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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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시라는별 2

불편으로  
- 이규리 

불빛을 좀 낮춰주세요

내가 아프니 그들이 친절해졌는데요 

그러지 말아요 
아픔을 가져가지 말아요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니 
상처가 사탕인가 해요 

태생들은 불편이었을까요 

불편을 들이며 그만한 친구도 없다 생각했는데 
이게 그거 
별일 아니라는 듯 
별이라 불러보려 했는데 

그 별 다치게 한다면 멀게 한다면 

일찍 늙어버린 사람 
마치 그러기를 바란 사람처럼 
별과 별 사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다고 그랬을까요 

손톱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한 생각을 물어뜯도록 

괜찮아요 절룩이며 
여기 남을게요 

불편이 당신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끌 수 있다면 
별을 헤듯 

그래요 여기 남아서 말이죠 


작년(벌써 작년) 첫 눈 내릴 때(2020.12.13) 당도한 이규리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를 해를 넘겨 한 달이 넘게 들여다보고 있다.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거의 포기 상태. ㅋ

‘불편으로‘ 시 좋다. 시어들이 쏙쏙 들어온다.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니 / 상처가 사탕인가 봐요˝ 라는 구절을 읽고 피식 웃었다. 상처가 사탕이면 무슨 사탕이려나, 사탕은 대개 달달한데, 달달한 상처가 있던가. 씁쓸한 맛이 나는 사탕이 무엇이더라, 아하, 혹 홍삼 캔디??

모든 관계는 크든 작든 ‘불편‘하다. 세상 편한 관계는 세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론 기꺼이, 때론 마지못해 그 ˝불편을˝ 내 삶에 들인다. 기꺼이 일 경우에는 불편보다 행복이 큰 탓일 테고, 마지못해 일 경우에는 피치 못할 사정 탓일 게다.
그 불편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고 ‘별˝이라 부르며 ˝그 별˝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럼그럼. 우리는 누구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별과 별 사이.˝ 그 사이는 ˝가늠˝이 되지 않는 거리. 멀리서 보면 굉장히 가깝고, 가까이서 보면 아득히 멀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와 이미지가 겹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시의 화자 역시 섬이자 별인 그에게 닿고 싶다. 관계는 불편을 담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끊고 독야청청 살아가기도 만만찮다. 그런 삶이 아름답기도 어렵다. 허니 다리를 절뚝거리더라도 ˝여기 남아˝ ˝별을 헤듯˝ 관계를 이어갈 밖에. 그러니 별들 여러분, 내가 들여다보게 ˝불빛을 좀 낮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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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28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사야 할 것 같아요. 책 님 때문에!! 세뇌되는 거 같음;;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1-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세뇌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