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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 사용설명서 4
마이크 해스킨스 지음, 이민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마약 밀수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다양하게 동원된다. 1993년 보아 뱀 3백 마리가 든 화물이 미국 경찰 당국에 적발됐다. 3백 마리 전부 뱃속에 코카인 콘돔이 들어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밀수꾼들은 운송 중에 뱀의 창자를 수호하기 위한 과격한 방법까지 창안해냈다. 그들은 안에 든 마약을 지키기 위해 보아 뱀들이 항문을 하나하나 꿰매 봉했다. 가련한 수백 마리 파충류의 엉덩이를 꿰매고 앉아 있는 건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인가?"- 책 속에서
마약 사용설명서가 왜 필요하냐고요?
절대적으로 금기되고 있는 마약에 대하여 그간 나온 책들이 마약을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드러내 놓고 말리는(계도) 것이었다면, 이 책은 아예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자~! 알려 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낱낱이 알려 줄 테니, 좋고 나쁘고 마약을 해야 할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인지 알아서 판단해~!"
세계적으로 마약관련 책이 수천 종이라던가?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간 마약에 대한 일련의 책들이 약간 나왔다. 그러나 이처럼 마약의 사용법부터 마약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려 준 책이 과연 있었나 싶다. 흥미나 지적인 것까지 골고루 갖추어 들려주고 있어서 마약의 다양한 맛을 맘껏 맛보고 취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마약의 겉으로 내민 얼굴은 물론 그 알몸까지 고스란히 보여 주는데 마약의 실체가 이렇게 생생할까 싶다.
마약에 맘껏 중독 되어보세요...단 이 책을 읽는 동안에만
'대마초, 히로뽕, 양귀비'는 내가 알고 있는 마약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마약의 종류는 어이없게도 많으며, 마약 성분 하나마다 독자적인 역사와 브랜드(?)를 자기들끼리 통하는 속어 또한 절대금기를 가득 품고서 재미있다. 이렇게 많은 마약들이 있었다니? 지구의 총인구중 1억 8만 명이 빠져들고 있는 마약이다. "25명중에 1명은 마약을 하는 셈이네?...그러고 보면 그렇게 특별하거나 멀지만은 않은 세계다?"
그런데, 제아무리 치명적이고 중독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도 멀리해야만 하는 양귀비꽃이다. 하지만 마약은 은밀하게 다가오는 향기다. 그렇다면 마약은 대체 무엇일까?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헤로인은 기침, 코 막힘, 천식, 기관지염에 최고의 약이었다. 바이엘사는 의사들에게 보내는 판촉용 책자에 이렇게 썼다. '헤로인: 기침 진정제...도매상에 바로 주문하십시오' 당시에는 결핵과 폐렴 같은 질병이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이었기 때문에, 일상적 기침과 감기만 해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헤로인은 기도를 진정시키고 호흡을 가라앉혀 복용자에게 한 번은 편안한 잠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 아닌가!" - 책 속에서
마약이라는 강한 중독성에 절대적으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엄격히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오늘도 많은 감정과 사연, 목적과 변명을 가지고 즐기고 스스로를 중독시키는 커피, 술, 담배 역시 마약의 일종이다. 그 뿐인가? 코카콜라에 들어 있었던 성분 '코카인' 역시 당연히 마약인데도 보란 듯이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음료다.(코카인에 대해서도 코카콜라를 큰 비중으로 다룬다)
놀랍게도 대마초의 주원료인 대마를 차로 끓여 마신 최초의 기원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준 신농씨다(이 책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고고학자들이 주장하기를 인류최초의 마약 사용은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네안데르탈인이며, 대마초나 아편이 아닌 엑스터시나 암페타민의 성분인 흥분제가 들어 있는 마황이다. 이렇게 마약은 인류의 발생 초기부터 함께 발전(?)해왔으며 처음 도입 될 때는 그야말로 기분 좋고, 병을 고쳐주는 물질이어서 함께 즐기기도 하였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마약, 그리고 뿌리 뽑히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함께 걸어 갈 마약은 놀랍게도 우리들의 이성적인 혈관들이 거부하고 있음에도 천사의 얼굴로 스며들어 속삭이고 있었다.
"코카콜라! 맛있어요! 산뜻해요! 상쾌해요!" "아스피린을 믿어 보라고!" "자~ 암페타민 드실 시간입니다" "행복을 위하여 웃음가스로 웃음에 맘껏 빠져 봅시다.~!" "대마초방에 오세요! 15분 동안 밀주보다 훨씬 싸게 맘껏 취할 수 있어요. 물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양껏 사가서 두고두고 취해보세요"
경고 :건강을 해치는 마약, 그러나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
<사용 설명서 - 마약>은, '아주 지적이거나 아주 단순한 흥미'그 틀을 과감히 벗어 던져버렸다. 지적인 상식과, 단순한 흥미를 웃도는 재미가 가히 중독이다. 그야말로 지적인 차원의 것들을 낄낄대며 읽을 수 있다. 한껏 진지하다가 낄낄대며 웃게 만드는 문장이라니, 호기심으로 달라붙었다가 그만 실소를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쾌락과 각성을 독특하게 뒤섞여 놓은 모든 자연산 식물성 흥분제를 다룬다. 우리들의 몸이 원시에 가까울 때는 담배도 커피도 마약의 범주에 두어 유통을 금지시키기 위해 특별 경찰까지 조직될 정도였다. 마약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았을까 싶다.
마약이란 무엇인가부터 마약마다 각기 다른 특성이나 역사, 연관된 사람들이나 잡학적인 공식 비공식적인 이야기들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룬다. 인류와 함께 다양하게 진화해 온 마약이야기들로부터 마약에 탐닉하고 즐기는 동물들 이야기도 다룬다. 마약의 주원료 대부분이 식물이다 보니 식물의 역사와 신화와 맞물려 있다. 특정 식물에 대한 관심, 동물 행동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편으로 유용하지 싶다.
'죽도록 취해서...죽었다...' 마약을 둘러 싼 에피소드로 기록된 역사적인 인물들이나 예술인들도 맘껏 만나 그 변명(?)을 들을 수 있다.
<사용설명서 - 마약>을 펼쳐든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에서였다. 대체 무엇이기에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가? 그리하여 결국 생명까지 야위어 가는가? 호기심으로 펼쳤는데 중독 시키더니 읽는 내내 내 혈관에 강하게 꽂혀지는 짜릿하고 통쾌한 '천의 얼굴 마약의 세계'였다. 아쉽다면 절대 금기요 절대로 갈 수 없기에 더욱 더 막연한 마약에 대한 '신화'와 '환상'이 여지없이 깨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