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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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현실일까.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다른 어디에서 현실을 찾아야 할지 그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이것을 유일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어떻게든 이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아오마메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두려운 것은 현실이 나를 따돌리는 것이다. 현실이 나를 두고 가버리는 것이다.-95쪽

하루하루는 끔찍하게 길게 느껴지는데 한달은 어째서 이토록 빨리 가버리는 걸까.-95쪽

발표되는 시험 성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만일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덴고는 짐작했다. 어쩌면 남의 눈길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실력을 줄여 답아지를 써내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녀 같은 입장에 처한 아이가 자신이 받을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살아가기 위한 지혜인지도 모른다. 되도록 몸을 작게 움츠릴 것. 되도록 눈에 띄지 않을 것.-101쪽

"행운을 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행운을 빌어봤자 아마 별도움 안 될 거야."
"당신은 행운에 기대는 사람이 아니니까."
"기대고 싶어도 그게 어떤 건지 난 몰라." 다마루는 말했다. "아직 한 번도 그런 걸 본 적이 없어서."
-124쪽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게 아버지 탓이라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 거에요. 안그래요?"-211쪽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215쪽

세상은 세상 마음대로 굴러가게 놔두면 된다. 볼일이 있다면 아마 그쪽에서 말을 해올 것이다.-246쪽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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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8-1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의 소설은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서 결별을 선언했는데 올려주신 밑줄을 읽어보니 관심이 가네요,,,이누무 변덕,,,ㅋㄷㅋㄷ

자주 좀 와요,,,알라딘에~~^^

토트 2011-08-12 23:12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읽는 하루키에요..ㅋ

이제 자주 올께요~ 나비님 보러~^^

하늘바람 2011-08-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밑줄에 관심줄 쫙 가네요

토트 2011-08-12 23:13   좋아요 0 | URL
요즘 한참 소설을 못 읽다 읽어서 그런지 재미는 있었어요~ ^^
 

   
 

"마음속 깊은 곳에 제 감정을 묻어둘 거에요." "감정을 묻어둔다니, 무슨 뜻이지?" "아무리 많은 감정이 생겨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거에요. 꼭 울어야겠다면 속으로 울 거에요. 피를 흘려야 한다면, 멍들게 하는 거죠. 미쳐버릴 것 같다 해도 세상 사람들한테는 입을 꼭 다물 거예요.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남들의 인생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릴 뿐이에요." "하지만 네가 마음속 깊이 네 감정을 묻는다면, 넌 진짜 네가 아니게 될거야. 그렇지 않겠니?" "그래서요?"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한 밤 중에 나는 밖에 서 있었다. 

내게 익숙한 도시 한 가운데가 아니라, 내게 속해있지 않은 그래서 가끔은 겁나기까지한  숲 가장 자리에.  

그 날은 낮 동안 내내 후덥지근 했고 실내 공기는 저녁인데도 차가와지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거의 완벽한 어둠 속에 섰다. 심호흡을 했고, 눈을 감고 팔로 내 몸을 감싸고 잠시 서 있었다. 

그 때, 그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부터 차근차근 다가오는, 어디까지 왔는지 눈을 감고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생명을 가진 하나의 존재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소리를 말이다. 

  

 

나는 지쳐있었다. 피곤했고, 혼란스러웠고, 슬프고 외로웠다.
그리고, 결심했었다.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말자고, 그러면 살기 편할거라고.
나는 틈틈이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심장아 딱딱해져라..   

하지만, 
심장은 딱딱해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슬프고 외로웠다. 
나는 매일 기도했다.
제발.. 마음의 평안을 주세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감정에 솔직해라. 편안하게 대해라. 완벽한 사람이 되어주어라.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완벽해지고 싶어해서 더 나쁜 사람이다.
나는 편안한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완벽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상처받기. 싫었다.

 

그 날, 그 밤, 그 숲 가장자리에서 나는 상처투성이인채로 서 있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었고, 내 몸 하나 편하게 둘 곳이 없었다.
나는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내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절실히 위로가 필요했다. 

그때, 그 바람이 불었다.
멀리서, 차근차근,  낮고 차분한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계속 되풀이해서...
 

