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앉을 수 있었다.

며칠 째 잠을 못자서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내 옆에 누군가 앉았다.

반쯤 잠든 상태였지만 엉거주춤 앉는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고 살짝 눈을 떴다.

내 옆에는 한 길쭉한 남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이제 그 정도 나이의 남자를 나는 아이라고 부른다.)

베낭을 그대로 메고 앉은 그 아이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위에 책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궁금했다. 무슨 책일까.

살짝 책을 넘겨다 봤다.

그리고 보았다.

조르바. 조르바였다.

아... 조르바라니, 하필, 지금 내 상황에 조르바라니....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았다.

너무나 해사하게 생긴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아, 이런.

잠이 달아났다.

이건 지금 내 상태에 대한 대답이 내려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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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3-1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토트 2012-03-15 01:21   좋아요 0 | URL
제가 그 순간 마음에서 외친 말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