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의 어머니가 중한 병을 얻어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를 한참 전에 듣고도, 게으른 몸이 움직여 지지 않더니 오늘에서야 수업 휴강을 핑계 삼아 병문안을 갔다 왔다.

마침 오늘부터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터라, 식당에서 간식을 드시고 계시는 참에 인사를 드렸다.
생각보다 좋아 보이는 어머니 모습에다 여전한 형의 너스레...하지만 한 달여 동안의 병구완으로 형도 좀 야위어 보였다.
의사 말이 무조건 잘 먹어야 된다 했다고, 간식으로 추어탕을 시켜 k형과 여동생이 양쪽에서 꼭 붙어서 이것저것 반찬도 집어주고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는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순간 주책없이 갑자기 울컥하는 뜨거운 것이 눈가로 나와 급히 감추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엄마가 아프면 팔짱을 끼고 엄마 숟가락에 반찬을 얻어주고 싶었을까?

문안을 갔지만, 무거운 병 앞에서도 웃음이 가시지 않는 그네들을 보고 있다가 내가 위로 받고 있음을 느꼈다.

 

 

커피 캔 하나씩을 들고 병원을 나와 형에게서 들은 이런 저런 얘기들...
20여년을 이어온 어머니의 불면증 원인이 자신에 있음을 알고도 어찌하지 못했던 일들...
다른 이들처럼 자기 한 몸 건사하느라, 돈 버느라 바빠서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도 아니고, 그 잘 난 운동하느라 남들보다 더 챙겨드리지 못했음에 대한 회한...
남들 다 한다는 어머니의 건강검진은 커녕 부족한 단체의 재정을 위해 최근까지 어머니께 번번이 손을 벌렸던 기억들...

 

 

위로도, 가벼운 원망마저도 못하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형의 말만을 한참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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