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었다. 울기도 울었고... 간간이 웃기고, 많이 슬프고.
알고보니 연극이 원작이라고... 영화 자체가 너무나 '연극적'이었는데, 원작이 연극이라니 수긍이 간다.
영화 굉장히 잘 만들었는데, 감독(이름을 모르겠네)이 대단히 대단히 재능있는, 영감어린 예술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다. 극본의 힘이랄지, '원작의 힘'이랄지. 영화적으로 잘 만들기도 했지만 줄거리가 아주 재미있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 묘한 긴장관계가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연산과 녹수의 관계, 연산과 공길의 관계. 신분상의 권력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기묘한,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관계를 그려낸 게 좋았다.
폭군, 광대, 동성애. 시대는 조선인데 테마는 한국적이지 않고, 소재는 고전인데 화법은 현대적이다. 이런 드라마에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산이다. 동양적인 것을 빙자한 현대적인 것이라서 서양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아할 것 같은데, 하지만 너희가 연산을 아느냐. 우리는 연산을 아니깐 확실하게 긴장이 사는데 말이다.
인형극이나 그림자극 따위를 섞어가면서 극 구성하는 것은 외국영화에서 많이 보던 방법인데 이모저모로 잘 짜놔서 보는 재미도 있고... 암튼 슬프기도 하고, 세 배우 연기 비교도 재미있고. 감우성 연기가 나쁘진 않은데 장생이 그중 평면적인 인물이라서 큰 감동은 없었다. 공길이는 얼굴은 어울리는데 공길이 역하고는 완전 ‘깨는’ 목소리, 정진영 연산 역할은 극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줘서, 눈알에 광기를 넣는 것이 지나치다 싶다가도 오버스럽지 않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