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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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찬가’이지만 찬가의 이미지에 맞는 내용은 책의 초입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조지오웰은 처음 스페인을 찾았을 때 전쟁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카탈로니아에서 만난 이상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전쟁에 자원입대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이 서른을 넘긴 유부남을 다른 것도 아닌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했을까?

세계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 같은 군대에서 마저 상하 구분이 없고,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분위기, 노동계급이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역사의 주인공으로 나섰던 내전 초기 아나키즘의 카탈로니아 묘사는 흥미롭고, 마치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초원을 연상시키듯이 평화롭고 상큼했다.

오웰 자신이 변변한 전쟁은 치러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생생한 전쟁터의 묘사마저도 전쟁이라기보다는 한가한 시골 기행문을 읽는 느낌이 났던 것은 스페인 내전에 공화파로 참가한 이 들의 역사적 정당성에 기인한 ‘정의로운 안도감’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후반부에 나오는 이른바 1937년 5월 사태의 시가전과 그로 인한 도망, 은폐 등의 묘사는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듯이 급박하게 그려진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기억과 ‘스페인 프로축구’의 범상치 않은 지역주의와 클럽문화와 함께 맛 본 스페인 내전에서의 공화파의 정체성은 이 책에서 서술한  분열과 반목을 접하고 나서는 더 이상 그리 정의롭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이 처음 출간 될 때의 상황은 조지오웰이 따로 부록과 같은 5장과 11장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웰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스페인 내전에 대한 경향과 조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내전 당시 공화파는 분열했고, 스페인 내전의 승리는 파시스트 프랑코에게 돌아가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분열한 당시의 정파들마다, 제 각기 스스로에게 아니면 다른 정파에게 변명과 공격을 할 수 있겠지만 오웰이 분명하게 이 책을 통하여 밝히고 있는 것은 바르셀로나에서 노동자 자치와, 혁명의 분위기 스스로를 거두어들인 것은 다름 아닌 소련의 입장을 대변한 ‘공산당’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나키스트 '바쿠닌'과 '푸르동'이 격렬한 맑스 비판을 통해 주장한 ‘공산주의자들의 인민국가’의 위험성을 몇 십년 뒤에 무너져 버린 소련이 아닌 스페인 내전을 통해 먼저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까?


*나처럼 스페인 내전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책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 스페인 내전의 대강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훨씬 책 내용을 파악하기기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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