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님 서재에 가보니 가지가지 가지요리가 올라와 있다.
아랍 쪽에 가면 가지 또는 호박 속을 파서, 순대처럼 안에 고기 볶은 것 채워넣어 먹는데,
어느 분 댓글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먹는 모양이다. 몰랐다.

보라색 가지, 노란색 가지...  이 녀석이 eggplant 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것들이 주로 거위알이나 달걀 같이
동그랗고 노란 것들이어서였다고 한다.

나는 가지를 먹지 않는다. 하고 많은 것들 중에 보라색 물컹한 것을 먹고싶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어릴적 집에서 가지요리를 먹은 적도 없고, 내가 가지요리를 해본 적도 없다.
솔직히 나는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도 없고 요리되지 않은 상태의 것, 그 속살을 본 적도 없다.
시장에서 본 시퍼런 겉모습만 보았다고나 할까.
아, 어째서 보라색인거야, 포도도 아닌 것이. 송글송글하지도 않은 것이.

그런데 며칠전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다보니에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가지를 먹이지만 않는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첫사랑에게 이렇게 말했던 여자는, 가지요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먹어대는 집안의 남자와 결혼을 한다.
자존심 강한 여자는 어느날 자기가 맛있게 먹었던 것이 가지요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적어도 가지에 대해서만은 그 자존심을 접는다. 그리고 가지는,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재료가 된다.

훗날 첫사랑을 만나 '노년의 사랑'을 하게 된 여자는 강을 거슬러오르는 유람선에서
승객들과 승무원들에게 맛있는 가지 요리를 해준다.

나는 가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본 일 없이, 나처럼 가지를 먹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 남자는 외국 여행 때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달걀 요리인 줄 알고
eggplant 요리를 시키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우린 지금도 둘 다 가지를 먹지 않는다.

그럼 세상은 역시나, 가지를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 두 종류로 나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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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1-1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요리.. 나름 맛있는데^^ 첫 맛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뜬금없이 생각나는 말 "담배피우고 술 먹는다면 결혼하지 않을테야." 스물네살 때 지금의 옆지기에게 했던 말이에요^^;; 용감이 밥 말아먹여주던 시절에요^^;;

Muse 2007-01-1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데요.^^(저는 가지를 먹는 사람입니당~)

딸기 2007-01-1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향기로운님, 건전한 젊은이였었군요. 서연사랑, 솔직히 난 가지가 맛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라. 안 먹으니깐. ^^

nada 2007-01-1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읽다 보면 가지만큼이나 강렬한 거부감을 주는 음식이 삶은 브로콜리더라구요. 내 자식에게만큼은 절대 삶은 브로콜리를 강요하지 않겠다...뭐 이러면서..ㅎㅎ 전 둘 다 잘 먹어요. 몸에 좋다고 하니..키득키득~

딸기 2007-01-1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실은 저는 꽃양배추(이건 먹는 거 아니죠)는 물론이고 양배추도 안 먹어요 ^^
그러니까 꽃양배추님도 딸기같은 거 먹지 마세요 ~(^^)~

blowup 2007-01-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 글 왜 이리 재미나답니까.
아. 딸기 님은 아는 것도 많으셔요.
하고 많은 것 중에 보라색 물컹한 것. 큭큭.
그러고 보니. 브로콜리는 초록색. 가지는 보라색. 보색관계잖아요.

paviana 2007-01-1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포카치아에 들어간 구운 가지는 먹어요.물론 다른사람이 해 준것만입니다.
전 가지요리 못해요.아무리 해도 설캉설캉하게는 안 되고 푹 퍼져버려요.그래서 싫어요..

마냐 2007-01-1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랍엔 가지요리 1000가지는 해야 한다고 당신이 내게 말 해준 적 있지 않나. 아닌가. 갸우뚱. 암튼, 가지란 매우 맛있는 녀석임. 특히 기름에 볶거나 튀겼을 때도 기막힘. 기름 약간 두르고....쎈 불에 다진 파로 향을 확 내준 다음 돼지고기 약간과 가지, 피망, 양파 따위를 볶으면서 간장 살짝 둘러주시면...참으로 괜찮음. 이 경우 참기름 몇방울은 옵션. 물론 살짝 쪄서 새콤하게 나물로 만들어줘도 맛있고....난 가지 예찬론자.ㅋㅋ

다락방 2007-01-1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그렇게 두 종류로 나뉜다면 말이죠, 전 가지를 먹지 않는 사람쪽입니다.
후훗 :)

딸기 2007-01-1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언니, 저는 사실 브로콜리에 대해서도 모종의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녀석은 올망졸망 귀엽기 때문에... 먹어요 ^^
파비언니, 포카치아가 머예요? 마냐님, 나는 그런말 해준 적 절대로 읎으~ 난 가지랑 사이가 별로 안좋다니깐 ㅋㅋ
다락방님, 크로스!

이네파벨 2007-01-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마가 "가지를 먹지 않는 사람"이어서...어릴땐 가지란걸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가 서른살쯤 되어서 가지를 재발견하게 되었다지요.
가지뿐만 아니라...토란이란건 구경도 못해봤다가...아이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처음 토란국을 끓여주셨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저는 채소중에서는 가리는것 없이 다 좋아하는거 같아요.
또 바다에서 나오는 것도 안가리고 잘 먹습니다. (해삼 멍게 말미잘...ㅡ,.ㅡ)

단 고기.....포유류, 아니 척추동물의 고기는 좀 가립니다. 개나 말은 물론이요, 오리나 양도 징그러워서 못먹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