랑해

찰떡 같이 쫀득쫀득한 네 볼도
사랑해

너무 짧아 소매 넘치는 네 두 팔도
사랑해

짤막해서 웃기고 안쓰런 네 손가락도
사랑해

언제나 불룩 솟아 있는 네 배도
사랑해

오동통하고 탱글탱글한 네 엉덩이도
사랑해

튼실하고 탄탄한 네 허벅지도
사랑해

알통이 불끈 솟는 네 종아리도
사랑해

방바닥을 쿵쿵 찍어대는 네 두 발도
사랑해

엄마는 네 모든 걸
사랑해

그러니까 말썽 좀 그만 피워!!!
그런 너도 또또 사랑해^^


2020년 마지막날 시는 무엇을 읽고 쓸까. 그제 도착한 책 김소영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를 보고 떠오른 것이 6년 전 내가 쓴 저 글이었다.

나의 아들은 뱃속에서부터 나를 힘들게 한 아이였다. 힘듦의 종류와 강도만 다를 뿐, 이 아이는 해마다 내게 과업 같은 숙제를 내민다. ˝엄마, 이런 나도 감당이 되나요?˝ 약을 올리듯. 나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믿는 바가 있었다. ˝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아이를
주신다˝고. 신은 믿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온 저 말은 믿었고 저 말에 기대 지금껏 살고 있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 같으면 감당 못해. 너니까, 언니니까 가능해. 과연?

올초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만 해도 사스나 메르스 때와 비슷하리라 여겼다. 개학을 못하고 학교를 못 가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되리라곤 꿈에도,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20년 상반기는 식구들 삼 시 세끼 챙기고 온라인 수업에 당사자도 엄마도 적응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한 듯하다. 내가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린 건 한여름이 훌쩍 지나 선선한 바람이 찾아들 때쯤이었을 것이다.

인생에도 육아에도 이른바 ‘고비‘라는 것이 있다. 어떤 고비가 닥칠 때마다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 것 중 하나가 책이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을 워즈워스의 시에서 처음 발견한 날부터 내 삶의 경구처럼 속에 간직하고 살았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폄하하는 시선들이 내게는 늘 불편했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면 ˝쓸데없는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랬기에 나는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어른으로 크고 싶었다.

무너졌다. 내가 아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바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아이는 다르게 대해야 하고,
다르게 대하려면 왜 다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육아서나 심리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절대원칙이 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기.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기. 저 시는 그런 마음에서 탄생한 것이다. 저 시를 쓴 날로부터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놀랍게도 아들은 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덩치만 커졌을 뿐.

˝어린이라는 세계는 우리를 환대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어린 시절‘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어린이들의 진솔한 모습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늘 우리 가까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들어가며 8)

나의 아들은 내가 절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을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어린이‘다. 이 아이 덕에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사실에 흐뭇해하며 의기양양해하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는 그 득세도 꺾어 버렸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어린이라는 세계>>를 찬찬히 읽을 예정이다. 어린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와 숱한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거기에 ‘어린이‘의 위대함이 깃들어 있다.

‘사랑해‘는 언제 들어도 좋은가. 식상할 때도 오글거릴 때도 있지만 그런 느낌조차 사랑으로 덮는 한 해를 만들어볼까.

모두들 해피뉴이어!!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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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1-01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도 어린이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텐데, 그런 걸 별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지금 나이를 먹은 사람도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는데...

저는 예전에 다른 거 거의 생각도 안 했어요 코로나19는 많이 걱정했군요 2021년에는 2020년보다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행복한책읽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고 싶은 거 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1-01 08:44   좋아요 1 | URL
희선님두요. 같이 더 나은 해를 만들어보아요. 알라딘 친구 맺어 반가웠어요^^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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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매일 시읽기 93일

겨울 꿈 
- 이규리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불가능  
언제 어디서나 불가능한 가능 

갈 수 없어요 
가고 싶어요 

안녕 

용기를 내어 
죽자사자 뛰어왔는데 
여보 
이건 꽃이 아니잖아 

그토록 아무것도 아니었던 의문들 
이 간결한 근심들 

눈알을 버린다면 그때 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데 

미안해 
당신을 버릴래 

부질없음을 부질없어하는 회오리 
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어 

그리고 쏜살같이 먼 풍경이 되고 마는 북서풍 


2020년을 이틀, 더 정확하게는 하루하고 두어 시간을 남겨둔 12월 30일 수요일. 밤 아홉 시 30분. 내가 사는 곳 현재 기온 영하 11도. 한파가 몰려든 겨울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시는 이규리 시인의 <겨울 꿈>.

<겨울 꿈>은 첫 두 행이 시의 묘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압축과 응축의 미학. ˝언제 언디서나 가능한 불가능 / 언제 어디서나 불가능한 가능˝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나온 날들이다. 물론 그 날들로 절실히 가고 싶지는 않고, 어떤 날들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꽃인 줄 알고 ˝죽자사자 뛰어왔는데˝ 꽃이 아니었어 라고 해서 무릎이 꺾였다. 궁금해 미칠 것 같았던 ˝의문들˝과 속이 타들어가도록 애태우던 ˝근심들˝이 그저 ˝간결한˝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었노라 해서 또 다시 무릎이 꺾였다. 허무하고 허무한데 ˝부질없음˝조차 ˝부질없˝다 해서 꺾인 무릎이 또 꺾여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꽃은 처음부터˝ 없었고,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듯한 ˝북서풍˝은 내 손에 잡히지도 못한 채 떠난 화살처럼 ˝먼 풍경˝으로 물러났다. 허무하고 또 허무해라.

한 해가 저문다. 올해 나는 무슨 꿈을 꾸었지. 꿈을 꾸기는 했던가. 생각해 보니 내가 꾸는 꿈은 꾸어봤자 이룰 수 없는 꿈임을 깨닫고 언젠가부터 꿈을 꾸는 것조차 하지 않고 살아온 듯하다. 그래도 살더라. 꿈을 꾸어도 살고, 꿈을 꾸지 않아도 산다면, 어느 쪽을 택해서 살까. 시를 읽고 긁적이기 시작한지 93일째. 이 모든 행위도 ˝부질없음˝의 회오리로 날아올라 아주 ˝먼 풍경˝으로 자리하다 기억 속에서조차 잊힐지 모른다. 그럼 어떤가. ˝부질없음을 부질없어하는 회오리,˝ 부질없음을 전복시키는 역설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꺾였던 무릎 우두둑우두둑 곧추 세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삐거덕거려도 길을 가야지. 꿈은 걷는 자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니.

겨울 꿈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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