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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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체는 싫어하지 않으나 여행 준비는 걍 귀찮아 하는 사람으로서 여행 준비만으로 설렘과 만족을 동시에 거머쥐는 행운아라니. 얼른 읽고 슈퍼바이백으로 내놓으려 했으나, 내가 몰라 참조해야 할 여행준비기술 땜에 묵혀 두기로. 이런 사람은 못되겠으니 이런 친구를 옆에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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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21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같은 시절이 길어지니 정말 강렬하게 여행준비하고 싶어지네요!ㅎ 즐거운 하루되시구요!ㅎ

행복한책읽기 2021-01-21 12:25   좋아요 1 | URL
ㅎㅎ 막시무스님도 여행을 꿈꾸며 즐건 하루요~~~^^
 

20210121 시라는별 4 

불화하는 말들 12 
- 이성복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사고밖에 안 나와요. 
예술은 불화에서 나와요 
불화는 젊음의 특성이에요

나이 들어 좋은 글을 쓰는 건 
정신이 젊다는 증거예요. 
젊지 않으면 쓰나 마나 한 글, 
써서는 안 되는 글을 쓰게 돼요 .

우리가 할 일은 
자기와 불화하고, 세상과 불화하고 
오직 시하고만 화해하는 거예요. 
그것이 우리를 헐벗게 하고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을 안겨다줄 거예요. 

syo님 페이퍼에서 이성복 시인의 <<불화하는 말들>>을 낚시질해 중고로 구입해 읽고 있다. 부제가 ‘이성복 시론‘이어서 무언가 했더니 ˝2006년과 2007년 사이 시 창작 강좌 수업 내용을 시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시처럼, 잠언처럼 읽히는데 삼분의 일쯤 읽은 나의
소감을 말하자면, 히야, 시인은 역시 아무나 될 수 없구라 라는 새삼스런 깨달음과 시를 이 시인의 말대로 꼭 ˝모호하게, 여운이 남게˝ 써야 하는가 라는 대들고픈 의문이다. ㅋ

syo님은 이 시론집을 오래 묵혀 한 30년 벗하며 살 수 있겠다더마, 흠흠흠, 아무래도 내게는 30년까지야 싶다.  

이성복 시인은 52년생이다. 대학 시절 이 분 시를 좋아해 읽고 다니던 동기생들이 몇 있었다. 나는 훨씬 뒤에야 이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펼친 독자이다. 시와 산문으로 접한 이성복 시인은 언제나 젊게 느껴졌었다. 만년 청년인가 했더니 52년생! 올해 나이 70! 그런데 이
시론집에서 발견한 위의 저 시론을 읽고 이성복 시인을 만년 청년이라 부르기로 했다.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

˝불화는 젊음의 특성.˝ 불화하되 꼰대짓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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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1-2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년 벗할 수 있겠구나- 해놓고 팔아치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벗할 수는 있겠지만 벗하지는 않겠다....

행복한책읽기 2021-01-21 09:56   좋아요 0 | URL
헐. 그럼 스요님이 팔아치운 책을 지가 또 낚시질한 걸까용 ㅋㅋ

syo 2021-01-21 09:58   좋아요 1 | URL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ㅎㅎㅎㅎ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읽은 책은 자꾸만 팔아치우게 되네요.....

희선 2021-01-2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하고도 세상하고도 불화해야 언제나 젊겠습니다 자기 고집이 되지 않게 해야 하니 그것도 쉽지 않겠네요


희선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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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여는 것이 아깝지 않았던 책. 내 집의 어린이, 내 안의 어린이를 들여다보고 돌보게 해준 책. 더 나아가 대한미국 전세계의 어린이 인권까지 생각하게 만든 책. 별 기대 없이 펼쳤다가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 마음이 훈훈해지고 든든해졌다. 김소영샘 짱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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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시라는별 3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 강성은 

