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엔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 한구석엔 남의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본연적인 기능이 탑재되어 있을 것 같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술자리나 사석에서 남들의 부정적인 면들..즉 뒷담화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는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 책이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현실을 한가하게 뒷담화나 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진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고매한 지성의 소유자로만 인식되던 지식인사회, 특히 대학교수 사회의 현 수준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에 동참(?)하는 기분은 꽤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너무나 미국중심적인 유학 풍토와 학제간 동종교배, 공부하지 않는 교수들, 더 나아가 선거때마다 광풍처럼 휩쓸고 다니는 '폴리페서'무리들, 왜곡된 학술진흥재단의 기능, 문화권력의 일그러진 모습들...

이 정도면 오늘 저녁 술안주 거리로는 너무나 풍부하지 않은가?

그러나 술안주거리로 삼켜버리기에는 너무나 아픈것이 그 대상이 바로 '지식인'이라는 사실이다.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해 사람 정신 본연의 모습과 나아갈 바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어설피 정의한다면 기업맞춤형 인재양성에 매몰되어 버린 오늘날의 대학의 기능과 거기에 충실히 복무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에서 참담한 인문학의 자리매김을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이러한 우울한 지식인 사회의 대안을 일반 대중에게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인터넷 각종 사이트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서평사이트와 개인이 운영하는 인문학 블로그 등은 이미 어지간한 제도권 학자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고 한다.

하긴 각종업무에 너무 바쁘신 일부 교수님에 비하면 그네들의 순수한 인문학적 열정이 훨씬 더 전문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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