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3 시라는별 1 

뇌는 하늘보다 넓다(1862)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뇌는ㅡ하늘보다 넓다ㅡ
둘을ㅡ나란히 놓아 두면ㅡ
뇌 안에 하늘이 쉽게 들어가고 
더구나ㅡ당신도ㅡ들어가니까ㅡ 

뇌는 바다보다 깊다ㅡ
푸른 것과ㅡ푸른 걸ㅡ담아 보면ㅡ 
뇌가 바다를 흡수하니까ㅡ
양동이ㅡ속ㅡ스펀지처럼ㅡ

뇌는 신의 무게와 같다ㅡ
둘을ㅡ나란히ㅡ들어 보면 
다르기는 해도ㅡ그 차이는ㅡ
음절과 음의 차이 정도라네ㅡ

The Brain—is wider than the Sky—
For—put them side by side—
The one the other will contain
With ease—and you—beside—

The Brain is deeper than the sea—
For—hold them—Blue to Blue—
The one the other will absorb—
As sponges—Buckets—do—

The Brain is just the weight of God—
For—Heft them—Pound for Pound—
And they will differ—if they do—
As Syllable from Sound—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5장 도입부에서 발견한 시다. 5장에서는 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과학서에서 에밀리 디킨슨을 만날 줄이야. 반갑고 신선했다.

디킨슨의 저 시는 1862년, 그러니까 뇌 과학이라는 것이 시작되기 전에 쓰였다. 일찍이 에머슨은 ˝시인은 천문학, 화학, 식물학, 동물학을 잘 알아야 한다˝고 썼다. 디킨슨이 아마추어 식물학자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인데 혹시 뇌 과학에도 식견이??

디킨슨의 시에서는 줄표 기호가 아주 중요한데, 코스모스 번역서에는 빠져 있어 원문을 찾아 줄표를 넣고 번역도 조금 수정했다. 

같은 제목의 제럴드 애델만이 쓴 뇌 과학서(절판)가 있고, 파시클에서 출간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박혜란 번역)에도 이 시가 실려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계에 선 아이들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뿔(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모두는 "하찮지만 중요한 존재"

안타깝다. 이런 책이 절판이라니. 어른들, 특히 부모와 교사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2020년 11월에 읽기 시작해 해를 넘겨 2021년 1월 10일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페티 회의 <<경계에 선 아이들>>은 전작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는 못 미치지만 <스밀라>에 들어 있던 작가의 문제 의식과 철학의 궤를 같이 한다. "어른이 어린애들을 세게 쳤을 때 일어나는 감정"(13), 어른이 어린애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공포, 한 아이를 구하는 문제, 더 나아가 나를 구하는 길, 시간의 일회성과 영원성, 공존과 연대와 따뜻함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것도 아주 모호하게, 그것도 아주 철학적으로.

이 소설은 시종일관 긴장이 팽팽히 흐른다. 첫 조회 장면부터. 빌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에게 "유창한 침묵"을 강조하며 몸을 바짝 긴장시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학생들에게 재갈을 물려 반벙어리 행세를 강요하는 억압적이고 폭압적인 학교. 빌 사립학교는 그런 학교다. 이 학교는 왜 학생들의 모가지를 가차 없이, 사정없이 조일까.

"그들은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모든 아이들을 덴마크 공립교육 체계에 한데 모으려는 계획.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은 물론 학습 진도가 늦은 아이들까지도, 심한 지적 장애와 정상의 경계에 선 아이들을 모두 끌어안아 학교에 보내려는 계획이었다. 빌 학교는 이 통합을 위한 전범이 될 예정이었다. 이 학교는 어떻게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한 실험실이고 작업장이었다.(284) /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불우 아동들을 덴마크 공립학교에 통합하려는 실험이 총 54건이었다. 자그마치 54건." (285) ​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이 실험은 덴마크에서 실제로 진행되었던 교육 실험이었다. 가족과 세상에서 내쳐진 아이들, 일반 학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아이들, 그런 수준 이하의 아이들을 그러모아 '통합'이라는 그럴싸한 미명 아래 재능 있는 학생들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 찬 실험이었다. 작가가 말하듯 이 계획은 "미친 짓"이었다. 예상 가능하게도 이 실험은 무수한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거나 씻기 힘든 상처만을 남긴 채 실패로 끝났다. 어째, 기시감이 들지 않나. 이것이 1960년대의 덴마크에서만 있었던 일이기만 하면 좋겠는데, 나는 자꾸 내가 사는 대한민국 학교 현장과 고아원과 소년원에서도 일어났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인 듯해 등골이 오싹오싹해지곤 했다.