잠든 사이 붉은 가로등이 켜졌다
붉은 가로등이 켜지는 사이 달에 눈이 내렸다
달에 눈이 내리는 사이 까마귀가 울었다
까마귀가 우는 사이 내 몸의 가지들은 몸속으로만 뻗어갔다
몸속에 가지들이 자라는 사이 말들은 썩어 버려졌다
말들이 썩어 버려지는 사이 나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었다
구두를 신는 사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여름이 오는 사이 도시의 모든 지붕들이 날아갔다
도시의 지붕들이 날아가는 사이 길들도 사라졌다
길들이 사라지는 사이 지붕을 찾으러 떠났던 사람들은 집을 잃었다
그사이 빛나던 여름이 죽었다
여름이 죽는 사이 내 몸속에선 검은 꽃들이 피어났다
검은 꽃이 피는 사이 나는 흰 구름을 읽었다
흰 구름을 읽는 사이 투명한 얼음의 냄새가 번져갔다
얼음 냄새가 번지는 사이 나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었다
열두 켤레의 구두를 더 시는 사이 계절은 바뀌지 않았다
구두의 계절이 계속되는 사이
나는 구두의 수를 세지 않았다
구두 속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강성은의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도서관에서 대출해 몇 편을 읽었다. 2005년에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지난번에 읽은《Lo-fi》보다 훨씬, 훨~~~~씬 난해하고 모호한 시집이다.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과 상징들을 시 속으로 가져와 낯설고 어두운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려주는 것이다.˝ 라고 출판사 서평에 나와 있는데, 아름다운 건 모르겠고 낯설긴 분명 낯설다.

추천평을 쓴 남진우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초현실적이고 부조리하기도 하고 인과율이 파괴된 즉흥성과 기발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성은 시인의 이야기에 ˝매혹적인 중독성˝이 있다고 평하는데, 아, 나는 이 이야기에 중독되지 못할 것 같고, 않을 것 같다. 시가 내 이해 범위를 너무 벗어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시집에 손길이 안 가게 된다는 것.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끝말 잇기 같은 시다. 도무지 잘 모르겠는 연속적인 끝말 잇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마지막행 ˝구두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이다. 화자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고˝ 그 ˝구두 속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꽁꽁 가두었다. 가련하다.

《Lo-fi》에서는 막연하나마 물 밖으로 종종 얼굴을 내밀던 죽음의 이미지가 이 시집에서는 물속을 유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둡고 더 몽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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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1-19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어렵네요 이 시집은 못 봤지만, 《Lo-fi》는 봤어요 그건 괜찮게 보기는 했어요 시집을 볼 때 저는 시가 아주 어렵지 않기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희선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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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시라는별 2

불편으로  
- 이규리 

불빛을 좀 낮춰주세요

내가 아프니 그들이 친절해졌는데요 

그러지 말아요 
아픔을 가져가지 말아요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니 
상처가 사탕인가 해요 

태생들은 불편이었을까요 

불편을 들이며 그만한 친구도 없다 생각했는데 
이게 그거 
별일 아니라는 듯 
별이라 불러보려 했는데 

그 별 다치게 한다면 멀게 한다면 

일찍 늙어버린 사람 
마치 그러기를 바란 사람처럼 
별과 별 사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다고 그랬을까요 

손톱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한 생각을 물어뜯도록 

괜찮아요 절룩이며 
여기 남을게요 

불편이 당신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끌 수 있다면 
별을 헤듯 

그래요 여기 남아서 말이죠 


작년(벌써 작년) 첫 눈 내릴 때(2020.12.13) 당도한 이규리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를 해를 넘겨 한 달이 넘게 들여다보고 있다.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거의 포기 상태. ㅋ

‘불편으로‘ 시 좋다. 시어들이 쏙쏙 들어온다.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니 / 상처가 사탕인가 봐요˝ 라는 구절을 읽고 피식 웃었다. 상처가 사탕이면 무슨 사탕이려나, 사탕은 대개 달달한데, 달달한 상처가 있던가. 씁쓸한 맛이 나는 사탕이 무엇이더라, 아하, 혹 홍삼 캔디??

모든 관계는 크든 작든 ‘불편‘하다. 세상 편한 관계는 세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론 기꺼이, 때론 마지못해 그 ˝불편을˝ 내 삶에 들인다. 기꺼이 일 경우에는 불편보다 행복이 큰 탓일 테고, 마지못해 일 경우에는 피치 못할 사정 탓일 게다.
그 불편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고 ‘별˝이라 부르며 ˝그 별˝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럼그럼. 우리는 누구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별과 별 사이.˝ 그 사이는 ˝가늠˝이 되지 않는 거리. 멀리서 보면 굉장히 가깝고, 가까이서 보면 아득히 멀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와 이미지가 겹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시의 화자 역시 섬이자 별인 그에게 닿고 싶다. 관계는 불편을 담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끊고 독야청청 살아가기도 만만찮다. 그런 삶이 아름답기도 어렵다. 허니 다리를 절뚝거리더라도 ˝여기 남아˝ ˝별을 헤듯˝ 관계를 이어갈 밖에. 그러니 별들 여러분, 내가 들여다보게 ˝불빛을 좀 낮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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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28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사야 할 것 같아요. 책 님 때문에!! 세뇌되는 거 같음;;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1-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세뇌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