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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20201225 매일 시읽기 88일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 행복한책읽기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엄마 뱃속별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봐
넌 그보다 더 먼먼 별에서 온
아이 같아
널 보고 있으면 난해한 숙제를
떠맡은 기분이야
풀고 풀고 또 푸는데도 답은 계속
오리무중이야
네 눈을 들여다보노라면 미로를
걷는 느낌이야
반짝거리는 별들 중에 네 별은
어디 있을까
엄만 그 별에 어서 닿고 싶구나
그 마음 너는 알까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이들은 엄마 잔소리 없이 아무거나 할 수 있는 일탈권을 얻어 각자의 방에서 게임과 유튜브 방송에 심취 중이다. 나는 11월 2일부터 시작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오늘자로 (54일차) 부록과 역자의 글만 남겨놓게 되었다. 아싸!!!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어린왕자처럼 진짜 별에서 온 이들도 있겠으나, 우리는 사람을 귀하게 생각할 때 ‘별과 같은 존재‘라고 하거나 위대한 사람이 이승을 떠났을 때 ‘별이 된 그‘라고들 한다. 나는 이런 표현이 그저 문학적 수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코스모스>>를 읽고 우리 은하의 별들과 인간이 진짜로 먼지에서 시작해 반짝거리는 구체와 의식을 가진 존재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458)
이런 사실을 알아낸 인간의 지성도 놀랍지만, 그 이전 과학적 사실을 몰랐을 때도 우리가 별의 자녀들일지 모른다는 것을 말과 글에 담아낸 인간의 상상력과 문학성 또한 놀랍지 않은가.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마지막장에서 별에서 탄생한 인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별 내부에서 진행된 연금술이 수소를 태워서 성공적으로 합성한 재가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이 재가 의식을
갖춘 존재로 둔갑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참으로 놀라운 일들을 많이도 해냈다. 글자를 발명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예술과 과학을 발달시켰으며, 급기야 다른 행성과 별에 우주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것들이 150억 년 우주의 역사 안에서 수소 원자가 이룩해 낸 놀라운 업적의 일부였다.˝(674)
위의 저 시는 2014년 아들이 다섯 살일 때 결혼식장 한 켠에 있던 초승달 기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다. 나의 아들은 또래보다 더디 자라는 아이다. 지금은 좀 컸다고 엄마아빠를 괴롭히는 짓을 훨씬 덜하지만, 저 시절만 해도 사람 많은 데 가는 것이 무서울 만큼 이른바 말질이 장난 아니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고쳐지지 않아 저 아이는 보통의 아이와는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진심
생각했더랬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 것은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부모가 제대로 몰랐던 탓이 컸다.
˝과학하기 규칙. 첫 번째는 신성불가침의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가정이란 가정은 모조리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 과학에서 권위에 근거한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두 번째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무조건 버리거나 일치하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있는 그대로 이해돼야 한다.˝(660)
나는 세이건의 이 글을 읽으면서 ˝과학하기˝를 ˝육아˝로 ˝코스모스˝를 ˝아이˝로 바꿔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느꼈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 그랬다.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모습 자체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하자 너무 멀어 도저히 닿지 않을 것만 같던 그 별이
중력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세상살이 10년차에도 여전히 산타크로스가 있다고 믿는 아들은 산타에게 편지를 썼고, 멸종된 공룡들을 소환하여 엄마의 중계 방송 아래 공룡 배틀10회전을 치렀다. 나는 이런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며 나만의 육아법을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