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에게 고함 SE (2disc) - 할인판
김영남 감독, 김태우 외 출연 / 대경DVD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은 3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각기 제작된 단편을 합친 게 아니라, 3편의 이야기가 합쳐진 장편으로 기획되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80~90분 분량의 장편으로 만들었어도 충분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감독은 많은 부분들을 가지치고 이야기의 뼈대만을 남겨 놓은 채 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이야기는 대부분 불친절하며, 인물들의 설정과 관계는 짐작할 뿐이다. 그는 왜 이 세 인물들의 이야기를 굳이 한 번에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내 청춘에게 고함>은 정희(김혜나), 근우(이상우), 인호(김태우)의 이야기가 차례로 병렬로 진행된다. 이 세 인물들의 이야기는 각가의 에피소드에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정희는 인호의 이야기를 경찰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로 듣고, 근우는 정희의 이야기를 훔쳐듣는 전화로 들으며, 인호는 근우의 이야기를 버스 안 뉴스에서 듣는다. 하나 더 공통점. 정희는 철로에 귀를 대 '기차가 우는 소리'를 듣고, 근우는 그 기차가 운 흔적을 따라 걸으며, 인호는 그 울어대는 기차에 올라탄다. 각각 세 편의 영화는 따로 존재하면서도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벗어났거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정희는 연기를 하지만, 의식주는 그녀의 언니에게 빌붙어 살고 있다. 근우는 자기 직업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그 차이 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더군다나 그는 "시간 늦추기" 동호회 회원이다. 모든 것이 "퀵"으로 돌아가는 이 시대에 그는 스스로 "시간을 (잡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인호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부유하고, 박사과정의 엘리트지만, 그의 인생은 오로지 부모의 입김에만 의지해온 나약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답답해한다. 군대 생활은 어쩌면 그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도피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제대를 이제 10일 정도 남겨놓은 상태고, 그는 점점 불안해한다.  

 

이들 인물들은 자신의 결핍을 사랑으로 찾고 메우고 싶어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삐뚤어있거나, 혹은 너무 멀리 나가있다. 정희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이성에게서 받고 싶어하지만, 그녀의 결핍은 남자친구와 멀어지는 결과만을 낳는다. 근우는 "불륜으로 괴로워하는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기어이 고백하지만, 그의 순수함은 오히려 파국만을 낳는다. 인호는 부인의 외도를 눈치채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지만, 그 고백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확인만을 남긴다.  

 

<내 청춘에게 고함>에서 "내 청춘에게 알리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나? 사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춘의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이 오직 "사랑" 때문인 것은 아닐진데. 우리의 청춘 영화는 결국 학업 아니면 사랑 밖에 없는 것인가? 어쩌면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내 청춘에게 고함>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모든 연결 고리는 "영화적"이라기 보다는 "문학적"이다. 특히나 대사가 거의 문어체적인데다가, 등장 인물들 조차 생생하다기 보다는 문자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김혜나가 연기한 정희가 도드라지는데, 그것은 김혜나의 연기가 부족했다기 보다는, 인물에 대한 접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김혜나는 '정희'라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다른 두 배우, 이상우와 김태우는 '근우'와 '인호'를 각각 자기화해버렸다. '정희'에서 김혜나를 발견하기 힘들지만, '근우'와 '인호'에서는 이상우와 김태우가 보인다. 자막을 읽어야하는 해외에서는 좀 더 다양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육화된 대사를 듣는 내게는 조금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대분분의 감독들에게,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고 은퇴작이 되는 악순환이 벌어져왔다. 이 영화가 걸작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차를 두고 감상해도 의미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독들에게는 최소한 두 번의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너무 많은 기회를 우리에게서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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