이 문제 많은 학교에, 문제 많다고 느끼지 못하는 무수한 학생들 중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세 아이가 있다. 나, 카타리나, 아우구스트이다. 아우구스트는 사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계성 인격 장애의 증상을 보이는 친구이다. 나와 카타리나는 이런 아우구스트를 돕기 위해, 또한 그들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감시의 경계망을 피해 탈출을 꿈꾼다.

"아우구스트처럼 약하고 무력한 존재가 있다면 대가를 받지 않고도 그를 위해 뭔가를 해줘야만 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해준다. / 하지만 나는 대가를 받았다. 그 애를 돕고 보호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이제는 마치 그 애가 나를 도와주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176) ​

빌 학교의 교사들과 교육부 관계자들도 자신들이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둠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빛 속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참으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이들은 그 어떤 폭력적 행위도, 폭력인 줄 모른 채 행할 수 있었다. 무섭고 섬뜩한 사실이다. 이 소설은 페터 회의 사립학교 시절의 경험담이 어느 정도 반영된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 나의 이름이 작가와 똑같은 '페터'라는 사실에서 그런 자전적 성격이 발견되며, 어른이 된 '나'가 이 시절을 회상하며 하는 말에서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이유가 밝혀진다.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모든 일을 잊는다는 것을 뜻하며, 그 후에는 어린아이였을 때 중요했던 것을 버린다는 의미가 된다. 나는 이것에 저항해 왔다." (286) ​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무엇을? 편견에 사로잡힌 이른바 '정상군'에 속하는 세계에서 이유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고(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산 '비정상군', 또는 경계선의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 아이들, 카타리나와 아우구스트와 나는 빅브러더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함께하려 애썼다. 이들의 만남은 언제나 아슬아슬했고 이들의 관계는 언제나 위태위태했다. 이들은 문제를 인식했고, 원인을 파헤치려 했으며,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깨치고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힘을 썼다. 그 노력들이 너무 가상하고 너무 기특해서 나는 무시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세 사람의 연대는 어른들에 의해 무참히 깨지고 말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ㅡ카타리나와 아우구스트, 나ㅡ는 만났고 그 이후로 다시는 완전히 포기할 수가 없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나는 그게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한번 사랑을 만나게 되면, 다시는 가라앉지 않게 된다. 항상 빛을 찾아 표면 위로 떠오르기를 갈망한다."(329) ​

작가가 작품 속에서 말하듯 이 소설은 "세상에 잘 적응해 나가는 사람," "다른 사람하고 시간을 공유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이였고 청소년이었으며 학생이었다. 그 시절들은 대체로 아주 많이 모호하다. 이해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고 내 마음과 생각도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이 된 '나'가 펜을 잡고 그때는 그랬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라고 대신 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 말을 작가는 총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마지막 3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더불어. 작가는 소설 초반부터 "쏜살같이 흘러가 영원처럼 되어버리는 순간들"(19), "​시간이란 저절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붙들어야만 하는 것"(27)," 이라는 표현들로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화두처럼 던진다. 카타리나-아우구스트-나 세 친구는 한 시절을 함께 했다. 누구나 거쳐 가는 통과의례의 시간이었고 우주의 시계로 보면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들 세 사람에게는 꼭 붙들어 매야 하는, 사랑이 존재했던 영원의 순간이었다. 선형적인 시간과 순환적인 시간의 교차.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평면 위에는 순환적이고도 선형적인 특질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채로 존재한다. 동일한 행동이 몇 번이고 반복되지만, 이 사건은 특별하면서도 일회적이다." (297) ​
"실상 우리 자신에게는 삶이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안다. 문제가 너무 커지면 점점 쌓이다가 끝내는 손가락에서 모래가 술술 빠져나가듯 삶이 그렇게 술술 빠져나간다는 걸 알게 된다. /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서 물러서면, 예를 들어 딸아이가 나를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멀찍이 떨어지게 되면, 반복이 보인다. 그 순간 자기 자신이 모든 강력한 회로 사슬에서 하나의 연결 고리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결국 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치 없는 인간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 아니며, 비록 하찮다고 해도 중요한 사람이다. 결국 위대한 반복이 훨씬 더 크고 더 중요한 것이다. / 정신이 오로지 가지 자신만을 감각한다면,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가족과 유전, 아이들과 탄생, 다른 이와의 공존을 보게 되면 반복이 보인다. 시간은 모래가 술술 흘러나가는 모래 시계가 아니다. 널리 뻗어 있는 평원이며, 횡단할 수 있는 대륙이다."(345) ​

우리 모두는 "하찮다고 해도 중요한 사람이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타인을 통해서다.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서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뭉클한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겠다. 신영복 선생님의 "함께 맞는 비"가 생각나는 일화이다.

