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볼일 없는 블로그를 즐겨찾는 분이 87분이나 된다...

놀랍다. 대체 왜?

저한테 아무 말 않고서 여길 오시는 분들은 대체 왜 오시는 거지요 ^^

여기 떡도 없고 고구마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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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12-1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딸기 좋아하는데~~~~

딸기 2004-12-1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

브리즈 2004-12-1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딸기 먹으면서 알라딘 들여다보고 있답니다. ㅎㅎ..

딸기 2004-12-1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지금 무슨 딸기를 먹어요! 한겨울에...
 
예루살렘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지음, 이동진 옮김 / 그린비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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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대 종교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라고 알고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지만, '3대 유일신교'라고 하면 통상 불교 대신 유대교를 집어넣는다. 이 세 종교는 모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과 함께, 구약성경이라는 공통의 텍스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유독 서로간에 분쟁과 갈등을 많이 일으켰던 종교들이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서로 얽혀 있는 종교들이기도 하다. 얽혀있는 정도가 아니라 물고뜯고 싸우는 점에 있어서는 이 세 종교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 책은 '예루살렘'을 키워드로 해서 세 종교의 역사를 훑어보고, 세 종교의 신도들이 예루살렘이라는 지역에 대해 갖고 있는 특수한 관념을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인인데, 이름과 약력으로 볼 때 그리스 계인 듯하다. 종교학자이고, 동방기독교(정교) 계열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약력을 통해 추측할 때 그렇다는 것일 뿐, 책에는 저자의 종교를 직접적으로 암시해주는 구절은 없다. 적어도 각 종교에 대한 설명에선 '객관성'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저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순서(이는 저 종교들이 탄생한 순서이기도 하고, 저 종교를 믿는 세력들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순서이기도 하다)에 따라 예루살렘과 각 종교의 독특한 역사적 관계를 설명한다. 물론 예루살렘은 '키워드'일 뿐,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카테고리를 훨씬 넘어선다.
1부 '유태인 역사에서 본 예루살렘의 의미'에서는 유대인-유대교의 역사와 함께 팔레스타인 지방의 고대사를 두루 훑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 '솔로몬왕의 재판' 따위의 일화로만 알려져 있는 다윗왕과 솔로몬왕. '정치가 다윗' '권력자 솔로몬'의 면모를 비롯해, 면모를 비롯해 고대국가로서 이스라엘의 독특함(신정체제)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더불어 저자는 유태인들이 갖고 있는, 역시나 독특한 숙명적 역사관을 설명하는데에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다윗왕가의 부활과 예루살렘 귀환'을 핵심으로 하는 유태인들의 예정설에 가까운 역사관은, 그들이 예루살렘에 목숨 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고리이기도 하다.

2부는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바라본 예루살렘을 다룬다. 동로마제국을 중심으로 한 동방기독교의 역사, 십자군 운동을 비롯한 '서방'의 움직임도 등을 다루면서 기독교 내부의 신학적 논쟁도 소개하고 있다. 3부는 '이슬람 역사에서 본 예루살렘의 거룩함'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예루살렘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역시 이슬람권 전반의 역사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3대 유일신교를 교차 서술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다. 이들 세 종교의 접점이 예루살렘 뿐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중동분쟁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저술은 충분히 의미있는 작업이다. 더우기 이슬람교가 유대교와 기독교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그닥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일반 독자들에게 중동의 상황을 알려주는 제법 훌륭한 개론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번째로, 이 책은 극히 드물게도-- 국내 번역자와 출판사의 지극정성으로 부가가치가 엄청 높아진 책이라는 점이다! 문장이 매끈한 것은 물론이고, 페이지마다 아랫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충실한 각주는 모두 역자가 붙인 것. 거의 감동적...이라 할 정도의 성실성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책이 갖고 있는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뒷부분에는 국내 학자가 쓴 보론을 첨가해놨다. 책은 1967년 3차 중동전쟁까지만 다루고 있는데, 그 이후 상황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뿐만 아니라(이건 원저자의 노력이겠지만) 중동지역 약사와 각 종교그룹의 왕계표, 참고연표를 실어놨기 때문에 중동사 개론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문제가 있다면, 예루살렘의 최근사(20세기 초~1967년)를 다룬 4부. 저자는 전반적으로 종교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정치경제적 배경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현대 이스라엘의 탄생을 '아랍권의 과실'로 보는 견해를 갖고 있다. 오스만의 지배에서 갓 해방된 아랍인들이 제국주의와 결탁한 유태인들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또한 '역사적 사실'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도 나한테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저자는 오스만 치하에서 망가진 예루살렘을 영국 점령당국이 훌륭하게 정비했다고 했는데, 일제가 개판 5분전이던 조선에 철도를 놓았다는 논리와 똑같다. 또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전 유태인 민병대가 아랍인들을 학살했던 것은 쏙 빼놓은채 '아랍인들이 폭력적으로 유태인을 죽였다'고만 서술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사실상 왜곡해버리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은 책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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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8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2-1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별 셋이어야 할까요. 저도 고민을 했었는데...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표지에 '퓰리처상에 빛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자랑할 만하다. 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 하는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퓰리처'라는 말이 붙은 책 중에서 별 볼일 없는 책은 없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퓰리처'가 붙은 이 책은 필히 훌륭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을 펼쳤고, 책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는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와 밀도를 동시에 갖춘 책이고, 영화 식으로 말하면-- 오락성도 작품성도 모두 별 다섯 개짜리다.

