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오늘 문득 떠오른 시.

 

하지만,

이 시집은 내가 다시 펼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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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과학 - 미인 불패, 새로운 권력의 발견 과학전람회 9
울리히 렌츠 지음, 박승재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8년 3월
품절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미의 구성요소를 찾아 나서면서 조금씩 발전해왔다. 그러나 결국 한 가지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것은 예술가와 문학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목표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목표가 점점 더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언어나 학문의 힘을 빌어 아름다움을 묘사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절대 손에 잡지는 못한다.
특히 완벽하다고 생각한 아름다움의 리스트에는 무언가가 하나씩 꼭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비밀이다. 아름다움이 어떤 비밀을 간직할 때, 그러한 아름다움이야말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도식이나 완벽한 형태에서 벗어난 모습이고, 관찰자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달리 보이는 기묘함이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보는 눈을 자극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하나씩 뜯어보면 흠이 되는 부분까지도 아름다움에 포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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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했다.

컨디션도 안 좋았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투표하러 가려면 2시간이나 지하철을 타야한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발끈했다.

 

나는 알람에 맞춰 일어나서 빵 한쪽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한산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피어있는 꽃을 보며 혼자 커피를 마셨다.

스마트폰으로  총선 뉴스를 확인하면서 2시간에 걸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맥주를 마시며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아... 참..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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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술.

그것도 혼자 마시는 술.

이것도 버릇이 되었는지 시작한 후 끝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몸무게는 3키로가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고 있고, 주량은 줄어들 줄을 모른다.

잠은 안오고, 아니 너무 오고.

식욕은 없고, 아니 너무 있고.

심장은 딱딱해지고, 아니 요동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조용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런데 갈 곳이 없구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알라디너분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로 시간이 약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태를 견디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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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3-1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잠이 안오면...전혀 이해 못하는 철학책을 읽죠..ㅎㅎ
알라디너 찾아 전국 일주... 강추할만 합니다. ^^
참 술은 혼자보다 여럿이 마시는게 좋아요... 일주 전 술친구 모집도 괜찮을 듯..^^

토트 2012-03-16 00:43   좋아요 0 | URL
음.. 저도 그래봤는데요, 짜증나서 잠이 더 안오더라구요.^^;;
술친구는 필요하긴 한데, 제 친구들은 대부분 애기 엄마들이라 구하기도 쉽지가 않아요.ㅠㅠ
그래도 오늘은 잘 수 있을거 같아요.^^
 

지하철을 탔다.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앉을 수 있었다.

며칠 째 잠을 못자서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내 옆에 누군가 앉았다.

반쯤 잠든 상태였지만 엉거주춤 앉는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고 살짝 눈을 떴다.

내 옆에는 한 길쭉한 남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이제 그 정도 나이의 남자를 나는 아이라고 부른다.)

베낭을 그대로 메고 앉은 그 아이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위에 책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궁금했다. 무슨 책일까.

살짝 책을 넘겨다 봤다.

그리고 보았다.

조르바. 조르바였다.

아... 조르바라니, 하필, 지금 내 상황에 조르바라니....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았다.

너무나 해사하게 생긴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아, 이런.

잠이 달아났다.

이건 지금 내 상태에 대한 대답이 내려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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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3-1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토트 2012-03-15 01:21   좋아요 0 | URL
제가 그 순간 마음에서 외친 말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