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네 집에는 없는 것들'...
결혼 6년차를 맞이하고 그동안 세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저희 집에는 두 가지가 없어졌습니다.
바로 TV와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이것들 없이 어떻게 사는냐고들 묻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저희집에 TV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 집 부부가 언제 결혼한 몇 년차 부부인지는 그 집에 있는
가전제품 디자인이나 연식만 보면 금새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는 왠만하면
늘 그 시절 유행하는 트렌드에 올인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신혼을 시작하며, 기본적인 시청거리도
안 나오는 거실에 당시 유행하는 29인치 TV를 그 좁디 좁았던(^^;;) 거실에
떠억 하니 모셔두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는 손님마다 ‘너희집 TV 참 크다’라고 하셨던가요?
거실에서 TV밖에 안보였으니.. 그도 그럴만하지요?
아이를 낳고 좀 더 너른 집으로 이사 간 후가 본격적인
TV 시청 몰입기라 하겠습니다.
분주한 퇴근을 맞이하고, 놀이방에서 아이를 데려온 후,
연두는 TV앞에 방치(당시에는 가장 효과적인 보육기능을 담당함)하고,
바삐 저녁을 준비하고, 퇴근 후 돌아온 남편과 함께
TV앞에서 TV와 대화하며 서둘러 식사를 마칩니다.
아이를 씻기고 아주 조금 놀아주고, 하루 종일 피곤에 지친
초보 아빠 엄마는 서둘러 아이가 자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그런데 또 아이를 재우는데 TV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
TV만 남겨놓고 거실 불을 모조리 끄고 나서 아이가 어서 잠들기를
바삐 종용합니다.
다행히(!) 아이가 일찍 잠들면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TV 사냥에
돌입하곤 했던 나름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사를 하면서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거실에서 TV를 방출하고, 나름대로 거실의 기능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작은방에 무질서하게 쌓여졌던 책들이
햇살 받고 거실한 켠에 자리 잡고 나니 때깔부터가 다르더군요 ^^
하지만 거실에서 쫓겨난 TV가 자리 잡은 곳은 다름 아닌 우리집 안방..
유선과 케이블을 끊어버리면서 TV와의 거리두기에 일정부분
일조하긴 했습니다만.
연두가 잠들면서 하루 일과가 끝나는 10시 이후부터
안방에서는 하릴 없이 TV 채널 돌리는 소리가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나오는 짱구와 톰과제리..
이름모를 만화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었으니 유선케이블을 과감하게 끊어버린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케이블에 익숙했던 연두와 저희들은 덕분에 EBS 교육방송의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게 되었으니,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TV와 이별하는 과도기적 역할을 한셈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사 이후 (바로 지금) 우리집엔 비로소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니, 바로 TV를 아예 없앤 겁니다.
더불어 아이 교육을 핑계로 (실은 틈만 나면 하릴없이 앞다투어 피씨앞에
자리잡는 모든 식구들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했죠 ^^)
집에 있는 컴퓨터의 인터넷도 끊어버리고 현재의 본격적인 가족 공동체(!)의
생활에 접어들었답니다. ^^
다소 장황하게 긴 설명을 덧 붙인 건 아이 교육을 위해 혹은
어른들의 여과시간 활용을 위해 TV와 관계 설정에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이
정작 실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 막막함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러나 차차 장장 6년의 조정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지금.
너무 잘했노라고.. 왜 진작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때론 아이를 핑계로 TV를 인정했지만.
정작 TV 때문에 애걸복걸하는 것은 어른들,
실상은 바로 저였던 것 같습니다.
적응하기 힘들어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연두는 금새 다른 놀이감을 찾아내고,
나름 창의력을 발휘하며 놀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정작 뻘쭘하고 어색하고 몸 둘바 몰라 했던 것은
어른들, 아니 저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TV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TV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라디오를 통해 뉴스라도 들을라치면
“주말 휴일 풍경을 직접 확인하십시오” 라든가,
스포츠 뉴스 하이라이트 장면에 대한 보도가 나올라 치면 풍경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밀려옵니다.
얼마 전 시골 친정집에 가서 정말 1박 2일 동안 연두부와 전 내내 TV만 봤더랬습니다.
시골집에 가서 잠깐 맛본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내남자의 여자’ 등은
아~ 눈을 뗄수 없게 만들어보리더군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연두가 말합니다.
“에휴~ 우리집에 TV가 없는 건 너무 다행이야.. 아빠 엄만 하루종일 텔레비젼만 보구...
나랑 놀아주지도 않아...쳇” ^^
이만하면 성공스토리.. 맞는가요? ㅎㅎ
마음먹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는 차마 더 쉽지않은 TV 끊기..
감히 한번 도전해 보십사 주제넘게 권해봅니다. ^^
이상.. TV를 꺼서 가족을 보았던 연두네집 경험기였습니다.
아 ~ 적다보니 넘 기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