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4 메그웨치  

상반기가 아직 한참 남았지만(물론 금세가 되겠지만)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땋으며 는 2021년 상반기 독서목록 최고 책이 될 것 같다. 한 번도 듣지 못한 북아메리카의 창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눈에서도 키머러 교수의 학생들처럼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24) 그 불꽃은 책을 덮고서도 꺼지지 않았고 내 안에서는 이런 목소리의 터져 나왔다. 어쩔. 이리 흥미로워도 되는겨. 이리 아름다워도 되는겨. 이리 뜨거워져도 되는겨. 

"나는 과학의 '드러냄'에 뿌리 내리고 토박이 세계관에 기반한 이야기의 렌즈를 길잡이로 삼는 세상을 꿈꾼다. 물질과 영혼에 고루 목소리를 부여하는 이야기 말이다."(504) 

"모든 존재의 사람됨이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동식물을 표기할 때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기를 고집한 식물학자의 이야기 덕분에 이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아주 커졌다. 나는 교인이 아니다 보니 식사를 하기 전 감사 기도 의례를 갖지 않는다. 그저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만 한다. 이 책의 완독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날, 아들과 아침을 들기 전(딸은 늦게 일어난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쏟아졌다.

"밥님 감사합니다. 미역님 감사합니다. 배추님 감사합니다 .시금치님 감사합니다. 브로콜리님 감사합니다. 고기님 감사합니다." 

아들이 재미 있어하며 따라했다. 저녁 때 이 과정을 빼먹고 내가 숟가락을 들려고 하자 아들이 일러주었다.

"엄마, 그거 빠졌잖아요."

"응? 뭐가?"

"그니까, 아침에 했던 거, ~님 감사합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에 니가 해봐."

아들은 상에 차려진 메뉴를 차례차례 호명하며 감사를 드린 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맛있는 것들을 차려준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아호. 감동의 쓰나미. 이 책을 읽으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이런 감사의 마음이 자연스레 솟구친다. 메그웨치 키네 게고(어떤 말로도 충분히 감사할 수 없어요). 나는 이 의례를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또하나의 감사의 말을 덧붙여. "이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게 일해주시는 아빠에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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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4 1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들 최고네요 밥님 브로콜리님 미역님 ㅋㅋㅋ편식안하는 착한 아들 행복한 책읽기님 신사임돵 이셨어 ^ㅎ^

행복한책읽기 2021-02-24 22:58   좋아요 1 | URL
편식합니다. 각종 채소는 엄마 몫이라죠. ㅋㅋ

막시무스 2021-02-24 16: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도 잘 버텼는데, 사람을 감사하게 만드는 이 리뷰에는 버틸수 없네요!ㅎ 땡투 드리고 구매완료입니다!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행복한책읽기 2021-02-24 23:01   좋아요 2 | URL
와. 막시무스님 낚이셨다요. 작전 성공 ㅋ 이 책 넘 좋아요.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인간 중심적 사고를 조용히 나무라며 지속 가능한 공존을 제시합니다. 머리도 때려주고 가슴도 적셔주는 고마운 책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02-24 1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막시무스님! 제가 알라딘 서재를 좋아하는 이유!! 이렇게 서로 좋은 글로 살찌우고, 지갑은 얇게 만드는^^ 으쌰하며 책사랑 나누는 분위기! 즐독하세요

막시무스 2021-02-24 19:28   좋아요 3 | URL
살은 지금도 충분히 찌워진 상태라서 정중히 사양하지만, 맘속의 살은 근육으로 튼튼허니 만들고 싶네요! ㅎ

일단, 3월달에 내기 테니스는 무조건 이겨서 밥값, 치맥값 등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얇아진 지갑은 최대한 방어해 보겠습니다.ㅎ

즐건 저녁 시간 되십시요! 북사랑님!ㅎ

행복한책읽기 2021-02-24 23:05   좋아요 2 | URL
와우. 저 오늘 이래저래 바빠 이제야 북플 들어와 보는데 두 분 여서 대화나누시는 모습 넘 좋습니다요. 막시무스님 댓글은 진짜 센스가 넘치심요. 테니스로 몸근육 맘근육 탄탄한 막스(마르크스?? ㅋ)라 불러드리겠슴요^^

희선 2021-02-25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먹어요 여러 가지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텐데... 일본 사람은 늘 밥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 해요 세상에는 고맙게 여길 게 많은데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사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2-25 09:10   좋아요 0 | URL
그럼 오늘부터 잘 먹겠습니다 시작해요~~~^^

han22598 2021-02-25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eing...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소중함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기독교이라서..이러한 마음이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2-25 09:15   좋아요 0 | URL
격하게 동의합니다. 그러나, 신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선물해 주셨으나 증오하는 마음과 해하는 악까지 주신 것 같아요. ㅠㅠ 이 책은 참 좋아요. 이 저자 같은 맘과 행동으로 사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이 더욱 평화로워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