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꼼양은 물론, 꼼양 친구들까지 데리고 포스터 만들기 놀이.
이거 넘 재밌어서 완전 꽂혔어요.
친구 두 명은 각각 '식품과 영양' 그리고 '식물' 가지고 하고,
꼼이는 위에 보이는 것처럼 '인체'를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각각 이렇게 컬러인쇄를 해서 관련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뽑아주고,
설명을 써서 오려붙이고, 그림과 글씨로 꾸미도록 했어요.

꼼꼼이가 맨 위에 그려놓은 것(조그만 빨강 동그라미)은 방울토마토(나를 먹어)와 '싫어'라는 말풍선.
저 그림 위에 상상 속 자기가 있는 거래요 ^^





포스터 아랫부분입니다. 확실히 꼼양이, 엄마랑 이런 거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꾸미고 싶은대로 꾸미기 같은 것을 잘 해요. 
꼼이 친구들은 "마음대로 꾸며보라"고 하면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꼼이는 "난 그럼 내가 만들고 싶은 세포를 만들래요" 하면서 신나게 꾸밉니다.

여자애들 셋을 데리고 이 놀이를 해보니까, 성향이 정말 딱 구분이 되더군요.
예를 들면 우리 꼼꼼이는, 미술을 좋아하고 상상을 잘 하는 대신 논리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포스터에 그림 배치를 잘 하고, 멋지게 꾸미는 데에 신경을 쓰고요
자유롭게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을 잘 합니다.
하지만 <인체>라는 책을 읽고도 이를 과학 or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루비어스 인체도 컬러인쇄한 것이 양피지 느낌이 나니까
"엄마, 소중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마음에 들어요" 하며 좋아하고요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서 "나는 큐피드의 친구예요." 하며 좋아라 합니다.

우리 꼼양의 친구 S는 적극적이면서도 논리적입니다.
그 친구는 <WHY> 시리즈 중에서 <식품과 영양>을 가지고 저런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그 애에게는 영양성분 피라미드 그림과, 여러 종류의 음식 사진 열댓장을 조그맣게 뽑아 잘라줬지요.
S는 마음대로 작은 음식사진들을 배치해 붙였는데, 나름 구분을 했더군요.
단 음식, 조금 단 음식, 몸에 좋은 음식, 이렇게요.
우리 꼼이더러 그걸 배치하라고 시키면 아마 얘는 '이쁜 음식과 미운 음식' 이렇게 나누거나
'빨간 음식 파란 음식' 아니면 사진 배치를 어떻게 하트 모양으로 할까... 아마 이랬을 거예요.
S는 훨씬 논리적이고, 머리 속에 구획이 잘되어 있는 편이죠.

또다른 친구 H는 차분하고 얌전합니다.
그 애는 같은 시리즈의 <식물>로 포스터를 꾸몄는데,
가로 판형으로 흰 종이를 눕힌 뒤 각도 맞춰 순서대로 아이템들을 잘 줄세워 배치하더군요.
모두 직각으로 배치... 식물 그림그리기도 하늘을 향해 똑바로 곧게...

아이들마다 이렇게 다르니, 아이들마다 다르게 가르쳐야 할텐데...
학교에선 그게 안 되는 게 참 문제이지 싶었습니다.
집에서 열심히 잘 하는 우리 딸은, 학교에서는 획일화된 분위기에 눌려서
발표도 안 하고 약간 주눅들어 있는 것 같더군요.
집에서 포스터 놓고 발표해보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잘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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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6-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예요. 이렇게 이미 다른 아이들인데, 그걸 잘 살려주지 못하는 공교육이 아쉽고 안타깝네요. 엄마가 숙제를 많이 안 내게 해주는 세포라니, 꼼양 완전 귀여워요!

hnine 2009-06-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라...그래서 또 집에서 엄마의 역할이 한가지 늘어나는 것이겠지요. 이래저래 엄마는 수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니까요.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혼자 놓고 볼때에는 잘 안되겠군요.
내가 만들고 싶은 세포라, 저에게는 갑자기 너무 어려운 주제로 받아들여지는걸요. 내가 만들고 싶은 집이라든지 도서관이라든지 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면 어떻게 끄적거려 볼텐데요.

딸기 2009-06-14 16:43   좋아요 0 | URL
우리 꼼양은, 세포가 무슨 마법의 약이나 변신 도구 같은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해요.^^

집에서 엄마의 역할이 늘어난다... 맞습니다. 엄마는 수퍼우먼이어야 하지요.
하지만 또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뭐가 좋은지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부모의 당연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학원과 교사들에게만 맡겨놓아서는 안 되는 부모의 역할...
그런데 그게 '공부 잘하는-시험 잘 보는 아이 만들기'와 엮이다보니,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기 쉽고, 엄마의 지나친 부담이 되고
또 아빠들은 나몰라라 하고 엄마들에게만 강요되어 부당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9-06-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말도 안되는 일이죠.
학교 적응을 가장 잘 할 타입은 역시 중간에 s양, 학교 교과서도 수업도 저렇게 배치되어있으니까요. 꼼양의 창의성도 같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교실은 정말 어려운걸까요? 저는 꼼양의 저 빛나는 창의성이 무척 맘에 드는데 말이죠.

딸기 2009-06-15 10:05   좋아요 0 | URL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더라도, 선생님이 조금만 배려를 해주시면 아주아주 즐겁게 잘 지내더군요. 선생님이 획일화를 유독 강조하는 분이면 한 해가 힘든 것 같고...

무스탕 2009-06-1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다 다르다고 느끼는 세 아이가 즐겁게 지내는게 신기해요. 자기랑 다른걸 배척하지 않고 그 자체를 인정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능력.. 애들이니까 가능하겠죠?
몸속에서 나오지 말고 한시간동안 있으라고 불게 적으놓은건 누가 적은거죠? ㅎㅎ

딸기 2009-06-15 10:06   좋아요 0 | URL
그건 제가 적었죠. 엄마 귀찮게 굴지 말고 좀 들어가 있으라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