생리학박사인 저자는 '과학자'다. 이 책은, 과학자인 저자가 세계사를 과학적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라고 정리하면 되겠다. 저자는 한 뉴기니인의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째서 뉴기니인들은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지 못했을까? 어째서 뉴기니인들이 유럽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뉴기니를 정복하게 됐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갖고 있을 역사적 불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 저자는 출발한다.

저자는 고고학, 고생물학, 진화생물학, 지질학, 기후학 등을 아우르는 학제간 연구의 성과물을 종합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구세계(유라시아)에 비해 인간의 정주가 늦어졌던 신세계(남북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등)에서는 인간의 도래와 함께 대형 포유동물이 멸종했고, 따라서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작물화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인구규모의 차이와 함께 사회/정치조직의 발달 수준에서도 차이를 불러왔다는 것이 저자가 찾아낸 답이다.


이렇게 축약해놓으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답에 이르는 과정은 길고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자료가 구체적이고, 성실한 연구가 뒷받침 된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사례들만 놓고 읽어도 '가려진 역사'를 파헤치는 재미가 넘쳐난다.

저자는 중근동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출발한 '농경사회'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유라시아의 인간을 전염병에 강한 인간으로 만들었는지, 그들이 적응에 성공한 병균들은 어째서 '신세계' 사람들을 학살했는지, 복잡한 정치사회조직을 갖게 된 인류는 어떻게 발명을 자극해 '미개한' 사회들을 전멸시킬 무서운 무기들을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한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비롯해 뉴기니, 남북아메리카, 중국 등지의 과거 생태계 특성과 역사적 발전 과정 등에 대한 풍부한 설명은 물론이고, 저자의 이야기 솜씨 또한 놀랍다.