주인공 '나'에게는 홈룸(homeroom)이라는 고아원 절친이 있다. 이름 그대로 고향 같은 친구다. 그들이 머문 고아원 샤워실에는 샤워기가 세 개 있었다. 하나만 따뜻한 물이 나왔다. 하루는 나와 홈룸이 샤워줄 꼴찌에 섰다. 내 앞에 서 있던 홈룸이 온수 샤워기를 지나쳐 냉수 샤워기 아래 섰다. 홈룸은 자신의 친구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랫동안 따뜻한 물로 온몸을 적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따뜻한 물이 벽처럼 나를 에워쌌다. 전에는 그렇게 한참 동안 온수 샤워를 해본 적이 없었다." (228) '나'는 그때 일을 회상하며 육신은 보이지 않지만 영혼이 늘 함께 있는 그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네가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 내가 말했다. "우리가 만난 뒤로, 처음 같이 변기 위에서 라디에이터에 걸터앉았던 이후로, 난 한 번도 완전히 외로웠던 적이 없어. 네가 나를 떠난 후에도 말이야. 그전에는 내 삶에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누군가 내가 따뜻한 물에 샤워할 수 있도록 냉수 샤워가 아래서 오래 견뎌준 덕분에, 나는 다시는 진정으로 외롭지 않게 되었어."(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09 #코스모스가능한세계들 6일차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는 칼 세이건만큼 서술이 매력적이지 않다. 세이건의 서술법은 생명의 오디세이를 보고 있고 우주 탐험선에 탄 기분이 들게 했다. 거의 매순간 경이로움을 접했던 것 같다. 앤 드루얀의 글은 그 정도는 아닌데, 차이가 뭘까 생각해 보니, 세이건은 보여주려 했고 드루얀은 설명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중언부언에 중구난방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빅토르 모리츠 골트슈미트는 노르웨이 과학자로 지구를 하나의 계(system)로 바라본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러시아 화학자 드리트리 멘델레예프가 다듬은 원소 주기율표를 활용해 자기만의 주기율표를 만들어 지구 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원자로와 로켓에 쓰일 초록 보석, 감람석을 연구하여 우주 화학의 길을 열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생명의 기원에 관여했을 법한과 복잡한 유기 분자들에 관한 논문을 쓰고 눈을 감았다. 그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자신의 유해를 화장해서 그 재를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한 ‘감람석‘ 단지에 담아 달라고. 무릇 모든 생명은 재에서 태어나 재로 돌아간다. 다음 글은 화학자의 유머 코드를 보여주는 재미난 일화이다. 나는 무엇을 고를까.



나치가 노르웨이를 쳐들어오기 전날, 골드슈미트는 보호복을 입고 사이안화물(청산가리) 캡슐을 몇 개 만들었다. 그리고 게슈타포가 잡으러 올 때를 대비해서 캡슐을 늘 몸에 숨겨 지니고 다녔다. 어느 동료가 그에게 자신도 하나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골드슈미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독약은 화학 교수를 위한 거라네. 자네는 물리학자이니까 밧줄을 쓰게."(124) 



- P12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1-01-12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밧줄은 시간이 걸리고 괴로울 듯합니다 청산가리는 조금만 먹어도 바로 죽잖아요 그건 소설에서 봤지만...


희선
 
둘이라서 좋아
김응 지음, 황정하 그림 / 창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06 매일 시읽기 100일  

둘이라서 좋아 
- 김응 

짜장면이랑 단무지랑 
젓가락이랑 숟가락이랑 
연필이랑 지우개랑 
꽃이랑 나비랑 
악어랑 악어새랑 
자물쇠랑 열쇠랑 
빨래랑 빨래집게랑 
실이랑 바늘이랑 
나랑 동생이랑 
둘이라서 좋아 


매일 시읽기 100일. 감개무량 대신 내게 온 감정은 나, 미친 거 아님? 진정 100일? 이라는 놀라움이다. 100일째 읽는 시로는 내가 ˝명랑하게 써내려간 가난한 날들의 기록˝이라고 썼던 김응 시인의 ˝둘이라서 좋아˝를 골랐다. 왜냐. 어린이의 세계는 늘 초심을 떠올리게 하니까.

2020년 9월 29일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시작으로, 작심삼일의 마음으로 매일 시읽기에 돌입했다. 시의 난해함과 답답함은 여전하지만, 내 사유의 깊이가 그다지 깊어지지도 않았지만, 시를 읽는 동안만큼은 고요와 사색과 행복에 젖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날마다 시읽기를 올린 덕분에 알라딘 친구들이 생겼다. 그들을 통해 나의 시세계가 조금 넓어졌다. 그래서 또 좋았다.

100일 동안 서른 일곱 권의 시집, 서른 네 명의 시인, 다섯 명의 가수를 만났다. 완독 시집보다 비완독 시집이 더 많고, 완독은 했으나 소화하지 못한 시들은 훨씬 많다. 괜찮다. 시에 머물던 그 시간과 감흥이 내 몸에 새겨졌으니.

