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매우 궁금해 하며 사전을 찾거나 다른 이들에게 물어 보게 됩니다. 사전을 찾으면서 명쾌한 해석에 기뻐한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전이 참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는 살아 있고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데, 사전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조현용 삶과 생활을 반영한 뜻풀이가 돋보이는 책 이 책 <우리말 깨달음 사전>(조현용 지음)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133가지를 '다시 들려주는 우리말 에세이집'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을 말하라면,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을 토대로 사전식 배열이 아닌 일상과 함께 하는 '성찰과 깨달음의 우리 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극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어서 희망의 이야기들이랄까.
'관계'의 뜻풀이는 '배울수록 아름다워지는 사이'이며, '다르다'는 '공통점을 전제로 해야 하는 차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돌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살피는 일'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문화'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뜻풀이가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르지만 일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적극적인 깨달음의 설명이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 앞으로 글을 쓰는 동안 좋은 지침으로 삼고 싶다.
'불길한 일, 재수 없는 일. 흔히 경기 따위에서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악운.' 이것은 '징크스'에 대한 사전적인 설명인데, 저자는 '마음먹기에 따라 극복 가능한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뜻풀이한다. 뜻풀이에 그치지 않고 기분 좋은 징크스를 누구나 스스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의 말대로 생각해보니 징크스는 사전의 설명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기분 좋은 징크스가 생활 곳곳에서 나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짜증나다'는 말은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요. '재수 없다'는 '재수 있다'에 밀려나야 할 말'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래야겠다. 말만 들어도 짜증나기 일쑤였던 피곤한 말들이 이참에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희망의 말'로 바뀌었으면 싶다. 흔히 버릇처럼 쓰는 '바쁘다, 피곤하다'는 '내게서 사람들이 멀어지도록 하는 말'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 뜻풀이를 보면서 가슴이 따끔거렸다.
그러고 보니 '바쁘다'라는 말이 어느새 나의 입에 붙어버렸다. 정말 그렇게 바쁘긴 바쁜 건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특별할 것도 없을 만큼 바쁘면서 입으로만 바쁘다고 하는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내가 무심결에 입으로 바쁘다고 하는 그 순간에 상대방은 바쁜 나를 배려한다고 털어 놓으려던 마음을 하나씩 접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번 기회에 이유 없이 바쁘기 만한 나의 말버릇을 고치기로 하였다.
가족, 결심, 게으르다, 배려, 꽃, 꿈, 내일, 눈물, 느리다, 늙다, 문화, 분노, 부탁 등, 누구나 쉽게 뜻을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어디서든 볼 수 없었던 저자만의 아름다운 뜻풀이는 우리말의 향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리말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며, 삶의 자세를 반성하면서 읽은 책이었다.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진 우리말 뜻풀이가 나에게도 쉽게 쓰여 지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으면 좋겠다.
"...많은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참 우리말을 모르는구나, 우리의 삶을 겉으로만 파악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 오랜 고민들의 소산입니다. 제가 어휘를 통해 얻은 기쁨과 부끄러움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 고민과 부끄러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기 바랍니다" - 조현용 건강한 민족은 건강한 모국어(민족어)를 쓴다 프랑스는 모국어에 대해 각별하며 애정 또한 깊다고 한다. 어떤 모임 등에서 대화를 하며 단어 한마디 얼떨결에 잘못 쓴다든지, 제대로 된 표현을 하지 못했을 경우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제대로 된 모국어 사용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상식 같은 것이어서 모국어 사용을 잘못하는 것은 자존심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참 부럽고 아름다운 프랑스 언어문화다.
또한 우리말의 오염에 대하여 염려하는 어떤 분의 글 중에서 '카자르'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었다. 흑해연안에 10세기까지 있었던 카자르 민족은 카자르어가 사라짐과 함께 지도에서 영영 사라졌다고 한다. 한 민족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지식인의 의식수준과, 민족어의 건강이 크게 좌우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창씨개명'이니, '제3차 교육령'을 통하여 우리말(조선어)을 빼앗고, 민족혼을 빼앗으려고 잔혹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메신저 대화를 하고 있는 아이 옆에 있었는데,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에 '응'이라는 대답조차 ㅇ.ㅇ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어른인 내가 고작 해줄 수 있는 것은 "'응'도 하기 귀찮아서 ㅇ.ㅇ이냐?"이었다. 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약간의 형식적인 설명과 틀에 박힌 가르침이 고작이었다. 내 스스로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래선 안 될 것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언론의 한 부분이랄 수 있는 주체적 입장인 시민기자로서 아닌가.
말로는 한글사랑입네, 우리말이 중요합네 하면서 스스로 하는 말에 대하여 한번 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부끄러움으로 선택하여 읽은 책이었다. 잘못인 줄도 모르고 무심결에 무수히 사용해 온 우리말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읽었다고 할까.
사람의 문화 중 중요한 것은 말과 언어라고 한다.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은 말과 언어일 것인데, 사람으로 태어난 나 자신에게 제대로 된 말은 남을 생각하기에 앞서 나 자신에게 지극한 배려 아닐까 싶다.
두곰두곰? 두고두고 곰곰이? 두곰두곰 미소 짓게 할 우리말 133가지다. 저자의 아름다운 뜻풀이가 돋보이는 우리말 중에서 몇 꼭지를 소개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선뜻 이 책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계속 써나가야 할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에세이다. 자신의 말과 언어는 자신만이 스스로 노력하여 가꾸어야 하는 것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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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덧붙이고 싶은 말 몇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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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신을 깨닫고 달리는 생활의 한 부분- …,그저 생활의 한 부분이어야 합니다.…독서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깨닫다'라는 말은 '깨다'와 '닫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닫다'는 옛말에 '달리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자신을 둘러 싼 아집과 이기심을 깨기 위하여 끊임없이 정진하고 달리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에 가까이 가는 길이 아닐까요. 책을 보면서 먼저 간 사람들의 안내를 받으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물- 오장육부를 돌아 나온 액체 /부탁-주거나 받기에 늘 신중해야 하는 것 /분노-나와 남을 동시에 해치는 것/ 생활계획표-머릿 속에다 짜서는 안 되는 것/손가락질-나머지 손가락은 나를 향하고 있는 것/ 씨앗-한 우주를 간직한 존재/ 아름답다-가장 자신다운 것
외로움-생각의 뿌리에 물을 주는 시간/전염-나의 주변을 바꾸는 것/진실-친절하지 않으면 상처를 주는 것/ 청혼-내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리는 것/친구- 평생을 찾아 다녀야 하는 사람/포기- 버려야 할 것만 버리는 것/푸르다- 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우리 눈에 씌어진 색
하나- 아름다운 동기로 뭉치는 일/존경할 사람-닮으려고 노력할 사람/화장실-상상과 명상소, 혹은 삶의 활력소/횡단보도-차들이 잠깐 빌려쓰는 인도/흰머리-더불어 함께 한 삶의 깊이가 담긴 것/학문-끊임없이 물으면서 이루는 것
▶저자가 해석하는 말의 또 다른 해석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보충설명으로 덧붙입니다. 참고하여 덧붙이는 것처럼 133가지 말의 해석들을 또 달리 나만의 글씀, 그 소재로 활용해봄도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우리말은 생각나는 대로 선별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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