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이 대망의 수능일이었다. 수능 전날까지 내가 마치 수능을 보는 양,친구들이랑 괜시리 긴장해서 덜덜 떨고 이랬었는데 삼사 일 지난 지금. 벌써 평온해져 있다. 그 긴장감은 어디로 간 것일까. 괜시리 손을 맞잡아 본다. 따뜻하다. 수능 날까지는 너무 차가워서 집에서도 손난로를 가지고 시계를 연신 바라보며 긴장했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더니,정말 무서운 기질이다. 수능 날. 나-하루 종일 음악 채널이랑 영화 채널만 돌려가면서 폐인처럼 마냥 앉아있었다. 그러면서 영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은 언어가 끝났고,지금은 외국어가 끝났을 시간이야. 이러면서 친구들이랑 문자를 나눴다. 내가 아는 사람 세 명이 그 수능 시험을 봤다. 한 명은 체대로 갈 사람이고,한 명은 문과생이었다. 또 한 명은 이과생. 시험 끝나고,이제 막 뉴스에서 수능 결과에 대해 마구잡이로 소식을 전할 무렵 아홉 시 정도에,체대 지원을 한 오빠한테 그냥 전화를 했다. 사귀었던 오빠였다. 그 사람,인천에 산다. 3학년으로 올라오고 나서 거의 연락할 때마다 힘들다고 말했던,좀 나약한 사람이다. 내심 걱정이 됐다,그래서 전화를 했다.

수능 잘 봤어요? 잘 보긴,임마. 그냥 끝나서 좋아. 그 사람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분명히 놀고 있는 거다. 이제 즐길 걸 즐겨야지. 괜시리 서운한 마음에 뭐라고 더 말하지 않고 끊었다. 끊고 책상에 앉아서 스탠드 켜놓고,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너무 슬펐다. 이제 내 차례구나,이런 생각에 말이다. 내가 항상 위로해주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위로 받을 입장이 되버린게 너무 초라해진 것 같아서였나. 아,이제 진정한 고 3이 됐다. 학교에서는 이제 시험 끝난 예비대학생들이 미친듯이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마구 떠들고 늦게 등교하면서도,한 두 시간 후에 훌쩍 학교를 떠나버린다. 나를 포함한 2학년은 괴롭게 울부짖으며 문제집을 붙들고 자리에 꼼짝없이 붙어있는다. 선생님들의 잔소리는 몇 배로 늘어났고,친구들은 이제 일상 생활 얘기보다 대학 수시 얘기와,점수 얘기를 쉴새없이 해대고있다.

우리,얼마 안 남았다. 진짜야. 근데 실감이 아직도 좀 안 나.

며칠 전에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앉아 쉴새없이 떠들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에게 장난도 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짜증나. 진짜 3학년이야. 우리도 벌써 늙은거니.....아,정말 그렇네. 우리 이제 방학 때도 명절 때도 맨날 학교 와야되잖아. 교복 언제 빠냐,히히. 거의 수능 가까워지면 우리도 매년 3학년이 그랬던 것처럼 졸라 체육복 바람으로 다니겠다,그거 욕했는데 우리가 그렇게 되네. 꼴 진짜 웃기겠다.

힘들다고 얘기 하면서도 우리는 서로 부여잡고 웃었다. 아무리 힘들어도,우리 똘똘 뭉치면 그까짓 꺼,수능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수행평가와,부담되는 수시 준비와,점점 다가오는 수능의 압박이 우리를 덮쳐와도 우리끼리 이렇게 잘 지낼 수만 있다면,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5-11-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100미터 달리기에서도 앞선수들 출발할때가 무척 떨리지요. 하지만...금방 내순서 오고..... 곧이어 뛰기 시작하면...금방 결승점입니다. 잘 해내시길!!! ^^

야간비행 2005-11-2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감사드려요,ㅜㅜ최선을 다하면 못할 게 없겠죠,그 마음으로 임하렵니다,ㅎ

미미달 2005-12-0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건 이 긴장감을 수능날까지 유지해야 한다는거죠.
초심을 잃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야간비행 2005-12-0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미미달님,ㅎ항상 초심을 잃지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