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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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몇 권을 고르라면 그 중에 꼭 넣고 싶은 책 중의 하나가 이 책 ‘책만 보는 바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로서는 학창시절 조선후기 실학을 여러 갈래에서 꽃피웠던 - 그래서 시험공부를 위해 저자와 그가 지은 책의 앞 글자만 따서 외우기도 했던-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가 ‘서자’라는 시대의 장벽에 가로 막힌 인물들이었다는 것과 ‘원각사 십층석탑- 백탑’을 지근거리에 둔 이웃이었다는 점은 뭔가 드라마틱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책만 보는 바보...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책만 그저 좋아 했던 책상물림의 서생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서자의 운명으로 태어나 돈을 벌수도 없고, 그렇다고 벼슬길에 나 갈수도 없는 半양반 신세로서 그야 말로 책만 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바보 아닌 바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는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런 시대의 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 학문에 대해 교류하였던 친구들과 그런 그들을 편견 없이 지켜보며 흔쾌히 인생의 선배와 스승의 역할을 담당해 주었던 홍대용, 박지원은 교과서와 활자 속에서 걸어 나와 참 스승, 훌륭한 인간의 면모로 새롭게 다가왔다.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도 책을 읽는 이덕무의 모습을 어이 없기까지 했지만 묘사가 실감나고 또 구체적이어서 그랬는지 나까지 공연히 배가 고프고 추워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우리사회가 이렇게 까지 힘들어 진 이유의 하나로 ‘연대의 실종’을 들었던 것에 대해 무척 공감했었다.

80년의 광주, 87년 민주 항쟁 때와 같이 역사의 고비마다 우리는 학생과 노동자, 넥타이 부대, 자영업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격의 없이 어깨동무를 했었다. 하지만 요즈음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수많은 대책위원회는 많이 만들어지지만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 사이의 실질적인 연대는 쉽지 않은 것 같다.


250여년전에 대사동(大寺洞) 백탑아래에서의 눈물겨운 우정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대가 마냥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 이덕무가 쓴 <간서치전 看書痴傳-책만 보는 바보이야기>에 살을 보태 이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저자 안소영씨는 남민전, 구국전위 사건으로 삶의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수학자 안재구선생의 따님이라고 한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 사상범 아버지를 감옥에 둔 딸의 심정과 서자 이덕무의 마음이 통하여 이런 글을 낳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주제넘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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