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OVIE 썸머페스타 - 하나비 (8.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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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 South Bou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サウスバウンド)>는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전 (부끄럽게도) 이 작가의 소설을 아직 한 편도 읽지 못해 원작소설과 영화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전작인 <마미야 형제>와 <검은집>의 경우를 본다면, 아마도 원작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다소 밋밋한 각색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확실히 영화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자체로 꽤 인상적입니다.
한 가족이 있습니다. 초등생 6학년 지로(타나베 슈토)는 운동권이었던 아버지(토요카와 에츠시), 역시 운동권이었던 어머니(아마미 유키), 그래픽 디자이너인 누나(키타가와 에이코), 그리고 귀여운 동생 모모코(마츠모토 리나)가 바로 그렇습니다. 지로는 항상 세상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딴죽을 거는 아버지가 영 마땅찮습니다. 그러다 지로와 친구들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지로가 거의 죽일 뻔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들 가족은 이 기회에 도심을 벗어나 오키나와에서도 최남단인 이리오모떼로 이사를 갑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주거지를 얻고, 농사를 지으며 이들 가족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때, 도쿄의 건설업체 직원들이 집을 비우라는 통지를 합니다. 이 자리는 요양원이 들어올 자리이고, 이 땅은 건설사 소유라는 이유 때문이지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집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투쟁에 들어갑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라는 체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아버지 이치로는 국민 연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차라리 일본 국민임을 포기하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는 어른들의 세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굳이 다룰 필요가 없지요. 어른들은 정의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1차원적인 집단이니까요. 대신 영화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안의 작은 세계에서도 (어른들의 세계처럼)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합니다. 왜 우리 같이 선량한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들은 국가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국가라는 존재는 약한 개개인의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그렇기에 법률과 치안이 있으며, 국민들은 세금을 납부하지만, 지금 국가는 우리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지로는 스스로 정의를 실천합니다.
이리오모떼로 가서 가족들은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생활을 누립니다. 무능해보였던 아버지는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과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엉뚱한 공권력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리오모떼의 땅은 이리오모떼 사람들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땅은 도쿄의 건설회사 소유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익을 위해 경찰을 비롯한 엄청난 공권력이 이곳에 투입됩니다. 아무리 바리케이드를 쳤어도 개인의 싸움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애초 질 싸움이 뻔하지만, 아버지는 옳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맞섭니다. 그리고 멋진 반격! 아마 포클레인과의 일 대 일 대결 장면은 영화로서도, 그리고 영화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모습으로도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아무리 유쾌하고 즐겁게 마무리를 지어도, 결국엔 패배에 관한 이야기임을 밝혀야겠습니다. 제목에 (남쪽으로) '간다'나 '가자'가 아니라 '튀어'라는 동사를 쓴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으나, 활자가 영화라는 매체로 물화가 되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 영화를 가족의 관점이 아닌, 주인공 지로의 관점에서 본다면, 멋진 성장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로는 '정의=이익'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부모에게서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직접 온 몸으로 배웠으니까요. 부디 지로는 나중에 어딘가로 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임:
익스트림무비 시사회 당첨으로 8월 9일 18시 아리랑시네센터 3관에서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