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고 학교에 가겠어요""테니스를 계속 칠 거예요""할례는 싫어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소녀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종교와 부족 전통 따위에 묶여 학업도, 스포츠도 금지당할 처지에 놓인 소녀들이 용감히 인습에 맞서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이 잇달아 전한 이 소녀들의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억압당하는 여성들의 실태와 그에 맞선 싸움을 보여준다.

인도 소녀의 이혼 투쟁
인도 중부 안드라 프라데시 주(州) 랑가 레디에 사는 체니갈 수실라가 3살 위 소년과 결혼한 것은 2년 전인 2003년. 수실라의 부모는 조혼 풍습에 따라 수실라를 억지로 이웃마을 소년과 결혼시켰다. 하지만 어린 신랑신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남편은 종종 수실라를 때리거나 못살게 굴었고, 그녀는 결국 6개월전 가출, 수실라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남편의 학대 속에서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으니, 이혼을 하고 학교에 가고싶다"는 것이 수실라의 바람이었다.
수실라와 남편이 자라난 두 마을의 원로들은 경찰서 앞에 모여들어 "힌두 풍습 상 이혼은 안 된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수실라는 "다시 남편 집으로 돌려보내면 목숨을 끊겠다"며 맞섰고,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수실라를 옹호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반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원로회의는 결국 이달 중순 이혼을 허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과 인권운동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쪽 집안은 혼인을 무효로 돌린다는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수실라는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이미 1929년부터 18세 미만 소년, 소녀의 강제결혼을 금지시켰지만 농촌에는 조혼풍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18세 미만 소녀 중 500~600만명이 부모의 강제로 결혼한 `기혼녀'이고, 그중 13만명은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소녀들이다. 6만명 가량이 버림받거나 별거 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난 3월 중부 차티스가르주에서는 18세 미만 소녀 1000여명이 조혼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8세 소녀의 `윔블던 드림'
미르자 사니아는 올봄 인도 하이더라바드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 테니스계의 샛별이다. 지난해 US오픈 챔피언인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를 꺾는 파란을 일으켜 주목받았던 미르자는 그러나 고향에 돌아가 찬사와 함께 거센 비난을 마주해야 했다. 독실한 무슬림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녀가 짧은 치마를 입고 공을 쫓아다니는 것을 용납치 않으려는 무슬림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에 부딪친 것. 국제대회에서 선풍을 일으킨 미르자에게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과 집권연정의 소니아 간디 의장까지 나서서 축하를 보냈지만, `무슬림 동포'들의 비판은 혹독했다.
미르자는 그러나 주변의 시선에도 꿋꿋하다. "나는 하루 5차례 기도하고, 다른 무슬림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를 신께서 결정하시는 거라면, 다른 사람들이 왜 여기에 간섭하려 하는가". 미르자는 최근 AFP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나 자신과 내 조국을 위해 기도한다"며 "강요에 눌려 테니스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소녀의 망명 투쟁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 여성 할례는 대표적인 인권탄압 케이스로 유엔에서도 문제가 돼왔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빈국 시에라리온 출신의 17세 소녀 자이나브 포르나는 지난 2003년 할례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기 싫다며 영국으로 이주, 런던 법원에 망명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포르나의 사례는 정치적 망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면서 그녀의 신청을 거절했다. 이달초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그녀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영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이 형식논리에만 치중한 것이라며 포르나의 편에서 연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포르나 사건'은 영국 정부의 망명자 정책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여성의 힘겨운 싸움
남동생의 죄를 대신해 `집단 강간'이라는 징벌을 받은 파키스탄 여성의 법정투쟁이 국제적인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무크타란 마이(36)라는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은 지난 2002년 6월. 마이의 오빠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부족회의는 어처구니없이 마이를 대신 벌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부족 남성들이 그녀를 집단 성폭행한 것이다. 마이는 부당한 일에 참을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으며 힘겨운 투쟁을 통해 승리를 얻어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집단강간범 6명 중 5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1명조차 감형, 마이의 승리를 뒤집었다. 분노한 마이는 다시 항고했고 대법원은 27일 마이를 불러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마이는 이달초 미국을 방문해 국제여론에 호소하려 했으나 파키스탄 정부의 여행제한 조치로 좌절됐다.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마이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는 여성을 가족들이 살해하거나 남자 가족의 죄를 여성에게 뒤집어씌우는 파키스탄의 악습을 전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딸이 부정을 저질렀다"며 한 중년남성이 잠든 아내와 딸에게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아들이 간통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엄마와 두 딸에게 `나체 행군'을 강요한 주민들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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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6-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슬림들이 하는 일들이 과연 이슬람에서 정한 일들인지 의심스러워요.
그들이 종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저지르는 일들이 그들이 그처럼 애지중지하는 자기들의 종교를 좀먹고 있단 생각은 못할까요?