저자는 "인종차별적 편견에 맞서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지역적 불평등은 어느 '인종'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까마득히 오랜 옛날의 자연적 지리적 자원의 불평등에 기인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종차별에 맞선다'는 것이 21세기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의문은, 외국에 대해 얘기할 때 근거도 없이 인종 혹은 민족 운운하는 한국인들의 황당한 습성은 어디에서 나왔나 하는 것이었다. 식민지를 '경영'해보기는커녕 남의 나라 식민지가 됐던 나라에서, '민족'이라는 외피를 쓰고 버젓이 살아 숨쉬는 인종차별주의는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인종차별의 직접적인 가해자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던 서방과 달리, 그리고 다민족(다인종)국가로서 현실적 고민들을 안고 있는 나라들과 달리, 유라시아 끄트머리에 달린 우리나라는 뭐니뭐니 해도 단일민족 국가다. 인종차별에 연루될 여지가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동남아 사람들은 게으르니깐" "유태인은 머리가 좋아" 이런 식의 발언들에 구토감을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그 희한한 아이큐 테스트를 지금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인종 국가로서 인종 간 지능차이를 수치화해 차별정책을 세울 속셈이 아니라면, 혹은 아이큐를 기준으로 우열교육을 실시할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뭣 때문에 중고생들을 상대로 아이큐테스트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물며, 어릴 적 많이 들었던(주로 교사들한테) "유태인들은 머리가 좋다"라는 류의 이야기, 더불어 "유태인 다음으로 세계에서 머리가 좋은 것은 한국인들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라면 여러 가지 반론을 댈 수 있겠지만, 다종다양한 인종적 편견에 맞서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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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1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해의 책'이라는 확실한 도장을 찍다니...이런이런.. 읽을 책 많아 큰일이군...암튼, 유라시아의 일원이자, 사회/정치조직이 꽤나 발달했던 우리나라는 왜 늘 정복만 당했답니까? 글구, 지적하셨듯..왜 우리나라는 그토록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에 빠져있는지, 그런 설명은 없나요?

딸기 2004-12-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그런 설명은 없지요,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가 '정복만 당했던'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중국에 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정도는 대답이 나올 겁니다. 우리나라가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저자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는 걸 마냐님도 알고 계시지 않나요. ^^ 아무튼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마냐 2004-12-1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괜한 심술인가요? 암튼, 저리도 인과관계를 잘 밝히는 똑똑한 저자에게 물어보고 싶을 뿐임다.

panda78 2004-12-1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안읽고 있었는데, 날 잡아 읽어야겠군요. ^^ 딸기님 리뷰 참 멋져요- 추천!

바람구두 2004-12-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나도 리뷰 올리려고 했었는데... 뭐라 해야할지 몰라서...

흐흐, 98년에 나온 책을 올해의 책이라고 하는 건...

그때 읽고 올렸던 리뷰를 다시 올린 건가요?

로즈마리 2004-12-1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 겠네요. 정말. ^^

딸기 2004-12-1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거는 분들이 많군요. ^^

저만의 '올해의 책'이랍니다. 랄랄라.

로쟈 2005-03-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몬드의 책 중에 <인간은 왜 섹스를 좋아하는가> 같은 것도 있는데, 왜 번역이 아직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초적으로 '섹시한' 제목인데...

수퍼겜보이 2005-09-1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한 리뷰입니다. 추천하고 가요.

장혁 2006-01-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중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다. 인종차별에 연루될 여지가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에서 외세로부터 무수한 침략을 받은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분명 단일민족이 아닙니다. 중국과 몽고, 일본 그리고 숱한 전쟁들, 얼마나 피가 섞였겠습니까? 또 아일러니하게도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단일민족의 세계최고로 우수한 민족이라는 우월성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당연히 인종차별이 생기지요.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왜 이렇게 쓰기가 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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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2-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숨은아이 2004-12-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도 리뷰를 써야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병에 걸리셨군요. ^^ 맘잡고 써버리세요. 아자!

깍두기 2004-12-1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히히 나는 오늘 두개 썼지롱~~

딸기 2004-12-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언 곳에서 양심의 북소리가 울려오는 것 같습니다.

"책이나 읽고 리뷰 운운하거라..." 하는. ^^

실은 요새 책도 많이 안 읽었거든요.
 

마냐님의 '아토피' 얘기를 읽다가.

