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배우가 되다 - 꿈을 키우는 아이들 2 꿈을 키우는 아이들 2
주경희 지음, 김명곤 그림 / 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야, 바보! 공을 그렇게 차면 어떻게 해!"
"난, 강민휘야, 바보가 아니란 말이야!"
"야, 공부 시간에 밖으로 나가고, 4학년이나 돼 가지고 선생님이 숫자를 적으라고 해도 넌 못 적잖아. 그게 바보 아니고 뭐냐?"
"난 바보 아니야! 난 바보가 아니란 말이야! 강민휘야. 강민휘!"

민휘는 바보라고 놀리는 친구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말싸움은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은 구경만 하고 서 있었습니다. 싸움은 계속되었습니다. 민휘의 동생 설희가 다가온 것은 바로 그 때였습니다. "우리 오빠 왜 때려!" 설희는 오빠의 친구를 마구 때렸습니다.
- 책 속에서


<천사, 배우가 되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는 아이와 고만고만한 철부지 아이들의 싸움 같다. 친구에게 맞고 있는 오빠의 편을 드는 동생 설희의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남매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영영 낙오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배우 강민휘의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민휘는 두 돌이 되었지만 말문을 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조금 더디려니, 그래서 말문을 아직 열지 않으려니' 이렇게 생각하며, 언젠가는 말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부모에게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엇이 부족해서가 아닌 스물한 번째 염색체가 하나 더 있어서 그것이 장애가 되는….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지만, 민휘의 부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이의 말문이 트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포기하지 않고 꼭 다물어진 아이의 입을 향해,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였다.

"자, 민휘야 따라 해봐 엄마, 엄마…."

'엄마'란 지극히 짧은 한마디, 젖을 떼기도 전에 우리들 누구나 본능으로 말하게 되는 '엄마'를 부르기를 바라며….

'민휘'란 자신의 이름을 아이 스스로 부르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정성에 아이의 스물한 번째 염색체(다운 증후군 원인 염색체)가 감동한 것일까. 비록 보통 아이들보다 한참이나 늦었지만, 어느 날 민휘는 기적처럼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비록 더딘 발걸음이지만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서 건강하게 태어난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보통 아이들 속에서 적응하기란 다른 아이들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노력이 되풀이 되어야만 가능했다. 무엇이 하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 더 있는 염색체 때문에 평범하지 못한 민휘는, 보통 아이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증상을 보였다. 수학시간인데 민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고, 밖에 나가 공을 차고 뛰놀고 싶었다. 그리고 공부시간에 교실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민휘의 이런 증세는 평범한 아이들이 보기에 장애아였고 바보였던 것이다.

민휘의 부모는 장애아와 보통 아이들 간에 있는 벽에 부딪쳐 결국 학교를 옮겨야만 했지만 이미 시작된 희망과 용기를 꺾지는 않았다. 민휘에게는 가족의 뜨거운 사랑이 있었으며, 그 누구보다 동생 설희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자기편이었다. 이제 더 이상 세상에 나가기를 머뭇거리는 장애아가 아니었다. 남들에게 없는, 자신에게만 있는 스물한 번째 염색체는 행복 염색체인 것이었다. 자신의 장애를 밝게 비추어서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행복 염색체인 것이다.

민휘는, 동생 설희가 소원했던 연기자가 된 오빠를 보지 못하고 죽어서 슬프다. 설희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노래를 들려주지 못해서 슬프다. 그러나 민휘는 오늘도 활짝 웃으며 행복하다.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의 스물한 번째 행복 염색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보'라는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 대신,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으며,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배우 강민휘는 아름답다. 이 책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강민휘의 성장스토리와 가족의 뜨거운 사랑을 우리에게 감동스럽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들 가족의 뜨거운 사랑에 눈시울이 자주 붉어졌다. 그리고 민휘 어머니의 사랑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나도 모르게 번져오는 눈물을 몇 번이나 훔쳐야만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다운증후군'이란 '지체장애'로 불리며 평생 장애인으로 불편하게 살아가야하는 불치병인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첫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의 성장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하여 '눈에 보이는 신체 장애는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배려로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심코 생각하던 인간의 장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배우 강민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빛이 되어 또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장애를 뛰어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이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용기 있게 일어서서 걸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들려줄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장애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접어 버릴 때 찾아오는 장애가 훨씬 크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아이들과 장애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역사를 움직인 훌륭한 사람들 이야기도 좋겠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전해주는 감동실화는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좌절하지 않고 걸어 갈 수 있는 좋은 모범이 될 것 같다. 배우 강민휘와 가족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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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1-2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에서 강민휘군 이야기를 본 적 있어요. 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먼저 좋은 곳으로 갔더군요. 세상에 아픔없는 가족은 없겠지만 이렇게 용기있는 가족도 드문 거 같아요.

필터 2005-11-2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설희라고 하였던 것 같네요....^^..설희가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지요. 그래서 오빠가 방학때 오면 각본을 가지고 드라마 ...가만 난소암이었던 것 같네요.