어떤 때는, 그 정도만이라도 충분할 때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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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펭귄클래식 30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권기돈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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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란 충분히 만족시켜 주거나 짓뭉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작은 피해는 복수하려 들어도 큰 피해는 복수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43쪽

타인을 권력에 오르게 한 자는 스스로를 몰락시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권력은 술책이나 무력에 의해 생겨나는 것인데, 권력에 오른 자는 이 두가지 모두를 불신하기 때문이다.-50쪽

내가 이미 말한 것 외에도, 민중은 원래 그 본성이 변덕스럽다. 뭔가에 대해 민중을 설득하기는 쉽지만, 설득된 상태로 유지하기는 어렵다.-59쪽

사람들은 자기에게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에게서 우대를 받을 때 은혜를 베푼 그 사람에게 더 큰 빚을 느낀다. 바로 그렇게 해서 인민은 한순간에 군주가 그들의 호의로 권력을 잡았을 때보다 더 군주에게 우호적이 될 수 있다.-78쪽

위대하고 고귀한 마음이 아니라 돈으로 산 우정은 그 대가는 지불받겠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드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받는 존재로 만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염려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감사의 끈으로 확보되는데 인간은 비열해서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이를 끊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강화되니 이는 항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109쪽

지력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사물을 혼자 힘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타인이 이해하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며, 셋째는 혼자 힘으로도 타인을 통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탁월하고, 두 번째는 좋으며, 세 번째는 무용하다.-139쪽

아첨꾼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부는 자칫 경멸받을 위험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아첨꾼들에 대해 당신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진실을 들어도 기분 상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로 하여금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면 당신은 존경을 잃는다.-141쪽

사람이 누군가 자기를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넘어질 수는 없다. 아무도 일으켜 세워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정말 일으켜 세워준다면, 그것은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니, 왜냐하면 당신의 방편은 비겁한 것이지 당신 자신의 행위에 기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튼튼하고 확실하고 영속적인 방어 방법은 당신 자신의 행위와 능력에 기초한 방법이다.-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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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전만한 책은 없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토트 2010-08-10 00:49   좋아요 0 | URL
네, 학교 다닐때 읽었던 것과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시간날때마다 다시 읽어보고 있어요. ^^

후애(厚愛) 2010-08-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놀러 왔어요~ ㅎㅎ
잘 지내시죠? 안부가 늦었습니다.^^;;
종종 놀러 올께요~

토트 2010-08-14 00:16   좋아요 0 | URL
몸은 좀 괜찮으세요?
자주 놀러오세요. 저도 자주 놀러갈께요. ^^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환상문학전집 23
크리스타 볼프 지음, 김재영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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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가치가 있고 없고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소원과 욕망이라는 사실을 그대도 알아 두어야 할 게요.-38쪽

메데이아는 도도하게 말했다, 그 모피가 당신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 아버지, 왕께서 아무 말 없이 내놓으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다지 귀중하게 여기지 않던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이 애타게 갖고 싶어 하면 갑자기 소중하게 여겨지는 법이지요. 그렇지 않은가요?-52쪽

나는 언젠가 울고 있는 텔라몬을 보았다. 그는 술을 마신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약해지도록 만든다. 아키마스의 말이 옳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난 일은 더욱 찬란하게 보이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찬란했던 시절에 매달려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매달려야 한단 말인가.-53쪽

우리의 관계는 차츰 밑도 끝도 없는 것이 되어가고, 그래서 정말 신명이 난다. 명쾌한 관계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91쪽

인간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 몸을 보호하려 드는 본능이 있다.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것은 신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지구상에는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130쪽

그러나 나는 쾌감을 좇아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요. 메데이아는 말한다. 나는 알고 있어요. 그것이 당신들의 불행이에요.-131쪽

그래요. 그녀는 말한다. 물론 당신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당신의 행동을 통해서 당신 스스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요?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소. 나는 그녀의 말을 반박하려 한다. 막연히 기다릴 뿐이요. 그러나 메데이아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다림도 결정을 전제로 하는 행동이지요. 단념할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어요?-169쪽

왕이 된다 하더라도 당신은 아무 기쁨을 느끼지 못할 거에요. 아니 앞으로 당신에게는 기쁜 일이 거의 없을 거에요. 불의를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자기 삻에서 즐거움이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탓에, 다름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려 드는 게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어요.-211~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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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2010-08-0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더운 여름 날, 메데이아 다시 읽기.

라로 2010-08-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물질의 가치가 있고 없고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소원과 욕망이라는 사실을 그대도 알아 두어야 할 게요....완전 공감!

더운날 기운차리시고 점심 맛있는거 드세요~.
저도 오늘 남편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뭘 먹을지 벌써부터 고민,,ㅎㅎㅎㅎ

토트 2010-08-04 20:55   좋아요 0 | URL
맛있는 거 드셨어요?
아.. 오늘 정말 더워요.
건강 조심하세요. ^^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품절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리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12~13쪽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69쪽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93쪽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95쪽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99쪽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
빌어먹을, 나는 이제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그러다가 또 발작을 일으키면 큰일이니까. 그런데 하밀 할아버지는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을 찾아야 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 바로 거기에 그것이 있다고 말했다.-99~100쪽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잇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106쪽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109쪽

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노인네가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나는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쉼표가 아니라, 차라리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나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114쪽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사람들은 말없이 하나둘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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