요새 친하게 지내는 집 아이가 극심한 알러지가 있다. 우유, 쇠고기, 밀가루, 보리, 콩, 오렌지 등등... 그 애랑, 그 애 엄마랑 같이 놀러다니다 보니깐 '알러지 아이와 그 엄마'의 고통이 눈에 속속 들어온다.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 애 이름이 소라인데, 소라는 알러지 정도가 너무 심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과자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은 사람이, 손으로 소라를 만지기만 해도 두드러기에 가려움증이 생긴다. 지난번에 소라네 집에 갔는데, 소라 엄마가 내게 커피를 타줬다. 원두 커피 한잔이랑 설탕을 주면서 찬장을 뒤진다. "크림이 없네... 어디다 뒀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소라의 알러지가 그 정도로 심한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난 그냥 "괜찮다"고 하고 원두커피를 마셨다. 그 다음에는 소라네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우연히 우리집에도 우유가 떨어졌다. 미안하다고 했더니 소라엄마는 커피에 우유 안 넣는단다.
생각해보니, 소라네 집에는 우유가 없는게 당연했는데. 소라엄마가 소라 먹일 과자(알러지 없는)를 따로 사왔길래, 멍청하게도 나는 우리집에 있던 '보통 과자'를 꺼내서 내 딸과 함께 먹었다. 소라 엄마가 어렵사리 내게 말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다 먹고 나서 손을 좀 씻고 와주지 않겠느냐'고. 그때서야 알았다. 어제 겨우 두 돌이 된 소라의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소라는 우리집에 왔던 날 가려움증이 도져서 결국 울며 집에 돌아갔다. 그 뒤로는 소라가 우리집에 놀러오는 일은 없고, 우리가 소라네 집으로 놀러간다. 소라엄마가 밀가루가 아니라 남미산 무슨무슨 곡식가루로 직접 만들었다는 빵을 내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 아이가 몇시간 동안 군것질 간식 한번 먹지 않고서 놀아야 한다.

소라엄마의 걱정은 유치원. 유치원에 보내면 대부분 급식을 하는데, 소라만 도시락 싸서 보내면 어린아이가 주눅들까봐 '급식 없는' 유치원을 찾아보겠단다.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다. 급식 아니고 도시락 싸가는 곳이라 해도, 다른 친구들이 빵이나 밀가루 음식, 소라가 못먹는 것들을 분명 가지고올 것인데, 소라는 매일매일 알러지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테니. 마룻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에 닿기만 해도 벌겋게 부어오르니 참 큰일이다.
어제 소라와 함께 수족관에 갔었다. "수족관 안에선 음식을 못 먹게 되어있으니깐 안심이야". 소라엄마가 이렇게 말해서 나도 안심했는데, 수족관 나오면서 또 가려움증이 도졌다. 소라엄마 말로는 휴게코너에서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줌마 몇명이 만두를 먹는 걸 봤단다. 어딘가, 휴게실 의자라든가 바닥에, 만두 부스러기가 떨어져있었나보다.

이 정도로 알러지가 심하니 엄마아빠 고생이 말이 아니다. 술 좋아하는 소라 아빠는 집에서도 반주 한 잔씩 꼭꼭 하는데, 어느날 맥주잔에 소라가 입을 댔단다. 보리에도 알러지가 있어서, 바로 부어올랐다고. 그 뒤로 소라네 집에선 맥주는 사라졌다고 했다.
우유를 못먹으니 당연히 분유도 못 먹는다. 한 통에 4만원 가까이 하는, 유단백 특수처리를 한 특별한 분유를 먹어야 한다. 아기 때엔 모유를 먹었지만 분유가 필요할 때도 있어서 그걸 사다놓고 먹였단다. 밀가루 못 먹는 소라 때문에 요리책 보고 빵과자 만드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오늘 소라엄마가 하는 말. 자기네는 공원을 가건 동물원을 가건, 사람들이 모여서 밥먹는 곳에는 가질 못한단다. "화장실 앞이라든가, 다른 사람들이 도시락 먹으러 안 오는 곳에 가서 먹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점심을 못 먹고, 도로변 풀섶에 앉아 먹든가 차 안에서 먹어야한다니 그런 고생이 없다. 소라엄마는 법학을 전공했고 회계사 자격증도 있다. "대학원을 두 개를 나왔는데도 아무 일도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못 할 것 같아."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소라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알러지는 몸에 달린 센서같은 거니까, 소라는 그냥 센서가 민감한 아이인 거야. 몸에 좋은 자연식만 먹으니 더 건강하겠지." 바라보는 나는 소라엄마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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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4-12-1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오염..........

딸기 2004-12-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저런 알러지 증상을 겪고 있긴 하지만, 어린아이가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환경오염 탓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만 해보는데, 요샌 아토피라든가, 각종 알러지 없는 애들이 없는 것 같아요.

2004-12-12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2-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