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車업계 ‘10개 사단’으로 재편? |
한바탕 ‘헤쳐모여’ 치른 자동차社들 미국·유럽·일본·한국 중심으로 |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
‘벤츠와 크라이슬러’, ‘포드와 볼보’, ‘현대와 기아’ 등의 공통점은? 바로 ‘한 지붕 여러 가족’이라는 점이다.
20세기 초 수없이 난립했던 자동차회사들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한바탕 ‘헤쳐모여’를 진행했다. 최근 들어 어느 정도 합병이 마무리된 뒤 세계 자동차업계는 크게 10개 ‘사단’으로 재편됐다. 하나의 사단 아래서 개별 ‘부대’(브랜드)들이 상호 경쟁하는 셈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회사는 크게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의 ‘빅3’와 BMW, 르노-닛산, 푸조-시트로엥, 폴크스바겐-아우디, 도요타, 혼다, 현대-기아 등 10개 집단이 거대 사단으로 경쟁하고 있다. 거론되지 않은 회사는 대부분 이 중 하나의 제품군에 속해 있는 셈이다.
우선 GM 산하에는 캐딜락과 시보레, 뷰익, 올즈모빌, 폰티악, 새턴, 험머 등 미국 내에서 성장한 브랜드가 포진한 가운데 스웨덴 사브, 호주 홀덴, 독일 오펠, 일본 스즈키, 한국 GM대우자동차가 대륙별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
이와 달리 포드의 지붕 아래에는 링컨과 머큐리 등 미국 내 브랜드 외에 일본 마쓰다, 스웨덴 볼보, 영국 재규어와 랜드로버, 그리고 애스톤마틴 등이 산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포드의 경우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대부분을 가져간 점이 특징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세계 최고급차로 유명한 마이바흐와 메르세데스벤츠, 스마트, 그리고 2차 대전 군용차로 명성을 떨쳤던 지프와 닷지 등이 뭉쳐 있다. 물론 크라이슬러도 하나의 브랜드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한때 국내에서 현대자동차와 인연을 맺었지만 현재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미국 ‘빅3’가 주로 대륙별 주요 자동차기업을 인수, 다국적기업이 된 것과 달리 유럽은 크게 국가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의 PSA는 푸조와 시트로엥을 산하 브랜드로 두고 있으며,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포르셰, 그리고 이탈리아의 부가티, 영국의 벤틀리, 스페인의 세아트, 체코의 스코다 등이 모여 있다.
반면 BMW는 BMW 외에 미니(Mini)만을 산하에 두고 있다. 유럽 메이커 가운데 르노는 일본 닛산과의 제휴를 통해 연합전선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다시아(Dacia)와 한국의 르노삼성의 대주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닛산이 인피니티를 고급 브랜드로 운용하고 있다.
일본 최대 업체인 도요타는 일본 내 다이하쓰와 북미 렉서스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혼다는 미국 내 아큐라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는 현대와 기아를 각각 개별 브랜드로 경쟁시키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BMW, 현대기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하에 여러 개의 브랜드가 각각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떠오르는 대륙 중국의 경우 지분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중국 내 8대 업체를 면면히 보면 마치 거대 해외 자동차기업의 대리전을 방불케 한다. 포드는 포드차이나를 통해 중국 내 장안자동차와 손을 잡고, 장안포드를 운영 중이다.
또 GM은 상하이GM을, 현대는 북경현대를, 기아는 동열달기아를, 폴크스바겐은 상하이폴크스바겐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수많은 회사가 해외와 제휴선을 맺고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내 자동차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업계가 거대 회사로 바뀌는 것은 무엇보다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뭉칠 경우 자동차 개발비용 절감은 물론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홀로 버티려면 그만큼 판매량이 보장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차종별 제품경쟁력 차이가 좁혀진다는 점에서 자동차기업의 대형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 90년 이후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인수 합병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재편된 것 같지만 앞으로는 대형사와 대형사가 한 울타리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업체 간 통합으로 자동차의 성능이나 품질력도 평준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사실 거대 자동차회사의 출현은 제품 경쟁력 저하라는 측면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대신 개발비용 절감으로 더 다양하고 세분화 된 차종이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