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마이크 니콜스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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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진실만을 강요하는 나약한 마초들의 역겹지만 서글픈 초상. 스스로가 만든 지옥 속에서 갇혀 지내는 이상 야릇한 해피엔딩. 수미쌍관으로 들리는 Damien Rice의 노래만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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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 - Live At Reading [CD+DVD Limited 수입반]
너바나 (Nirvan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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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의 죽음이 내겐 트라우마인줄 알았었는데, 이제는 그의 존재/음악 자체가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생전의 기록을 보고 그를 추억하는 살아남은 자의 위안, 혹은 추억을 파먹고 살아가는 the living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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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 - Nevermind [2CD][Deluxe Album] - Nevermind 20주년기념앨범
너바나 (Nirvan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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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어떤 시대였었나? 규정을 할 수도 정의를 내릴 수도 없지만, 10대와 20대를 겪은 그 시절은 '혼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바나를 안 것은 1994년 초의 일이다. 그러니까 『신경쓰지마(Nevermind)』 앨범으로 전 세계를 후려친 1991년이 지나고 2년 여의 세월이 흐른 때다. 당시 나는 건스 앤 로지즈, 메탈리카를 거의 숭배했었고 메가데쓰, 슬레이어, 판테라, 카니발 콥스 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척 했었고, 본 조비와 스키드 로우, 마이클 잭슨 등은 정말 좋아했는데, '이건 롹이 아니야'라며 멀리했었다. 참으로 편협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10대의 목록이랄까. 좋아하던 좋아하는 척 하던, 이들 목록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상당히 "glamorous"했다는 점이다. 단 한 소절, 단 하나의 리프 조차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꽉꽉 채우는 과장/과잉의 음악들. 10대가 바라는 완벽한 이상향을 그린 듯한 이 멋진 음악들! 이 이상향을 깨뜨린 게 바로 너바나였다.  

당시 핫뮤직에서 너바나를 하도 많이 언급했기에, 음악적 영혼을 교류하던 친구에게 부탁해 너바나의 음반을 빌렸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검증되지 않은 것에 모험을 거는(돈을 지불하는) 데에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그 때 빌린 음반이 발매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궁 내에(In Utero)』였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오디오 데크에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튀어나오는 거친 기타와 절규. 이 음반의 충격은 고블린의 『서스페리아(Superia)』나 라디오헤드의 『복제인간(Kid A)』의 충격을 뛰어넘는 정말 원초적인 울림이었다.  

뭐 좋게 말해 이렇게 그럴싸하게 표현했겠지, 당시 느낌은, "이게 음악이야?" 하고 분노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분노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었다. 아무리 잊어버리려 해도 계속 머릿속에는 그 거친 기타와 그의 절규가 계속 따라다녔고, 그렇게 난 너바나의 앨범들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례가 막 끝났을 때 갑자기 들려온 그의 죽음.  

어쨌든, 그의 죽음으로, 그의 음악은 더욱 공고해지고, 그 나머지는 알려진 바와 같다. 나도 그의 음악을 참으로 꾸역꾸역 들은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겐 이 『신경쓰지마(Nevermind)』 앨범만큼은 영 아니었다. 좋긴 한데, 왠지 위화감이 느껴졌었달까? 아마도 살아 생전 성공을 두려워하고 증오했다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작동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으로 그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시대의 아이콘이 됐으며, 마지막으로 전설이자 신화가 됐으니까. 게다가 히트 싱글인 「십대 영혼 같은 내음(smells like teen spirits)」은 커트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공공의 적'이 됐잖은가! 그러므로 그 이후의 앨범 -『근친상간살해(Incesticide)』는 컴필레이션이므로 제외-에서 그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노래를 만들고.  

그런데 난 왜 이 앨범을 -그것도 CD와 LP로 가지고 있는- 왜 또 샀을까?  

그것은 그-의 음악-가 추억속의 박제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10대에 어떤 계산없이 단순히 마음에 끌려 만났던 그 수많은 뮤지션들은, 각기 제 갈길을 가고, 나도 내 갈길을 걸어왔다. 때로는 같은 길을 걸은 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어느 순간 갈림길에서 서로 헤어졌다.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의 앨범을 난 더 이상 듣지/사지 않는다. 그들이 노래하는 세상, 이상, 꿈 등을 나는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점 나에게 쏟는 시간이 적어질 수록, 나는 그렇게 벽을 쌓아간다. 취향은 넓어지지 않고 공고해질 뿐이다.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그러니까,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순진한/멍청한 10대는 이제 여기에 없고,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그때의 불완전하고, 무규칙적이며, 이상향을 꿈꾸던 10대를 그리는 Old Man만 있을 뿐이다.  

다시 듣는 『신경쓰지마(Nevermind)』는 '의외로' 좋았다. 어떻게든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그들의 모습이 느껴졌달까? 그도 결국 공명심에 불타는 평범한 젊은이였고, 그 성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길 원하는 심약한 청춘이었다.  

그러니까 그도 인간이었다는 사실. 그의 죽음은 순교가 아니라는 사실.  

30대에 듣는 너바나는 정말로 참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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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omek 2011-10-21 09:05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말랑말랑해서 못들었었어요. 4집부터 듣기 시작해서 그랬나...

그리고 커트가 이 앨범에 있는 '십대 영혼 같은 내음'을 콘서트에서 연주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커트는 정말 이 앨범을 싫어하는구나"는 순진한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멀리한 것도 이유가 될 듯 해요. 참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 있어서 '십대 영혼 같은 내음'은 쪽팔림이 아니었을까...