심보선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메리 올리버 / 완벽한 날들 / 천 개의 아침 
기형도 / 잎 속의 검은 잎 ​나희덕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그곳이 멀지 않다 
나훈아 / 테스형 
알렉산더 포프 / 포프 시선 
박노해 / 참된 시작 
권혁웅 / 마징가 계보학 
보들레르 / 악의꽃(문예출판사)(민음사) 
에밀리 디킨슨 /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김응 / 둘이라서 좋아 
루이스 글릭 / 야생 붓꽃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두이노의 비가 
허연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나태주 / 풀잎을 담기 위하여 
김선우 /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영랑 / 오 메 단풍 들것네 
황인숙 /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최백호 / 낭만에 대하여 
박준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박제영 / 식구
김건모 / 서울의 달 
이원하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하이 / 홀로 
김기덕 / 김치 
앨프리드 테니슨 / 눈물이,부질없는 눈물이 
안도현 시인 /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김준태 / 참깨를 털면서 
최승자 / 이 시대의 사랑 
김지하 / 애린 1, 2
새얼백일장 중등부 시 차상 / 소란 
서정주 / 80소년 떠돌이의 시​
함민복 / 말랑말랑한 힘 
이규리 / 당신은 첫눈입니까 
김행숙 /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강산에 / 툭툭탁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미자야와 겐지 / 비에도 지지 않고 
강성은 / Lo-fi​
박두진 / 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1-01-07 0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일째라니 축하합니다 날마다 뭔가 하기로 하면 며칠은 재미있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하기 싫기도 하죠 그래도 하면 기분 좋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시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보는 것뿐 아니라 생각도 하시겠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1-08 09:36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시읽기 덕에 희선님도 알게 됐네요. 이제 좀 천천히 읽으려구요^^
 
Lo-fi 문학과지성 시인선 511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0105 매일 시읽기 99일 

채광 
- 강성은  

창문에 돌을 던졌는데 
깨지지 않는다 

생각날 때마다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 

밤이면 더 아름다워지는 창문 

환한 창문에 돌을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 

어느 날엔 몸을 던졌는데 
나만 피투성이가 되고 
창문은 깨지지 않는다 

투명한 창문 
사람들이 모두 그 안에 있었다 


오늘은 다시 강성은 시집 《Lo-fi》. 2005년 데뷔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2018년 제26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이다.

새해 벽두에 이 시집을 눈으로는 다 읽었다. 그렇게 읽고 내가 느낀 점을 1월 2일 시읽기에서 이렇게 썼다. ˝죽은 자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준 시인. 시인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서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떠난 이들의 입 노릇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좀 아프고 꽤 먹먹하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닌 세 글자가 있었다. 세 월 호. 2014년 4월 16일. 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면 대개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미안함. 죄책감. 무력감. 우울감. 이 참사는 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일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 정말로 무슨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어 그런 건지 나는 아주 많이 궁금하다. 제삼자인 나조차 이렇게 궁금한데, 당사자들과 그 당사자들의 부모들과 자식들과 친지들의 의문이야 오죽할까. 속이 타들어갈 것이다.

대산문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강성은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시집 이후 5년 사이 벌어진 사건들 중 세월호 참사와 문단 내 성폭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 . 시에 암울한 세계가 많이 담겼다 . . . 이 세계가 이미 사후 세계가 아닌가 싶다.”

세월호 사건을 겪고 나는 누구라도 좋으니 그 일을 글로 써 주길 바랐다. 강성은 시인은 자신이 잘 휘두르는 시라는 무기로 시커먼 바다 속과도 같은 그 끔찍하고 무서운 세계를 투명하게 그리고 있다. 그가 휘두르는 칼끝은 매섭고 시리고 아득하다.

아무리 돌을 던져도 나와 너를 가르는 창문이 꿈쩍도 하지 않는 세상은 시인의 말대로 ˝이미 사후 세계˝일지 모른다. 두드리면 열려야 하고 던지면 깨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제 한 몸이라도 던질 밖에.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를 쳤을 때 깨지는 것은 바위가 아니라 계란이다. ˝나만 피투성이가˝ 되고 만다. 이 시구에서 뜨끔하고 따끔했다가, 다음 연의 ˝투명한 창문 / 사람들이 모두 그 안에 있었다˝에서 서늘해지고 섬뜩해졌다. 내가 저 투명한 창문 안쪽의 사람들, 즉 방관자들 중 한 명이 아닌가 해서.

시인의 말따나 ˝암울한 세계가 많이 담겨˝ 있어 이 시집을 읽는 일은 유쾌함보다 불편함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내 속의 양심이 계속 말을 걸기 때문이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이 세계를 사후 세계로 만드는 우는 되도록 삼가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