딸기 2005-06-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예요.
이슬람을 옹호하는 이들은, "여성탄압은 알라의 뜻이 아니다" "꾸란은 여성을 억압하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변명'일 뿐인 것 같아요. 실제로 이슬람 쪽에서 여성들의 현실은 기가막히거든요.

숨은아이 2005-06-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가 권력 있는 제도로 정착되면, 그때부터는 억압과 관습만 발전하는 듯... 남동생을 대신해 집단 성폭행을 당하다니, 아, 끔찍하군요.

돌바람 2005-06-2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마이사건은 아직 항고 계류 중인 겁니까? 그럼 이후 국제인권, 여성 단체(아님 현실적으론 마이 개인이 될 수도 있겠군요)와 파키스탄 국가의 싸움을 지켜봐야겠네요. 질문이요. 파키스탄이 집단강간범을 사면한 이유가 종교적인 건가요? 남성중심의 질서, 관습을 터치하지 않겠다는 덜떨어진 위정자들의 나라여서인가요?

마태우스 2005-06-2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 못치게 하는 걸 보면 참... 그럼 남자도 테니스 치지 말아야지, 왜 여자만 안된다고 하는지... 게다가 남자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구만요

딸기 2005-06-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판결문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추측컨대,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있는 것 아닐까요.
현재 페르베즈 무샤라크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이슬람 보수파들과는 대립적인 관계입니다만, 군사독재정권이고 선거가 아닌 무혈쿠데타로 집권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요. 더우기 아프간전쟁 때 미국 편에 붙었구요. 국민적인 반미정서를 표출해주고 있는 것이 이슬람 쪽인데요, 이쪽도 막상막하로 막나가는 집단들인 것 같습니다.
종교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슬람권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법정 증언 능력을 잘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의 증언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또다른 남성 증인 2명을 세워야 한다거나(말레이시아에서 미친놈들이 이런 입법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요. '증거능력' 자체가 없으면 재판에서 강간범들에게 무죄판결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피해여성의 말이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으니까요.
마이 사건의 경우-- 1명에게 유죄를 인정하긴 한 것으로 봐서, 마이의 주장 자체를 무시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고요. 법원이 남성중심 질서, 관습에 묶여 형량을 형편없이 줄여주고, 집단강간범들을 거의 풀어준 것 같아요.

돌바람 2005-06-2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형식적으로는 그녀의 손을 들어주고 뒷구녕으로는 남성사회의 질서와 종교적 관습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거겠지요. 궁금해요. 그들의 종교와 권력이 왜 이리 무식할까요.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비근한 예로 위와 같은 사건이 공론화된 경우가 또 있을 법도 한데. 있다면 승소한 경우도 있을까요. 아시는 범위 내에서 답변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불끈 주먹이 마구 솟습니다.

돌바람 2005-06-2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단 성폭행 혐의자 재구속
[MBN TV 2005-06-29 08:28]
파키스탄 대법원은 30대 여성에 대한 집단 보복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석방된 혐의자들을 다시 구속하도록 명령했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이 밝혔습니다.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는 파키스탄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이같은 대법원 명령은 피해자인 무크타르 마이가 상고한 뒤 하루만에 나왔습니다.

전통복 차림의 마이는 이같은 소식을 접한 뒤 법정밖에서 기자들에게 나를 모욕한 사람들이 처벌받길 희망한다면서 대법원은 정의가 살아있음을 입증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오, 하루만에 결과가 나왔네요. 환영하는 뜻에서 여기다 두고 갑니다.


딸기 2005-06-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