과거에 못받아들인 것을 지금 받아들이는 것은, 여유가 생겨서일까요, 제가 그만큼 성장해서일까요, 아님, 그냥 모든 것에 무디어져서일까요?

치니 2011-10-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mek 님은 라스트데이즈 보셨을 거 같은데, 보셨나요? 커트 코베인 얘기라는 이유만으로도 절절하게 근 일 년 이상 기다려서 봤던 영화. 저는 참 좋았드랬어요. :)

Tomek 2011-10-21 13:27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안 봤어요. 제게 있어서 커트 코베인 전기 영화는 이미 머릿속에 정해져있어서... 예전 키노에서 "꼭 만들어야 할 음악인 영화" 목록에서 (거의 반 농담삼아) '타르코프스키가 커트 코베인 전기 영화를 만든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쓴 글이 있었는데, <희생>과 커트 코베인의 죽기 전 1주일을 믹스한 패러디 물이었죠. 속세와 연을 끊고 가족과 단란하게 살고 있는 커트, 선물을 들고 방문한 크리스트와 데이브, 그리고 이후로 공연장이 무너지는 꿈을 꾸고, 우유가 쏟아지는 기현상을 겪는 커트...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ㅎㅎ 당시 브래드 피트가 캐스팅되면 딱이었을 것이란 얘기도 있었죠. :)

아... 그냥 망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라스트 데이즈> 봤으면 그 망상을 지워버렸을텐데. 전 제가 가지고 있는 망상마저 없어지기를 두려워하는가 봅니다...

치니 2011-10-21 16:38   좋아요 0 | URL
보셔도 망상 유지에 균열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
함 보세요 ~

Tomek 2011-10-22 07:29   좋아요 0 | URL
그럼 함 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내청춘에게 고함 SE (2disc) - 할인판
김영남 감독, 김태우 외 출연 / 대경DVD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은 3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각기 제작된 단편을 합친 게 아니라, 3편의 이야기가 합쳐진 장편으로 기획되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80~90분 분량의 장편으로 만들었어도 충분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감독은 많은 부분들을 가지치고 이야기의 뼈대만을 남겨 놓은 채 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이야기는 대부분 불친절하며, 인물들의 설정과 관계는 짐작할 뿐이다. 그는 왜 이 세 인물들의 이야기를 굳이 한 번에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내 청춘에게 고함>은 정희(김혜나), 근우(이상우), 인호(김태우)의 이야기가 차례로 병렬로 진행된다. 이 세 인물들의 이야기는 각가의 에피소드에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정희는 인호의 이야기를 경찰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로 듣고, 근우는 정희의 이야기를 훔쳐듣는 전화로 들으며, 인호는 근우의 이야기를 버스 안 뉴스에서 듣는다. 하나 더 공통점. 정희는 철로에 귀를 대 '기차가 우는 소리'를 듣고, 근우는 그 기차가 운 흔적을 따라 걸으며, 인호는 그 울어대는 기차에 올라탄다. 각각 세 편의 영화는 따로 존재하면서도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벗어났거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정희는 연기를 하지만, 의식주는 그녀의 언니에게 빌붙어 살고 있다. 근우는 자기 직업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그 차이 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더군다나 그는 "시간 늦추기" 동호회 회원이다. 모든 것이 "퀵"으로 돌아가는 이 시대에 그는 스스로 "시간을 (잡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인호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부유하고, 박사과정의 엘리트지만, 그의 인생은 오로지 부모의 입김에만 의지해온 나약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답답해한다. 군대 생활은 어쩌면 그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도피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제대를 이제 10일 정도 남겨놓은 상태고, 그는 점점 불안해한다.  

 

이들 인물들은 자신의 결핍을 사랑으로 찾고 메우고 싶어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삐뚤어있거나, 혹은 너무 멀리 나가있다. 정희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이성에게서 받고 싶어하지만, 그녀의 결핍은 남자친구와 멀어지는 결과만을 낳는다. 근우는 "불륜으로 괴로워하는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기어이 고백하지만, 그의 순수함은 오히려 파국만을 낳는다. 인호는 부인의 외도를 눈치채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지만, 그 고백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확인만을 남긴다.  

 

<내 청춘에게 고함>에서 "내 청춘에게 알리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나? 사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춘의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이 오직 "사랑" 때문인 것은 아닐진데. 우리의 청춘 영화는 결국 학업 아니면 사랑 밖에 없는 것인가? 어쩌면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내 청춘에게 고함>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모든 연결 고리는 "영화적"이라기 보다는 "문학적"이다. 특히나 대사가 거의 문어체적인데다가, 등장 인물들 조차 생생하다기 보다는 문자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김혜나가 연기한 정희가 도드라지는데, 그것은 김혜나의 연기가 부족했다기 보다는, 인물에 대한 접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김혜나는 '정희'라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다른 두 배우, 이상우와 김태우는 '근우'와 '인호'를 각각 자기화해버렸다. '정희'에서 김혜나를 발견하기 힘들지만, '근우'와 '인호'에서는 이상우와 김태우가 보인다. 자막을 읽어야하는 해외에서는 좀 더 다양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육화된 대사를 듣는 내게는 조금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대분분의 감독들에게,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고 은퇴작이 되는 악순환이 벌어져왔다. 이 영화가 걸작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차를 두고 감상해도 의미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독들에게는 최소한 두 번의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너무 많은 기회를 우리에게서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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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The Five Star Stories 3
나가노 마모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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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별려놓은 이야기들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읽을수록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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